세기의 담판으로 평가받는 6·12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양 정상의 만남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공의지를 거듭 강조하며 회담 직전까지 심도 깊은 실무협상이 이루어질 것임을 시사했고 백악관 역시 대변인을 통해 판문점 의제 협상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12일 하루로 예정돼 있지만 블룸버그통신과 CNN 등 외신은 상황에 따라 13일까지 연장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백악관은 북미정상회담이 12일 오전 9시(한국시간 오전 10시)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개최된다고 밝혔지만 세부적 일정과 구체적 회담 내용은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 껄끄러운 ‘인권문제’ 제기할까?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평생 준비해왔다"고 언급했다. 또 이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캐나다로 출국하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북한에 인권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에 CNN 등 현지 외신은 정상회담의 인권 문제 거론 가능성을 일제히 타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백악관 예방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이번에) 북한 인권 문제는 논의하지 않았지만 추후 다뤄질 수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일련의 발언은 회담 성공을 위해 인권문제는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유엔은 북한 주민들이 광범위하고 체계적이고 심각한 인권 침해를 겪고 있다며 북한에 대해 비난하고 있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문제가 의제로 다뤄져야 한다"고 거듭 촉구하며 "이것이 북한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아시아 국장 브래드 아담스도 BBC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핵 개발 계획을 북한이 추진해 온 것은 완전한 통제국가이기 때문"이라며 "북한의 굶주린 국민의 식량을 빼앗았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BBC는 또 북한은 아마도 전 세계에서 가장 언론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나라일 것이라며 국제 언론인 인권보호·언론감시 단체인 '국경 없는 기자회(RSF)'의 보도 자유 순위에서도 세계 최하위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신앙의 자유  ▲강제수용소  ▲외국인 구속 ▲ 강제노동 ▲여성 권리 ▲아동 영양실조 등 다양한 인권문제들도 비중 있게 다뤘다. 

국영조선중앙통신(KCNA) 웹사이트
국영조선중앙통신(KCNA) 웹사이트

하지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선 양국 신뢰를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한 만큼 긴장감을 고조시킬 수 있는 인권을 주요 의제로 삼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회담 분위기의 급랭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인권 의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릴지는 당일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이다.

◆ 핵심 의제 '비핵화' 간격은 얼마나 좁혀질까? 

비핵화 협상의 행방에 이목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시간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가 공개한 일본 NHK 인터뷰 발언록을 보면 폼페이오 장관은 비핵화 시간표 관련 질문에 "두 정상이 틀림없이 그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어느 범위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얼마나 많은 진전이 이뤄질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완전한 비핵화의 대가로 북한 측이 요구하는 체제 보장과 보다 따뜻한 정치적 관계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위한 조치를 어느 정도 약속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판문점과 싱가포르 실무회담을 미뤄볼 때 낙관적"이라고 언급했다.

마이니치 신문은 9일 속보로 G7 정상들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북한에 요구하기로 8일 저녁(현지 시간)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G7이 결속해 핵·미사일의 완전한 폐기를 강조하는 목적"이라며 "북한의 모든 대량 살상 무기와 단·중거리를 포함한 모든 사정권 탄도 미사일의 폐기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일치했다"고 전했다.

올해 들어 김 위원장이 지속해온 행보는 일관적이며 비핵화를 통해 체제안전보장과 경제제제 해제를 얻으려는 의지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다만 회담 의제인 비핵화와 관련해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CVID)'를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이 이에 동의하는지는 미지수다. 북한 역시 비핵화의 대가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보장(CVIG)'을 원하기 때문이다.

◆ 한반도 종전선언 이뤄지나?  

이번 회담에서 종전선언을 통해 궁극적 한반도 평화의 단초를 열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미일 정상회담 후 "우리는 (북미정상회담에서) 한국전쟁 종전에 대한 합의에 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마이니치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합의문서 서명에 대해 “가능성이 있다. 검토 중이며 상대방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산케이 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이 성공했을 경우 김정은 위원장을 미국에 초청할 수 있다는 인식을 나타냈다며 "우선은 백악관에 초정하는 형식이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아베 총리가 납치 문제를 놓고 북한과 직접 대화하고 싶다는 의향을 나타냈으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까지 제재를 이어가는 것에 미일의 견해가 일치했다고 언급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 타임즈(FT)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성공리에 마무리된다면 싱가포르에서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의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기는 하지만 한반도 정세가 정전상태에서 평화체제로의 일대 전환을 이루는 중대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세기의 회담'이 목전으로 다가왔다. 어떤 돌발 변수가 일어날지 모르는 현시점에서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문제에 관해 자주 사용하는 표현대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는(We will see what happens)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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