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 인상 1호…비대면 전세대출상품 출시

4년만에 분기 첫 흑자…최대주주 BC카드마저 살릴까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카카오뱅크 상장 성공이 촉발시킨 인터넷은행 열풍에 원조 ‘케이뱅크’가 진군의 나팔을 불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예금금리를 제일 먼저 올리는가 하면, 비대면으로 가능한 전세대출상품으로 MZ세대와 중금리 대출 고객에 손짓하고 있다. 1호 가상자산거래소로 2,3위와 격차를 벌인 ‘업비트’처럼 다른 플랫폼과의 활발한 동맹관계도 적극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굳이 기다릴 필요 있나요, 인터넷은행 답게 속전속결로 치고 나가야죠”

27일 오전 정기예금 금리를 0.2%포인트 인상 직후 만난 케이뱅크 관계자는 금리인상의 속도가 인상적이라는 기자의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이 답했다. 케이뱅크의 예금금리 인상은 하루 전인 2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올리자마자 나온 조치였다.

케이뱅크는 31일부터는 100% 비대면으로 가능한 ‘전세대출’ 상품과 ‘청년전세대출’ 상품을 선보인다. 최저금리 연 1.98%의 전세대출 한도는 2억2000만원, 청년전세대출은 1억까지 가능하다. 34세 이하 청년이라면 두 상품 중 자신에게 유리한 상품을 한 화면에서 비교 선택할 수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한동안 대출을 하지 못했던 시기를 지나 지난해 출시한 아파트담보대출, 올해 출시한 사잇돌 대출, 전세대출까지 여신 상품을 다각화하고 있다”며, “중저신용자와 MZ세대 대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살펴보면, 6월말 기준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은 각각 15.5%와 10.6%였다. 양사는 이 비중을 올해 12월말까지 각각 21.5%와 20.8%로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로 불꽃 튀는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케이뱅크는 2017년 4월 문을 연 원조 인터넷뱅크다. 최근 상장을 통해 시총 10위권의 공룡으로 자리잡은 카카오뱅크가 같은 해 7월 영업을 시작해 엄연히 1호 타이틀은 케이뱅크의 몫이다.

하지만 코스피 입성의 영광은 카카오뱅크에게 먼저 돌아갔다. 지수 편입 이슈 이후 잠시 주춤하긴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지난 6일 상장 이래 불과 몇 주만에 코스피 시총 순위 10위권을 유지 중이다. 상장 목표 시점이 아직 2년여 남은 케이뱅크 입장에선 부러운 일이다.

카카오뱅크가 승승장구하자 상대적으로 비교되는 케이뱅크는 입지가 좁아질 법도 하다. 더욱이 3호 인터넷뱅크 토스뱅크의 출현에 샌드위치가 될 위기마저 느껴진다.

하지만 케이뱅크는 카카오뱅크의 상장을 오히려 호재삼아 전열을 가다듬는 분위기다.

케이뱅크는 지난 2분기 영업 시작 후 처음으로 39억 원 흑자를 기록했다. 명색이 은행이 분기 순이익 39억 원에 기뻐하긴 이르지만, 전년 4분기 -350억 원에서 올해 1분기 -123억원으로 손실 규모를 줄인 후 2분기 흑자전환으로 최초의 흑자를 달성한 것이 기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여기에는 압도적 1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로부터 수취한 수수료수익 영향이 적지 않으나 이를 경시할 일도 아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탄탄한 내부플랫폼 지원을 받는 카카오뱅크와 달리 케이뱅크는 다양한 사업자와 제휴를 통해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업비트와의 제휴도 가상자산에 대한 회사 차원의 관심이라기 보다는 각 분야의 대표 플랫폼 기업과 관계를 맺는 다는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의 상장 성공은 주주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나 KB국민은행에게 적지 않은 기쁨도 안겨주었다. 아직 비상장인 케이뱅크의 경우 그 가치를 먼저 상장한 카뱅의 경우와 견주어 비교사례법으로 어림할 수 밖에 없다. 최대주주인 KT자회사 비씨카드(34%), 우리은행(12.68%), 베인캐피탈, MBK파트너스 등의 사모펀드도 5% 이상 보유로 주요주주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기업문화의 차이 등 여러 이유로 설명하지만 케이뱅크가 카카오뱅크에게 선두를 내준 배경에는 대주주적격성 이슈에 따른 자본금 확충이 난관에 봉착하면서 대출을 할 수 있는 여력이 바닥나 영업이 중단된 것이 가장 큰 타격이었다.

KT가 어려움에 봉착하자 이의 해결을 위해 총대를 맨 것은 BC카드였다. 작년 7월 KT에서 22.09%의 지분을 넘겨받은 BC카드는 당시 주당 1628원으로 평가액은 약 363억원에 달했다. 여기서 한번 더 케이뱅크 증자를 통해 3900만주 가량의 신주를 발행하고 BC가 이를 1950억 원에 인수하기에 이른다. 그로부터 또 1년 뒤 지난 7월 유상증자에서 BC카드는 4250억원을 납입해 최대주주로서의 지위를 유지 중이다. 당시 주당 6500원으로 책정된 가치는 현재 장외거래소인 서울거래소비상장에서 12000원~15000원 사이의 호가를 오가는 중이다.

코로나19 특수를 맞아 카드업계가 호황을 맞이한 가운데 전업 카드사 중 유일한 이익 감소를 보였던 BC입장에선 케이뱅크가 뜻하지 않았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증권사 IB본부장은 “모건스탠리가 최근 분석한 KT보고서에서 케이뱅크 기업가치를 보수적으로 봐도 8조원이라고 밝혔다”며, “이는 케이뱅크의 주식수를 역산해볼 때 지금의 장외가가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아직은 이익의 변동성이나 시장 내에서의 입지에서 가야할 길이 멀고, 카카오와 달리 자체 시너지를 낼 플랫폼은행으로서의 가치도 부족한 상황이라 좀더 지켜볼 일”이라고 덧붙였다.

케이뱅크가 BC카드와 함께 출시한 ‘케이뱅크 SIMPLE카드’ 이미지(제공=케이뱅크)
케이뱅크가 BC카드와 함께 출시한 ‘케이뱅크 SIMPLE카드’ 이미지(제공=케이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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