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아 대표, 문제 인물 '회전문 인사' 강행
檢, 김범수 정조준.. 사법 리스크도 재점화

카카오 판교 사옥. 연합뉴스
카카오 판교 사옥. 연합뉴스

카카오의 경영쇄신이 '공염불'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쇄신을 선언하고 변화에 나설 것을 천명했으나 올해 1분기가 지나도록 뚜렷한 성과 없이 오히려 쇄신 작업이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신임 정신아 대표를 내세우고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모습을 감췄으나 정 대표 체제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의 사법리스크 또한 여전하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카카오의 쇄신 작업에 대해 안팎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카카오의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김 위원장에 대한 금감원 조사 이후 발표된 일련의 조치들은 문제의 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대응'보다는 즉각적인 '반응'에 가까웠다"며 "특히 문제의 원인에 대한 명확한 조사와 분석이 선행되지 않고 문제 해결을 위한 책임과 권한이 분산돼 있어 경영체계 일신을 위한 각 기구의 책임과 권한의 범위와 한계가 불명확하다"고 꼬집었다.

준신위는 지난해 김 위원장 등의 연이은 사법 리스크로 위기에 처한 카카오가 만든 외부 윤리경영 감시기구다. 김소영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6인의 외부 위원과 1인의 사내 위원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창업자인 김 위원장의 '전권 부여'에도 불구하고 준신위에는 힘이 실리지 않는 양상이다. 준신위가 책임경영을 위한 인사권고 등을 제시했지만 카카오 측은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와 카카오뱅크 CTO(최고기술책임자) 자리에 논란이 있는 인물을 다시 앉히는 등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 제재와 중소벤처기업부의 검찰 고발 요청, 지난 2월 말 발송된 금융감독원의 분식회계 혐의 감리 결과에 따른 해임 권고 등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말 열린 주주총회에서 2019년 6월부터 대표이사로 재직했던 류긍선 대표이사의 연임을 확정했다.

또 카카오 정 대표는 내정자 신분이었던 지난 2월, 2021년 8월 카카오뱅크 상장 직후 스톡옵션 '먹튀'로 논란이 됐던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CTO를 카카오 CTO로 임명했다.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 대표는 그룹 쇄신을 명목으로 카카오가 새롭게 내세운 신임 대표임에도 불구하고 개선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는 카카오에 과연 쇄신 의지가 있는지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버젓이 벌어졌다. 정 대표는 내정자 타이틀을 떼고 정식 대표이사로 선임되는 자리인 주총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정 대표 대신 1년 7개월의 임기를 마친 홍은택 전 대표가 주총을 진행했다. 정 대표 외에도 카카오의 신임 이사진 모두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다. 주총 개최 장소가 제주도라는 점 때문에 많은 소액주주들이 참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사전에 인식했다 해도 끝없이 추락하는 주가를 감안한다면 도대체 책임경영 의지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규탄의 목소리가 주주들의 토론방에서 들끓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
정신아 카카오 대표

정 대표는 지난해 12월 대표이사로 내정될 당시 "카카오에 시간이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주어진 시간 내 (쇄신)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대표 선임 직후에는 "회사 내·외의 기대와 주주의 눈높이에 맞는 혁신을 이루기 위해 쇄신 작업에 속도를 더하겠다"며 "카카오만이 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 개발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 또한 확보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 소액주주는 "그런 사람이 주총장에 불참하느냐"며 "'쇄신의지'의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이런 와중에 검찰이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사건으로 창업자인 김 위원장을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카카오의 쇄신 작업은 더욱 안갯속에 빠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 경영권 인수전 당시 경쟁상대인 하이브를 방해할 목적으로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린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이 같은 내용을 지시하거나 보고 받았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 위원장에 대한 검찰 조사는 지난해 11월 금감원 특별사법경찰이 그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예견돼온 사안이다. 지금 시점에서 검찰이 김 위원장을 피의자라 칭하며 조사 의지를 밝혔다는 것은 상당 부분 혐의를 입증할 물증 등을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SM엔터 주가조작 의혹 뿐 아니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 고가 인수 의혹과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콜 몰아주기 의혹 등과 관련해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카카오 고위급 경영진만해도 김 위원장을 포함해 6~7명에 이른다. 사법리스크가 카카오 '쇄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내우외환에 처한 카카오는 AI(인공지능) 등 신사업 발굴 등의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서의 위상도 낮아지고 있다. 당장 지난해 공개할 예정이던 대규모언어모델(LLM) '코(Ko)GPT 2.0(가칭)'은 현재까지 공개일이 미정 상태인데다 정 대표의 취임 후에도 구체적인 AI 사업 성장 로드맵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회사 상황을 반영하듯 2020년 6월25일 17만 3000원 최고가를 찍었던 카카오 주가는 17일 종가 기준 4만6900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에 대해 "최근 내부 정비 작업 등으로 AI 등 신규 사업 전략은 다소 후순위로 밀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AI는 생존과 직결되는 이슈인 만큼 심각하게 대응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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