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D, 1분기 만에 다시 적자 전환.. 영업손실 4694억
'광저우 공장 매각·OLED 수요 회복' 실적개선 안간힘

LG디스플레이 본사가 있는 LG 트윈타워 전경.
LG디스플레이 본사가 있는 LG 트윈타워 전경.

디스플레이 업황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LG디스플레이의 실적이 다시 하강하는 가운데, 그룹 전자계열사 맏형인 LG전자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분기 애플 제품 수요 덕에 간신히 흑자전환 했으나 올해 들어 다시 적자 기조가 나타나면서 연간 적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 매출 5조2530억원, 영업손실 4694억원을 기록하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손실은 7613억원이다. 지난해 4분기에 흑자전환 했으나 업황이 회복되지 않으면서 실적이 쪼그라든 모습이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4분기 대비 적자로 전환하는 것은 가동률 하락에 따른 고정비 비중 상승과 제품믹스 부진에 따른 수익성 하락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진단했다.

이 가운데 LG디스플레이가 1분기뿐 아니라 연간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년 대비 적자폭은 원가 개선과 환율 상승 영향으호 감소할 수도 있지만 여전히 TV, PC 등 글로벌 세트 수요 회복 전망이 불투명한 탓이다.

LG디스플레이는 작년 한 해 동안 2조510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2년(2조850억원)에 이어 2년 연속 조단위 적자다.

이같은 실적 악화는 바로 차입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기준 순차입금이 13조4000만원대로 증가했고 부채비율은 307.7%까지로 치솟았다. 향후 4년 동안 매년 상환해야 하는 차입 상환금만 3조원이 넘는 상황이다. 여기에 올해까지 연간 적자를 기록한다면 재정 상황이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의 부진에 모회사인 LG전자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LG전자도 최근 가전 시장 불황으로 여러 타개책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디스플레이 업황 침체가 유독 길어지고 있어 실적에 타격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위기 상황 속에서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초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신한은행과 6500억원 규모의 신디케이티드론 차입 계약을 맺으면서 자금 확보에 나섰다. 또 중국의 저가 공세와 디스플레이 업황에 따른 판가 변동 폭이 큰 LCD(액정표시장치) TV 패널 사업을 크게 축소시켰다.

여기에 LG전자의 도움을 받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경쟁력 강화 등을 위한 1조2925억원의 자금을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상태다. 이 자금 중 3936억원을 채무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며 나머지 금액을 IT용 OLED와 전장용 OLED 투자 등 시설자금 4159억원, OLED 소재 및 부품 등의 원·부재료 등 운영자금 4829억원씩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부채비율은 264.6%까지로 낮아졌다.

또 지난해 말 경기도 파주와 경북 구미 공장 만 40세 이상 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체질 개선도 꾀한 상태로, 비용 효율화를 위한 발판도 마련했다. 이밖에 올해 OLED TV 고객사 확보와 IT용 OLED 투자를 통해 실적 개선을 모색 중이며 원가 개선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는 LG디스플레이 측의 설명이다.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 전경. LG디스플레이 제공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 전경. LG디스플레이 제공

다만 LG디스플레이가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보다 빠른 속도로 자금을 마련하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LG디스플레이가 유상증자를 통한 시설투자 자금을 대부분 6세대 IT용 올레드 투자에 쓸 예정이기 때문이다.

다른 경쟁사들은 현재 8세대 IT용 OLED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태블릿PC와 노트북PC 등에 들어가는 8.6세대 IT용 OLED 생산시설에 2026년까지 4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르면 2025년 1분기부터 초기 가동이 시작될 예정이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업체인 BOE도 지난해 11월 쓰촨성 청두에 8.7세대 OLED 생산라인을 건설하기 위해 88억 달러(11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디스플레이는 유리기판 원장(마더글라스) 면적이 확대될수록 패널 생산량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수익성이 높아지는 구조다. 이에 따라 8세대급(2.25m×2.6m) 유리기판은 기존 6세대급(1.5m×1.8m)보다 면적이 넓어 수익성 개선에 유리하다.

가령 기존 6세대급 설비에서는 14.3인치 태블릿 패널을 연 450만매 생산할 수 있다면 8세대 설비로는 연 1000만매까지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때문에 6세대급 설비로는 8세대급 설비와의 패널 단가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이에 글로벌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8세대 OLED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8세대 IT용 OLED가 글로벌 디스플레이 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는 가운데 LG디스플레이는 아직 차기 8세대 OLED 투자를 시작하지 못한 상황이다. 3조원 이상의 막대한 투자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인데, 이는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공장 매각 여부에 이목이 집중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것인지 LG디스플레이가 소극적이었던 광저우 LCD 공장 매각을 최근 들어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BOE가 인수전에서 경쟁사들보다 앞서면서 가격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LCD 사업을 진작에 접지 않은 게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2022년 6월을 기점으로 LCD(액정 표시장치) 사업을 완전 철수하고 중소형 OLED에 집중했던 경쟁사가 실적 면에서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 LG디스플레이에 기대할 점은 OLED 수요가 살아나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디스플레이협회에 따르면 올해 OLED 패널 시장은 487억4000만 달러로, 전년(423억5000만 달러) 대비 15% 증가할 전망이다. 프리미엄 제품의 OLED 전환 확대와 스마트폰, 태블릿 등 IT 분야의 OLED 대세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옴디아 역시 IT용 OLED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IT용 OLED 시장 매출은 올해 25억3400만 달러(3조3800억원)에서 2029년 89억1300만 달러(11조8900억원)로 연평균 28.6%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가 연간 적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하현수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대형 OLED 부진이 지속돼 LG디스플레이의 전체 OLED 사업 이익구조가 안정화하기까지 시일이 필요하다"며 "다만 중소형 OLED 패널 공급 확대와 대형 OLED 고정비 부담완화로 점진적 이익 안정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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