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 현상 지속될 경우, 원·달러 영향
중국 부채 증가할 수록 위안화 약세 전망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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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엔화가 장중 달러당 160엔을 기록하며 환율 가치가 3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당분간 고강도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지는 상황에서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 유지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일본 엔화에 대한 ‘킹 달러(달러 강세 현상)’ 압박이 이어지며 한국과 중국 환율 역시 불안한 모습이다. 

30일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약 엔·달러 환율이 일본정부의 외환시장 직접 개입 등으로 다소 안정을 찾는다면 원·달러 환율 역시 추가 하락할 여지가 있다”며 “반대로 매파적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결과 영향으로 엔·달러 환율이 추가로 상승할 경우 원·달러 환율도 재차 1400원에 근접할 것을 보여진다”고 밝혔다.

주요외신 보도에 따르면 전날 오전 거래에서 엔·달러 환율은 160.17엔을 기록했다. 엔·달러 환율이 160엔을 넘어선 건 1990년 4월 이후 34년 만이다. 엔·달러 환율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달러당 140엔대 수준이었는데, 26일 일본은행이 금융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후 급상승했다. 

일본은행이 기준금리 동결을 선택하며 투자자들이 낮은 가치의 엔화 기반 투자상품을 팔고, 수익률이 더 높은 달러 상품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당초 시장에선 일본은행이 2016년부터 이어 온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끝내고 인상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경우 엔화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이 됐지만, 일본은행은 금리인상이 아닌 동결을 선택했다. 

문다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이 엔화 약세에 대해 어느 정도 용인한 이상, 당분간 엔화의 추세적인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엔·달러가 급격히 상승했다는 점에서 당국의 실제 개입이 없다면 다음 저항선은 1차 160엔, 2차 170엔 수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달러 강세 현상은 한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1377.0원을 기록했다. 앞선 16일 오전에는 장중 14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건 2022년 11월 7일 기록한 1401.2원 이후 약 17개월 만이다. 

이를 두고 증권업계에선 ‘단기성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약세의 가장 큰 배경은 달러 강세에 있지만,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 등이 약세를 보이는 현상에 연동된 탓도 있다”며 “최근 환율 상승은 달러 강세 및 지정학적 위험 확대의 결과일 뿐 2022년처럼 자본 유출 압력이 높은 상황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허 연구원은 “한국 무역수지는 2022년 말 100억 달러 내외를 기록했으나, 현재는 10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며 “한국 수출이 좋아지는 상황에서 원·달러 1400원 안착은 다소 과도하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한국과 일본 모두 환율가치 약세로 인한 수출 수혜를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분석도 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과 일본은 ‘J커브’ 효과가 잘 들어맞지 않는다”며 “이론상 가파른 엔화 약세 이후 시차를 두고 일본의 무역수지가 크게 개선되어야 하지만 양국 모두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J커브 효과란 자국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 처음에는 오히려 무역수지가 악화되다가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야 개선되는 현상을 말한다.

권 연구원은 “J커브 상관계수가 잘 맞는 다른 신흥국의 경우,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 우위에 따른 유동성 모멘텀이 양호한 편”이라며 “그러나 한국과 일본은 구조적인 경상수지 흑자 감소로 달러 공급이 줄어드는 반면 해외투자 확대로 달러 수요가 늘어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유진투자증권 제공.
유진투자증권 제공.

엔저 현상으로 위안화 환율 역시 급락했다. 중국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전날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거래된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7.2468위안을 기록했다. 전 거래일과 비교해 하루 만에 3포인트가 떨어진 것이다.

과거에는 중국의 부채가 증가하는 국면에서 위안화가 강세였으나, 2015~2016년 이후에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15년 이전 중국 부채가 늘어나는 국면에서 중국 위안화 가치가 상승했다”며 “반면 최근 위안화 약세는 중국 부채 싸이클이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중국 위안화 약세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여진다”며 “연준의 고강도 통화정책 기조가 이어지는 동안 달러는 강세 국면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달러 강세 현상에 따른 환노출 상품도 눈에 띈다. 이날 NH투자증권은 ‘QV 선진국 1등주 ETN’와 ‘QV 월간 레버리지 선진국 1등주 ETN’ 등의 상장지수증권(ETN)을 신규로 상장했다. 

‘QV 선진국 1등주 ETN’의 경우, 미국·영국·독일·프랑스 등 선진국 시가총액 1등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QV 월간 레버리지 선진국 1등주 ETN’는 선진국 1등주 ETN 월간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한다. 해당 상품들은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만큼 달러 환율이 높아질 수록 투자성과에 영향을 받는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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