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임금보다 소비자물가 더 올라
가계신용 잔액과 연체율 모두 상승세

한국을 포함한  세계 주요국의 고강도 통화정책으로 소비시장이 경색되고 있다특히 소기업과 가계의 부채폭탄이 임박한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된다스트레이트뉴스는 소상공인과 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이를 전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쉐이크쉑 코리아 인스타그램 사진 캡처.
쉐이크쉑 코리아 인스타그램 사진 캡처.

“오늘 점심 뭐 먹지?”

4월의 어느 평일 점심시간, 여의도 IFC몰에 들어선 직장인들의 고민이 깊어진다. 과거 직장인들의 점심 고민은 비슷한 가격대로 형성된 다양한 메뉴 중 한 가지를 고르는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현재 ‘점심고민’이라는 표현은 무섭게 치솟는 외식물가 상황에서 그나마 합리적인 가격의 식당과 메뉴를 각자 알아서 발굴해 한끼 때우는 걸 성공하는 것으로 의미가 바뀌었다. 

24일 모바일식권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 식신은 “전국 일반식당 평균 결제금액이 1만원을 돌파해 사실상 점심값 1만원 시대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최근 평범한 직장들 눈높이에서 외식을 포함한 생활지출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예를 들어 햄버거 프랜차이즈 쉐이크쉑은 ‘쉑버거(싱글 패티 기준)’ 단품 메뉴를 89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쉐이크쉑 버거가 처음 국내시장에 들어 온 2016년과 비교해 무려 28.98%(2000원) 오른 것이다.

쉐이크쉑이 처음 국내에 도입된 당시 ‘스모크쉑’과 ‘슈룸버거’ 가격이 각각 8900원, 9400원 등으로 형성된 것을 두고 ‘비싼 햄버거 가격이 동종업종 프랜차이즈의 가격 인상만 부추긴다’는 우려가 있었다. 현재 해당 제품 가격은 각각 24.71, 11.70% 오른 1만1100원, 1만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최근에는 농림수산물 물가가 크게 오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외식물가는 꾸준히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전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2.46으로 2월 대비 0.2% 올랐다. 특히 농림수산품 지수는 2월 대비 1.3% 오른 154.20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 수준이다. 

세부적으로 배추가 2월 대비 36.0%, 양파가 18.9% 올랐다. 돼지고기는 11.9%, 김은 19.8% 상승했다.

특히 2022년 3월과 비교했을 때 사과는 135.8%, 양배추는 51.6% 뛰었다.

경기도 용인에 거주하는 주부 A 씨는 “어느 순간부터 매달 생활비가 초과되고 있다”며 “‘혹시 오늘은 할인행사를 하는 품목이 있을까’ 싶은 마음에 시장을 가지만, 물가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것만 확인하고 다시 돌아올 뿐”이라고 말했다.

직장인들의 임금 상승률은 사실상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상용근로자의 1인당 평균 연간 임금총액은 4781만원으로 2022년(4650만원)보다 2.8% 늘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7월 6.3%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초 5.05%를 기록 후 7월 2.4%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9월과 10월에는 각각 유가와 환율, 농수산물 가격이 상승하며 3.7%, 3.8%를 기록했다. 올해 1월에는 다시 2.8%로 떨어졌으나 2~3월 연속으로 3%대를 기록했다. 

실질적인 임금보다 소비자물가가 더 오른 것이다.  

이 밖에 내수경기가 정체되니 부동산과 주식 등 투자 자산 가치도 변동 폭이 큰 상황이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제공.

국내 가계신용 잔액은 증가 추세다. 가계신용이란 가계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부채를 의미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86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과 비교해 1.00%(18조8000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작년 말 기준 가계신용 중 판매신용(카드대금)을 제외한 가계대출 잔액 규모는 1768조3000억원으로, 2022년 동기와 비교해 1.05%(18조5000억원) 늘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복합적인 상황 때문에 사람들이 가계 빚을 갚을 수 있는 체력 자체가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24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월 말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을 보면 연체율은 0.51%로 전월 말(0.45%) 대비 0.06%포인트(p) 상승했다. 2월 말 기준 연체율이 0.5%대로 오른 것은 2019년(0.52%) 이후 5년 만이다. 

최근 6개월간 연체율 추이를 보면 지난해 9월 0.39%에서 11월 0.46%까지 오르다 12월 0.38%로 주춤한 뒤 올해 1월 0.45%로 반등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24%로 전월 말(0.38%) 대비 0.04%p, 지난해 2월 말(0.32%)과 비교해 0.1%p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0.27%)은 전월 말(0.25%) 대비 0.02%p 올랐고 전년 동월 말(0.2%)과 비교해 0.07%p 상승했다. 같은 시기 주담대를 제외한 가계대출 연체율은 0.84%로 전년 동월 말(0.64%) 대비 0.2%p 상승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취약차주에 대한 채무조정 활성화를 유도하고, 부실채권 상·매각 등을 통한 자산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도록 하겠다”며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 등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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