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포트폴링오 중 53.5%, 해외투자 자산
최근 해외 반도체·빅테크주 불확실성 확대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민원실. 연합뉴스 제공.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민원실. 연합뉴스 제공.

지난해 국민연금이 기술주를 중심으로 해외주식 포트폴리오를 늘리며 운용성과를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국내 주식시장은 물론 미국 나스닥 상장 종목 엔비디아 등 디지털 인프라 관련 종목의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사실상 국민연금의 투자처가 막혔다”는 목소리도 있다.

22일 스트레이트뉴스가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의 기금 포트폴리오 공시를 분석한 결과, 현재 국민연금은 138조원 규모의 국내주식 포트폴리오를 운용하고 있다. 2019년과 비교해 4.39%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은 166조원에서 339조원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채권 포트폴리오 역시 마찬가지 모습이다. 1월말 기준 국민연금이 운용한 국내채권 자산 규모는 322조원으로 2019년(321조원)과 비교해 사실상 제자리 걸음이다. 2019년 30조원 규모였던 국민연금의 해외채권 포트폴리오 규모는 현재 76조원 넘게 증가했다.

이 기간 국민연금은 전체 포트폴리오 자산 중 국내투자 자산이 46.4%로 나타났다. 53.6%(651조4000억원)는 모두 해외투자 자산이다.

국민연금이 해외투자 규모를 늘린 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연금기금 해외투자 종합계획’ 때문이다. 2020년 7월 당시 보건복지부는 30% 내외였던 해외투자 비중을 2024년까지 50%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국내자산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 눈에 띄는 수준도 아니다. 2021년부터 2023년 말까지 집계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운용 수익률은 0.21%에 그친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으로 11.96%의 수익을 낸 것과 대조된다. 같은 기간 국내채권과 해외채권 수익률은 각각 0.15%, 3.47%로 나타났다.

올해 1월 말 국내주식과 채권 포트폴리오 수익률은 각각 - 5.98%, -0.58%를 기록한 반면 해외주식과 채권은 5.17%, 2.56%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국민연금은 올해 전체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국내 주식과 채권 비중을 각각 전년 말 대비 0.5%포인트(p), 2.6%p 줄인 15.4%, 29.4%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연금이 운용하는 국내주식 세부 종목 중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8%로 가장 크다. 보유 중인 지분 7.68%의 평가액은 9일 기준 38조3421억원에서 17일 36조1865억원으로 5.62%(2조1555억원) 줄였다. 이 밖에 SK하이닉스(-2416억), KB금융(-2022억), 포스코 홀딩스(-1844억), 삼성물산 (-1489억) 등도 자산 규모를 축소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반면 국민연금이 운용하는 해외주식 자산은 2.7%p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국민연금이 운용하는 해외자산 포트폴리오는 공개가 안됐지만 증권업계에선 반도체주와 빅테크주 중심의 포트폴리오 구성을 추정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해외투자 종합계획의 일환으로 국내자산을 지속적으로 축소하며 해외자산을 늘리는 중”이라며 “해외자산 상위권 포트폴리오는 반도체주, 빅테크주 등 디지털 인프라 관련 종목으로 투자가 집중됐을 텐데 현재는 이조차도 불확실하다”라고 말했다. 

본래 국민연금은 에너지, 교통, 전기·수도 등 유틸리티 섹터 투자에 집중했지만, 해외투자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디지털 인프라 관련 투자처를 발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대만 TSMC처럼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밑돈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충돌,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 미실시 가능성 등의 영향으로 해외 디지털 인프라 투자처도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이다.

19일(현지시간 기준) 엔비디아 주가는 전날보다 10%(84.7달러) 급락한 762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2월 21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같은 날 제2의 엔비디아로 불리는 AMD도 5.44% 급락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TSMC가 기대 이하의 실적과 시장 전망을 발표하자 테크 업체들의 전반적인 주가 조정이 발생했다”며 “특히 슈퍼마이크로의 잠정실적 미발표는 그동안 안전하다고 생각되었던 인공지능(AI) 투자심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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