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미 연준 금리인하 불투명…외국인 이탈, 8만전자 무너지나
이스라엘-이란 무력 충돌에 유가, 금 고공행진
16일 오전, 코스피가 50포인트 이상 하락하며 총선 이후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추진해온 밸류업 프로그램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구심, 때마침 3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을 소폭 뛰어넘으며 연방준비제도(Fed) 주변에서 금리 인하의 시기를 미루고 횟수마저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오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스라엘과 이란간 무력 충돌에 안전자산인 금과 달러로 자금이 이동하자 외국인 이탈 흐름에 8만전자(삼성전자 주가 8만원)마저 위태롭다.
16일 오전 10시 50분 현재 코스피는 2614.41(-2.10%)를 기록하며 3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한달 새 코스피는 3월 26일 장중 2779.40까지 오른 이후 이달 들어 약세를 보이기 시작, 총선(4월 10일) 이후 2700선이 무너지고 현재 2600선 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 기대감과 실적 개선으로 약 한달 전인 3월 19일 장중 7만1700원을 기록하던 삼성전자가 총선 직전인 이달 8일 8만6000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16일 오전 8만100원을 기록하며 8만전자 수성도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수급상으로는 올 들어 순매수를 이어오던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주춤하는 분위기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외국인인 코스피에서 15일까지 약 19조원(18조9726억원) 순매수했고 동 기간 기관은 약 13조3660억원 순매도, 개인은 6조846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코스피가 연초 2645.47로 시작해 약 3개월간 상승을 이어가는 동안 외국인은 매수, 기관과 개인은 매도 우위를 보인 결과다.
다만 코스피에서 연일 매수우위를 보여왔던 외국인들이 12일 -627억원, 15일 -2554억원 등 순매도를 보이는 상황이다. 16일에도 오전 10시 30분 현재 2000억원 가량 순매도를 보이는 상황이다. 외국인들은 코스닥에서도 1800억원 가까운 순매도 중이다.
이는 악재가 한꺼번에 몰린 여파다.
지난주 총선 직전 발표된 3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당초 예상인 3.4%를 소폭 넘어선 3.5%를 기록하며 우려를 자아냈다. 폭 자체가 큰 것은 아니지만 점차 물가 안정화를 통해 금리 인하에 힘을 받기를 원하는 시장 상황에선 기대를 넘어섰다는 것 가체가 악재였다.
여기에 다른 나라 대비 힘을 받지 못하던 코스피가 정부의 주도하에 ‘밸류업 프로그램’이 등장하며 두달여간 강세를 이어왔으나 야당의 총선 압승으로 앞날이 불투명하게 된 것도 악재다. 미국의 경제가 예상 밖 호조를 보이자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미 연준이 금리인하는 고사하고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위협하는 상황도 문제다. 수출을 하는 입장에서는 원화 약세가 악재만은 아니지만, 자금을 한국에 투자해야 하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동인이 사라지는 셈이다.
오히려 현지시간 13일 세계 3대 산유국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공격을 감행하고 이스라엘이 이에 대한 반격에 나설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게 되면서 유가에 대한 불안이 커지는 것도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소다. 불안한 심리에 금값만 계속 오르고 있다.
다만 이러한 요소들에 대한 과도한 우려를 거둘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KB증권 이은택 연구원은 “이란이 공격대상으로 민간이 아닌 군사시설만을 표적으로 삼았는데, 이는 전면전으로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이란의 UN대표부도 이번 공격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은 종료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말한 부분에 주목했다.
이어 “공습 전에 미국에 사전 통보하여 미국과 충돌할 의지가 없음을 밝혔고, 이스라엘이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란과 전면전에 나서긴 쉽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비교적 얕은 조정(-10% 이내) 전망을 유지한다”며, “매크로 충격 발생시 조정은 피하기 어렵겠지만, 충격에 대한 조정 폭은 충격의 크기보단 경기사이클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5월말 우주항공청 출범과 관련 정책 출시라는 모멘텀도 존재하는 ‘우주/국방’에 대한 관심 유지”를 권했다.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 KB증권 하인환 연구원은 “총선 결과로 인한 추가적은 조정은 불가피했다”고 전제하면서도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이제부터 볼 필요가 없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하 연구원은 “입법부의 지원을 받기 제한된 상황이 되었지만, 그것이 곧 행정부가 하는 일을 무시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에서 추진하는 법안에 대해 전부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1분기 때 밸류업 프로그램을 주도했던 수급은 ‘외국인’이었지만 추후 주요하게 봐야할 것은 연기금 수급”이라며,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현황은 2024년 국내주식 목표 비중에 미달하고 있기 때문에 연기금의 매수세가 관찰되는 시기를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고 조언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