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가치 하락 전망 및 지정학적 리스크 겹친 탓
금 가격이 치솟고 있다. 9월 중 미국 연방준지제도의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며 달러 가치 하락이 예상되고,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금 가격은 한 돈에 45만4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1년 전 같은 날과 비교해 30.09%(10만5000원) 높은 수준이다.
금값이 치솟는 건 전 세계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올 초에 트라이온스당 2073달러였던 국제 금 선물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금요일이었던 23일은 온스당 2546달러에 마감했다. 앞선 18일에는 장 중 2549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 투자자 사이에선 금 상장지수펀드(ETF)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금 현물에 투자하는 ‘에이스 KRX금현물’ ETF를 161억원 규모 순매수했다.
안전자산인 금값으로 유동성이 집중되는 표면적인 배경에는 미국 연준의 9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와 중동지역 중심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자리를 잡고 있다.
23일(현지시간 기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통화정책을 조정할 시기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파월 의장의 발언을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기준금리 인하로 염두하는 상황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는 72% 확률로 다음 달 금리 인하를 예측하고 있다.
일각에선 “투자자들의 금 수요 집중 현상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달러의 가치 하락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미국 부채는 35조 달러(4경6515조원) 규모로 알려졌다. 문제는 대선 후보로 나선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모두 세수를 줄이거나 복지를 늘리는 방향으로 공약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후보는 법인세율을 현행 21%에서 15%로 낮추는 감세 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연간 1000억 달러(약 132조9000억원)의 세수 감소를 의미한다. 해리스 후보 역시 첫 주택 구입자에게 최대 2만5000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중동지역 리스크 심화도 안전자산인 금 투자 수요를 부추기는 모습이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의 공격 조짐을 포착했다며 전투기 100여 대 등을 동원해 레바논 내 헤즈볼라 표적을 선제 타격했고,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300발이 넘는 로켓을 쏟아부으며 지난달 고위 지휘관이 암살된 데 대한 보복 개시를 선포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48시간 동안 전국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다만 경제학계에선 본질적으로 중앙은행의 금 매입 강화가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이라는 목소리가 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전통적인 변수의 영향력 약화 속 금 가격 강세 배경으로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의 대선 등이 손꼽힌다”며 “다만 본질적인 가격 상승의 이유로 영향력이 약했던 중앙은행 매입 등이 이번 금 가격 강세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 세계 중앙은행은 1037.4톤의 금을 매입했다. 이는 2022년 1081.9톤을 매입한 것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매입량이다. 이러한 추세를 놓고 봤을 때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움직임은 올해도 진행형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인민은행은 2022년 11월 이후 18개월 연속 금을 매입했다. 인민은행의 금 보유고는 2024년 4월 2264톤을 기록했다.
한편 국제금융센터는 현재 금 가격 상승 요인 중 설명이 어려운 요인도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오 전문위원은 “금의 경우 이자와 배당이 없는 화폐의 가치를 보유하며, 투자 및 리스크 헤지를 목적으로 많이 활용된다”며 “공급 여건 영향이 큰 다른 원자재와 달리 경기전망 등의 변수가 가격 움직임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선 금을 대체할 만한 투자 수단으로 성장주와 배당주를 손꼽는 목소리가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저금리 환경에서는 기업의 자본 조달 비용이 적어지기 때문에 성장주, 특히 기술주와 같은 고성장 업종이 유리할 수 있다”며 “낮은 금리로 인해 미래 수익이 더 높은 가치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배당주 역시 저금리 환경에서 매력적인 투자수단 중 하나”라며 “이는 은행 예금이나 채권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이 낮아지기 때문에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제공하는 주식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익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의미하는 만큼 경기 움직임에 민감한 종목은 피할 필요가 있다.
증권업계 다른 관계자는 “최근 미국 등 글로벌 경기 전반에 디플레이션이 부각되는 상황”이라며 “경기침체 시기에는 명품, 고가 전자제품 뿐만 아니라 자동차, 철강, 소비재 등 경기 민감도가 높은 산업과 관련된 주식이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