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무력충돌이 이란의 직접 개입으로 확산됐다. 외국인의 국내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며 원·달러 환율은 16일 장중 1400원을 터치했다. 

서울외환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84.0원)보다 0.75%(10.5원) 오른 1394.5원에 마감했다. 같은 날 오전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00원에 도달했다. 2022년 11월 7일 기록한 1401.2원 이후 약 17개월 만이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1990년대부터 원·달러 환율 저점이 점점 높아졌다”고 말했다. 하 연구원은 “IMF 사태 등 과거 위기 때 외환시장에서 나타났던 현상들을 종합할 때 추정해 볼 수 있는 원·달러 고점은 1400원 초반대”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양측간의 무력 충돌은 이번달 8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에서 지상군 병력을 일부 철수하며 휴전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하마스의 배후세력으로 알려진 이란이 13일 밤 드론과 순항미사일을 앞세워 이스라엘을 공습했다.

이 영향으로 연초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외국인의 순투자가 이어졌으나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소식으로 외국인의 투자가 크게 빠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 2일부터 4월 12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를 19조2270억원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기관과 개인 투자자는 각각 13조3140억원, 6조3670억원을 팔아치웠다. 

지난 주말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소식 직후 첫 개장날인 15일부터 이날까지는 반대로 외국인이 5270억원을 팔아치웠다. 외국인의 순매수가 순매도로 돌아선건 안전자산인 달러와 금으로 수요가 몰렸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권아민 NH농협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축소되며 달러가 강한 상황”이라며 “달러 지수(DXY)는 106p 에 다가서며 5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권 연구원은 “여기에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해지며 단기 저항선이 뚫렸다”며 “원·달러 환율은 추가적으로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환율 폭등 현상에 대해 과감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중동 사태 관련 관계부처 합동 비상경제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환율이 국내 경제 펀더멘털과 괴리되어 과도한 변동성을 보일 경우, 즉각적이고 과감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개최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10회 연속 3.5%로 동결하며 “주요국 통화정책과 환율 변동성, 지정학적 리스크 불확실성도 여전히 크다”고 우려한 바 있다.

달러 관련 상품에 투자한 이들은 소리없이 웃음을 짓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이 운용하는 ‘KODEX 미국S&P500 테크’,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미국S&P500' 등이 대표적인 장지수펀드(ETF) 상품이다.

권병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시장에 상장된 S&P500 환노출, 환헤지 ETF의 최근 1년 수익률은 각각 34%, 25%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5.6% 상승한 것 외에도 환헤지 비용이 반영되면서 두 ETF 수익률 격차가 확대됐다”며 “현재 1년 원·달러 스왑레이트는 작년 이맘때와 유사한 -2%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스라엘은 확대를 자제하는 모습이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과 헤르지 할레비 참모총장은 “이란 공습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다만 이란 공격 방어에 힘을 보탠 미국 등 우방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방어는 성공적이었으며, 추가 보복은 자제해달라는 스탠스가 유지되는 중”이라며 “확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확산되면서 비트코인, 이스라엘 증시 등이 소폭 회복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