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금리 인하 뒤로 뒤로…이란 이스라엘 본토 군사공격 개시
환율 위기에도 시장 불안 경미...해외투자 증가로 변동성 확대 가능성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전망 중인 이창용 총재. 연합뉴스 제공.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전망 중인 이창용 총재. 연합뉴스 제공.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7개월 만에 1370원을 넘어섰다. 우려했던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군사 공격 시작으로 유가가 치솟고 안전자산 선호가 이어지며 1400원 마저 위태로운 수준이다. 여기에 미국 고용과 물가가 여전히 강세를 보여 미 연준이 금리 인하 시기를 뒤로 미루고 그 횟수와 폭도 줄어들 것으로 보여 당분간 달러 강세는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12일 전주 대비 22.6원 상승한 1375.4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2022년 11월 10일(1377.5원)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주간 상승 폭 역시 지난 1월 19일(25.5원) 이후 최고치다.

달러(US)의 강세 요인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더디게 둔화하면서,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시점이 시장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현지시간 9일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3월 미국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해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뛰었다. 당초 예상(3.4%)을 뛰어넘는 수치다. 당초 상반기 중 금리 인하 시작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전문가들은 빠르게 기존 전망치 수정에 들어갔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CPI 발표 직후 금리선물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6월 금리 인하 확률은 20%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간담회를 개최한 글로벌 자산운용사 얼라이언스번스틴(AB)의 거숀 디슨펠드(Gershon M.Distenfeld) AB자산운용 수석부사장은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은 50%, 금리동결 가능성은 30%, 더 앞당겨 금리인하 조치를 단행할 가능성은 20%”로 전망했다.

경제가 특수하게 호황인 미국과 상황이 다른 국가들이 금리 인하를 먼저 단행할 가능성도 커지면서 달러는 더욱 강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JP모건은 미국의 3월 비농업 부문 취업자 수가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는 등 노동시장이 매우 강한 모습을 나타낸 데 주목하며,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급성이 줄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6월 정책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달러는 한 번 더 강세 압력을 받았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 1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일부 위원이 금리인하에 자신감을 느끼고 있다"며 "모든 것이 2%로 돌아갈 때까지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2일 10연속 금리를 3.50% 동결 결정을 한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피벗 시그널을 작년 말부터 줬기 때문에 (통화정책) 탈동조화는 이미 시작됐다고 본다"며 ECB와 스위스 중앙은행을 언급하기도 했다.

여기에 전세계적으로 이어지는 지정학적 위험 고조도 달러 강세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은 이란과 이스라엘 간 분쟁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현지시간 13일 이란은 이스라엘 영토를 겨냥해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 AP뉴스에 따르면,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에 군사 공격을 단행한 것은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양국이 적대관계가 된 이후 처음이다.

추가적으로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에 투자한 배당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환전 과정에서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 것도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부추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4월 말까지 배당금 역외송금 관련 수급 이슈가 있는 상황인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규모는 약 7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 상단을 1400원대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원/달러 환율이 1375원 선을 넘어선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7∼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8∼2009년, 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달러가 초강세를 나타냈던 2022년 하반기 등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 일이었다.

다만 한은은 예전만큼 시장 불안이 크지는 않다는 설명을 내놓는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현재 환율 수준에서도 시장 혼란이 덜한 이유에 대해 "최근 환율 상승은 기본적으로 달러 강세의 영향이기 때문에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고, 해외 순자산이 늘어난 것도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환율이 오르면 대외부채를 상환 부담 때문에 신용 리스크가 있었다지만, 지금은 우리나라가 대외순자산국이기 때문에 환율 변화로 경제 위기가 오는 구조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국민연금 등 기관과 개인들의 해외 주식 및 채권투자 확대로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한은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중 국내 외환 수급이 수출 증가에 따른 경상수지 확대와 함께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나, 지난해 일시적으로 큰 폭 유입되었던 기업의 해외 유보소득이 줄어드는 가운데 개인투자자의 해외증권 투자가 한꺼번에 확대될 경우 외환 수급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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