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해외기업 상장 유치 영향 줄 것'이란 의견 있어
거래소 "해외기업 유치 목적으로 밸류업 추진하는 건 아니야"

기업밸류업 지원방안세미나에 앞서 인사말 중인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한국거래소 제공.
기업밸류업 지원방안세미나에 앞서 인사말 중인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한국거래소 제공.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해외기업들의 코스피 상장까지 유도할 수 있을지 시장의 귀추가 주목된다.

26일 한국거래소가 온영하는 기업공시채널 KIND 공시를 보면, 2000년부터 현재까지 해외기업 7곳이 코스피에 상장했다. 이 중 5곳은 상장이 폐지됐고, LVMC홀딩스와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만 상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LVMC홀딩스(구 코라오홀딩스)는 라오스 소재의 자회사 오토 월드(Auto wold)를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2009년 케이먼 제도에 설립한 회사다. LVMC홀딩스의 자회사 오토 월드는 라오스에서 신용대출을 기반한 신차 판매와 신차 조립 및 반조립 제조 판매 사업 등을 하고 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구 피비파마)는 2015년 싱가포르에 설립된 항체의약품 개발 전문 제약회사다.

일각에선 정부가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이 향후 해외기업의 코스피 상장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기대한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핵심 정책이다. 기업가치 우수기업에 대한 전담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투자 참여를 유도한다. 이에 더해 금융당국은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를 인하하는 등의 세제 지원도 검토 중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목적 자체가 기업가치 제고를 지원하고 증권시장의 성장 촉진에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해외기업의 코스피 상장 유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제22대 총선이 사상 최대의 여소야대로 구성되며 일각에선 ‘밸류업 추진 동력이 상실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금융당국은 원안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3일 “2월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이 발표된 이후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다”며 “5월 중 계획 가이드라인을 확정·발표하고 준비된 기업부터 적극적으로 공시가 이뤄질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국내외 많은 투자자들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기업 밸류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골든타임”이라며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는 이날도 코스닥 상장기업 10곳을 대상으로 밸류업 지원방안 간담회를 열고 기업 의견을 청취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달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자산총액 10조원 규모 이상의 기업과 간담회를 시작으로 이번달 17일에는 자산총액 2조원 규모 이상의 10개 기업을 만나 밸류업 관련 논의를 했다.

다만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국내시장 가치가 상승하더라도 헤외기업 유치를 위해선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증권업계 다른 관계자는 “해외기업의 코스피 유치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언어 및 문화적 차이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와 기업의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이러한 과제를 극복하고 프로그램의 효과를 극대화한다면, 해외 우수 기업 유치를 통한 한국 증시의 국제 경쟁력 강화 및 지속 성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 측은 “(긍정적 영향은 있겠지만) 밸류업 프로그램 자체가 해외기업 유치를 목적으로 추진한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픽사베이 제공.
픽사베이 제공.

한편 해외기업 입장에서 코스피 상장에 성공하기 위한 조건을 맞추는 건 쉽지 않다. 

대표적으로 해외기업이 국내에서 발행한 주권을 한국거래소에 직접 상장해 거래시키는 방법이 있다. 

이 과정에서 해외기업은 크게 ‘외형 조건’과 ‘질적 요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외형 요건은 사전에 심사를 청구할 수 있는 자격을 검증하는 기준으로 기업 규모나 재무 내용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질적 요건은 상장 심사 청구자격을 갖춘 기업에 대한 적격성 여부를 검증하는 기준으로 기업의 지속성이나 경영투명성 등을 평가한다.

이 밖에 해외기업이 국내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하는 수단으로는 주권을 외국에서 발행한 후 주식예탁증서(DR)를 국내에서 발행해 상장 및 거래시키는 방법도 있다.

증권업계에선 “해외기업이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별도의 한국어 공시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증권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LVMC홀딩스와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의 경우 한국어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국문으로 작성된 IR을 공시하고 있다”며 “국내 주식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모든 해외기업이 국문 공시를 신경 쓰는 건 여건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해외기업이 국내 증권시장에서 퇴출당하며 형성된 국내 투자자들의 부정적인 인식도 개선되어야 할 문제다.

2007년 중국기업으로는 처음 우리 증시에 상장한 3노드디지탈그룹유한공사는 2013년 상장 폐지됐다. 코웰이홀딩스유한공사와 중국식품포장, 웨이포트는 스스로 상장폐지를 신청해 한국 증시를 떠났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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