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된 목표치 달성 실패 이유로 불공정거래 대상 되진 않아”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5월중 확정·시행...기업별 순차 공시"
한국거래소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계획서' 작성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가이드라인은 자율성과 미래지향성 등 5개 요소가 핵심인데 거래소와 함께 가이드라인을 설계한 자본시장연구원은 “기업이 계획서에 작성한 목표 달성을 실패했다는 이유로 불공정거래 대상 되진 않는다”는 입장이다.
2일 한국거래소는 상장기업의 ‘기업 가치 제고(밸류업) 계획’ 수립·공시를 지원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각 기업이 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KIND)을 통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연 1회 이상 공시할 것을 권장한다”며 “실제 성과 지표가 계획서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불성실공시 대상이나 불공정거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다만 허위공시에 따른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나 허위내용 기재를 통해 재산상 이익을 얻고자 할 경우 부정거래행위 금지 등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 조항을 적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 밸류업 계획서는 ▲자율성 ▲미래지향성 ▲종합성 ▲선택과 집중 ▲이사회 책임 등 5개 요소가 핵심이다.
자율성은 기업 가치 제고 계획 수립 및 공시 참여 여부를 말한다. 계획 내용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작성한다. 미래 지향성은 기업이 중장기적 가치 제고를 위한 미래계획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것을 말한다. 종합성은 사업보고서, 지배구조보고서 등 산재된 정보를 종합해 재구성하는 것을 뜻한다.
또한 기업들은 계획서에 대한 세부 내용과 서술방식에 있어 기업 특성을 고려해 강조할 부분을 선정한다. 이사회 역시 기업가치 제고 계획 수립 과정에서 이사회의 적극적 참여를 권고한다.
이 실장은 “각 기이 시장평가, 자본효율성, 주주환원, 성장성 등 재무지표 뿐만 아니라 지배구조보고서 핵심지표 등 지재무지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자본조달비용(COE)을 비교하고 매출액 성장률을 예상해 신규투자 증대나 주주환원 확대 등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통 강화를 통해 대주주, 일반주주의 이익이 일치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각 기업의 전략 및 재무담당 부서가 중심이 되어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며 “경영진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적절히 수립 및 이행했는지 감독하고 필요한 경우 이사회 보고, 심의 의결을 거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투자자 정보 접근성 제고를 위해 영문공시 병행을 장려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거래소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위해 3월 초 기업·투자자·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기업 밸류업 자문단’을 발족했고, 상장기업은 물론 기관·외국인 투자자 등 다양한 시장 참여자와 소통해 왔다.
거래소는 밸류업 제도 안착을 위해 기업 실무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활동들을 펼칠 계획이다. 기업별 공시와 투자 지표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기업 밸류업 통합페이지’를 신설하고 연기금 등이 투자에 활용하도록 기업가치 우수기업들로 구성된 밸류업 지수 개발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지헌 거래소 상무는 “상장기업 공시담당 임직원 대상으로 밸류업 교육과정을 신설하고 담당자 워크샵을 실시할 것”이라며 “각 회사 이사회 전문성 강화를 위한 간담회와 안내 프로그램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상무는 “중소상장기업을 대상으로 1대 1 맞춤 컨설팅을 지원하겠다”며 “이들을 대상으로 영문 번역 서비스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은 “투자자에게는 기업의 재무적, 비재무적 정보를 함께 제공함으로써 기업가치에 대한 보다 객관적 판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물적·인적 자본이 부족한 중소 상장기업도 밸류업에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각종 교육, 컨설팅 및 영문번역 서비스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거래소는 기업 밸류업을 스튜어드십 코드에 반영하고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개발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승근 국민연금공단 주주권행사1팀장은 “밸류업 프로그랩을 위한 소통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며 “스튜어십코드 활용 등으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제도 안착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왕겸 미래에셋자산운용 책임투자전략센터장은 “자율공시를 기업에 온전히 맡길 경우 신뢰성에 대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이사회 책임, 승인과 결정사항 등을 충분히 고려할 정도로 가이드를 보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밸류업 안착을 위해 국민연금을 비롯한 민간 기업 투자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관계자들과 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업종별로 사정이 다른 점을 감안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천기성 CJ제일제당은 “가령 제조업의 경우 설비투자 비중이 높은데 특정지표에 매몰되면 불필요한 락인(Lock-In)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선영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에 진입한 상황에서 시장 가치를 끌어 올리는 건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진정한 자본시장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김현정 JP모간 주식부문 대표는 “국내 기업 ROE는 일본, 유럽,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해 3배 이상 낮다”며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기업들이 가치를 향상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가이드라인과 해설서는 오늘 논의를 토대로 추가적인 의견수렴을 통해 5월중 확정·시행될 예정이며 이후 준비가 되는 기업부터 공시가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위원장은 “상장기업의 기업가치 제고 노력과 이를 토대로 하는 투자자의 투자판단이 생산적인 선순환을 이루게 된다면 국내 자본시장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