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의 애플페이 1주년’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현대카드 '수입 오퍼상' 역할에 그쳐...도입 효과 면밀히 검토했어야

최근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도 애플페이의 반독점 이슈를 문제로 삼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애플페이가 과연 진정한 혁신이었는가’를 다시 고민하는 목소리가 있다. 

혁신(Innovation)이란 무엇인가. 기술혁신성 평가모델인 ‘오슬로 매뉴얼(Oslo Manual)’에선 혁신의 개념을 “기존 제품 또는 프로세스(Process)와 비교해 크게 개선하거나 새로운 것으로서, 잠재적 사용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각자가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정의한다.

혁신의 개념을 말할 때는 경제학자 슘페터를 뺄 수 없다. 경제학자 슘페터는 “자본주의의 경제적 발전이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의 과정”이라며 “생산 제요소의 신결합에 의해 내부로부터 변혁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새로운 제품 혹은 서비스가 기존 시장을 대체하며 창조적 파괴가 일어나고 해당 시장이 다시 재편되는 과정이 혁신이라는 것이다.

주류 학계에선 2007년 애플의 아이폰 등장을 창조적 파괴라고 인정한다. 터치스크린을 내장한 모바일 디바이스에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게 하고 응용프로그램(어플리케이션)을 자유롭게 적용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기존 피처폰 디바이스를 완전히 대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3년 3월부터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 도입된 애플페이가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기존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를 완전히 대체하는 창조적 파괴의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있다.

오슬로 매뉴얼에서 정의한 혁신의 개념을 대입하면, 애플페이가 삼성페이 등 기존 간편결제 서비스와 비교해 크게 개선되거나 새로운 것인지, 이를 각자가 적극적으로 사용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성과를 굳이 표현하면 ‘선제적인 도입 그 자체’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정태영의 애플페이 1주년’ 시리즈를 취재하며 파악한 ▲애플페이 전체 시장에서 국내시장 점유율(0.03%) ▲국내 간편결제시장 내에서의 애플페이 점유율(1.09%) 등을 종합했을 때 객관적인 영향력은 미미한 수준으로 파악된다. 즉,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도입은 말 그대로 ‘수입 오퍼상’이라고 비유할 수 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애플페이가 처음 한국시장에 들어온 날 “16년 동안 아이폰이 세상을 바꿨고, 내 인생을 바꿨다”며 “이제는 아이폰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애플페이 도입 1년이 지났지만 결국 기대했던 혁신은 없었다. 오히려 ▲교통카드 기능 불비 ▲카드사의 애플페이 수수료 납부와 국부 유출 ▲반독점 ▲결제단말기 비용 부담 ▲경쟁사 추가 진입 장벽 등 수 많은 이슈만 양산한 꼴이 됐다. 특히 애플페이 교통카드를 기대했던 많은 아이폰 사용자들은 ‘사실상 어렵다’고 체념한 상황이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도입시 결과 예측을 보다 날카롭고 정확하게 했다면, 지금처럼 시장점유율은 낮고 많은 이슈의 중심에 선 꼴은 면했을 것이다. 애플페이에 대한 정 부회장의 맹신은 ’애플=혁신’이라는 과거형 수식에서 비롯된 것이란 생각된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2월 금융위원회가 애플페이의 국내 간편결제시장 진입을 허락한 것에 대해 ‘시장 준비가 너무 안 된 상황에서 너무 성급히 문을 열어줬다’는 아쉬움이 크다. 

현대카드 주도의 애플페이 도입은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는 금융업계와 정책을 시행하는 규제기관 모두에게 와전된 혁신의 본질을 다시 고민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에 교훈이 있다.  

향후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을 국내시장에 도입할 때는 실효성뿐만 아니라 시장에 미칠 긍정적, 부정적 파급효과를 모두 고려하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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