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글로벌에서 시작된 정산금 지연으로 계열사 중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과 환불 지연 사태를 겪고 있다.
이 여파로 티몬 캐시의 페이코 포인트 전환도 전날부로 중단됐다. 티몬·위메프는 최근 선불충전금 '티몬 캐시'와 각종 상품권을 선주문 후사용 방식으로 할인가에 판매해 인기를 끌었다. 티몬·위메프는 결제액으로 볼 때 피해 규모는 최소 1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니시스와 NHN KCP 같은 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이하 PG사)의 자금대란 역시 우려된다. PG사는 온라인에서 카드사와 계약을 맺고 결제와 정산을 대행해주는데 티몬과 위메프에서 결제대금을 적시에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자금융감독규정 63조(전자금융업자 경영지도기준)에 따르면, 전자금융업자는 총자산 대비 최소 40%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티몬의 유동부채와 유동자산은 각각 7193억원, 1309억원을 기록했다.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유동비율은 18%로 전자금융감독규정이 제시한 최소 기준을 지키지 못했다. 같은 기간 위메프의 유동자산과 유동부채는 각각 717억원, 2160억원으로 유동비율은 30%대에 머물렀다. 명백한 금융당국의 관리 및 감독 실패다.
이미 엎질러진 물에 대해선 더 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당국의 노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위메프, 티몬의 미정산·유동성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매일 실시 중이다.
그러나 이번 티몬·위메프 사태를 비롯해 금융권의 다양한 사건사고를 곱씹어 봤을 때 금융당국은 포지티브(금지항목 열고주의) 규제를 맹신하는 듯 보인다.
사업자가 혁신적인 금융사업을 할 수 있는 진입 장벽은 포지티브라는 이름으로 높게 쌓지만, 일단 이 장애물을 넘으면 사실상 방치에 가까울 정도로 관리와 감독이 미흡한 부분들이 곳곳에 포착되기 때문이다. 사고가 터질 때 마다 금융당국은 쇄신을 다짐하지만, 그들의 각오는 항상 그 순간 뿐이다.
한마디로 “사업자격 내줄테니 나머지는 시장 플레이어들끼리 알아서 잘 풀어봐라”는 식이다.
이 가운데 올해 9월부턴 마이페이먼트(MyPayment)라는 스몰 라이선스를 도입하는 내용의 전자금융업 개정안이 시행된다.
핵심적인 문제는 ‘중견기업인 티몬과 위메프도 금융당국의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어려운 실정인데 마이페이먼트와 같은 결제업 스몰라이선스를 개방할 때 금융당국이 제대로 관리감독을 할 수 있는지 여부’에 있다.
마이페이먼트란 이용자에게서 결제·송금을 받아 금융회사 등이 이체를 실시하도록 전달하는 서비스로 지급지시 서비스업이라고도 불리운다.
가령 현재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을 사용하려면 우선 선불결제금액을 충전해두어야 하지만 마이페이먼트가 시행되면 카드사처럼 결제자금을 보유하지 않아도 계좌정보만으로 결제와 송금이 가능하다.
한편으론 PG사와 같이 대규모 결제자금을 보유하지 않은 비금융사도 결제업에 진출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그렇지만 금융위원회가 2021년 발표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을 보면 지급지시전달업 사업자는 보이스피싱 및 자금세탁방지, 이용자 보호 등의 의무에서 제외됐다. 규제하는 자본금 역시 종합지급결제사업자가 갖추어야 할 규모가 200억원인 반면 지급지시전달업은 단 3억원에 불과하다.
자본력이 약한 비금융 회사가 결제업에 뛰어 들었을 때, 발생 가능한 각종 리스크에 대해 과연 금융소비자 피해를 얼마나 책임감 있게 이행할 수 있을까.
금융위원회는 이날도 일부 핀테크사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금융규제 샌드박스’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외국인의 전자여권,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한 선불전자지급수단 서비스 도입이 논의됐다.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 발맞춰 혁신을 쫓는 건 당연히 필요한 부분이다. 다만 국내 금융당국 실정 상 중견기업 조차도 관리감독 수준이 미흡한데 주먹구구식으로 저변을 확장하는 게 과연 진정한 의미의 혁신일지 걱정이 앞선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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