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카드사, 정상적으로 티메프 결제 절차 수행”
‘전자상거래사의 쉬운 결제대행 진입’ 개선 필요
최근 티몬과 위메프의 미정산 사태로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와 카드사의 환불 책임 이슈가 논란이다.
정치권 등에선 “카드사가 전자상거래 상에서 수수료를 받는 만큼 우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관련 학계에선 “전혀 상관이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8일 스트레이트뉴스는 서지용 한국신용카드학회장에게 “최근 부각되고 있는 티메프 사태의 카드사 책임론 이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질문했다.
서 학회장은 “카드사의 경우, 정상적으로 티메프 결제 절차를 수행했다”며 “이번 사태와 전혀 상관이 없다”는 주장을 내놨다.
카드업계는 “결제 취소를 위해 PG사가 먼저 구매내역을 공개하고 이를 한 건씩 대조하면서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결제 내역 확인도 없이 일단 무조건 피해금을 먼저 지급할 경우,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티메프 사태와 관련해 카드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적 명분이 논란거리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병덕 전국소상공인위원장은 국회 기자회견 자리에서 “온라인쇼핑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했지만 금융·공정 당국의 관리 능력은 뒤쳐지고, 온라인플랫폼법 등의 법적 규율 또한 시장을 따라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민 위원장은 “수익에 비례해서 책임도 공동으로 나누는 것이 상식”이라며 “티메프에서 매월 150억원 이상의 수익을 얻은 카드사들도 보상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국회 정무위원회 역시 “PG사 뿐만 아니라 카드사 역시 피해금액 환불에 동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PG사 뿐만 아니라 카드사 역시 결제대금 과정에서 수수료를 받아간 만큼 소비자들의 환불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여론에 따라 카드업계에서도 결제가 확인된 일부 건수에 대해 환불을 진행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PG업계는 티메프 결제 5만 건의 고객 환불 신청정보와 배송정보를 대조 및 확인해 카드사에 넘겼고, 카드업계는 6일까지 3만여 건(40억원 규모) 환불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재우 한신대학교 교수는 “고객-인터넷쇼핑몰-전자결제(카드)-은행-입점업체의 밸류체인 상에서 첫 번째 고리에 위치한 플랫폼 기업이 사태를 초래했다”며 “거래 당사자간 피해가 발생한 것인데 애꿎게도 후단에 위치한 카드사와 은행 등이 상생금융 차원에서 소방수 역할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정부와 정치권 입장에서) 사태 해결을 위해 급한 불을 꺼야하는 점은 십분 이해하나, 본질적으로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사실 PG사와 카드사의 환불 책임 공방은 이번 사태의 본질이 아니다. 카드사와 PG사의 책임 논쟁에 앞서 이번 사태를 촉발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와 금융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 이슈는 논의에서 빠진 상황이다.
서지용 학회장은 “이번 사태의 경우 티몬·위메프와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가 너무 쉽게 지급결제시장에서 결제대행업체로 영업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 문제의 본질이 있다”며 “특히 재무적으로 부실한 기업이 (비교적 진입이 쉬운) 등록제를 통해 결제대행업 영위가 가능하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신재우 교수는 “고객과 입점 업체(셀러) 사이의 거래 신용도를 높이기 위해 인터넷쇼핑 플랫폼이 중간거래소 역할을 수행해 왔는데, 최근 일부 대형 배달 플랫폼이 배달 수수료를 올리고 티메프 사태 가 발생하는 등 신뢰 관계가 무너지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정부는 ‘위메프·티몬 사태 추가 대응방안 및 제도개선 방향’을 발표했다. 해당 개선안에는 이커머스업체, PG사가 판매대금의 일정비율을 예치·신탁·지급보증보험 등으로 별도로 관리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서 학회장은 “일정 부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며 “단, 부실한 업체의 전자지급결제대행업 진입을 적극 차단하고, 진입후에도 재무적 상황을 토대로 퇴출기능이 작동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 교수 역시 “플랫폼기업이 선불유치금을 물품대금 지급용으로 써야 하는 용도와 다르게 기업인수자금으로 전용하지 못하게 하는 규제 신설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 밖에 이들은 “진입장벽을 높여 재무적으로 건전한 업체만이 전자금융업 영위가 가능토록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카드업계에선 “이번 티메프 사태에 카드사의 책임이 커질 경우 실적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6~7월 티메프 카드 결제액은 1조1967억원으로 추산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8개 전업카드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조9044억원으로 2022년 대비 1조원 가량 늘었다. 외형적인 실적은 성장한 것 처럼 보이지만 정작 업계는 책임 분담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업계의 실적 성장은 영업을 잘해서가 아닌, 사실상 ‘자기 살 깎기’로 개선된 것”이라며 “코로나 사태 이후 각 회사가 실적 유지를 위해 부동산 등 소유 매물을 매각하고, 판매 및 관리비 절감을 위해 몸부림 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정치권의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박 탓에 오히려 본업인 결제 수수료 실적은 갈수록 줄고 있다”며 “티메프 사태 책임을 카드사에게 몰아 실적이 더 악화되면, 금융당국이 연말에 실적악화 책임을 업계에 또 추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