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세계 최초 AI 규제 법안 승인..한국은 관련 기본법 조차 없어

전요섭 금융위원회 디지털금융정책관
전요섭 금융위원회 디지털금융정책관

전요섭 금융위원회 디지털금융정책관은 최근 5년간의 디지털 금융 및 핀테크 정책 성과를 평가하며 “디지털 금융 규제에 있어 현실성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27일 금융위원회와 한국핀테크지원센터는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4’를 열었다. 전 정책관은 “금융위원회에 디지털금융국이 설립된 지 5년이 지났고, 이 기간 동안의 성과를 돌아보며 앞으로의 방향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금융위 산하 디지털금융국은 디지털 금융 관련 법과 제도를 마련하고, 금융 산업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디지털 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9년 설립됐다. 대표적인 업무로 핀테크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과 함께 새로운 금융 서비스나 기술이 시장에서 안전하게 테스트될 수 있도록 금융 규제 샌드박스를 운영한다.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간편 결제 및 송금 시스템 등 디지털 금융 인프라와 더불어 가상자산 관리, 금융보안 이슈 등을 함께 관장한다.

특히 이날 전 쟁책관은 ‘디지털금융 정책관 5년의 성과와 과제’를 발표하며 “기존의 규제 체계가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금융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컨대 일사전속주의 등의 규제는 대출이나 보험에 이렇게 비교해서 보여주는 플랫폼의 현실과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이런 예시를 놓고 봤을 때 기존의 규제들도 새로운 옷을 입을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일사전속주의란 특정 업종에서 일하는 영업사원이나 설계사가 한 회사에만 소속되어 그 회사의 상품만을 판매하거나 홍보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가령 원수사 소속 보험 설계사는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하거나 동시에 판매하는 것이 금지되고, 소속 회사의 상품만을 취급하도록 요구한다. 이는 설계사가 회사 상품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한 회사의 상품만 취급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들과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금융사는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국내 금융사가 AI를 잘못 다루었을 때 처벌 내용 등을 담은 법안 등은 아직 뚜렷하지 않은 실정이다. 이는 유럽의회가 3월 AI 규제 법안(EU AI Act)을 승인한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EU AI Act에선 금융분야를 ‘리스크가 높은 분야’로 명시했다. 가령 금융사가 AI가 자위적으로 판단해 편향적으로 신용점수를 부여하는 등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엄격히 금지됐다. 한국의 경우, 아직 AI 기본법도 없다. 제21대 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있었으나 끝내 문턱을 넘지 못했다. 

(왼쪽부터) 금융위원회 전요섭 디지털금융정책관, 신상훈 디지털금융총괄과장, 이진호 금융안전과 과장, 신상록 금융데이터정책과 과장, 김성진 가상자산과장

이 밖에 전 정책관은 ▲공인인증서 사용 의무 폐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비대면 실명 인증제 등 최근 10년간 핀테크 분야의 발전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혁신 서비스를 창출하는 금융 규제 샌드박스 제도와 디지털금융국의 출범이 디지털 금융의 성숙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전 정책관은 “핀테크 혁신 펀드를 통해 1조원 규모의 투자 자금이 조성됐고, 139개 기업에 3368억원의 투자가 이루어졌다”며 또한 “2019년과 2023년 사이 핀테크 업체 수는 2배, 평균 매출액은 4배 증가했으며, 종사자 수도 2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혁신금융 서비스가 355건 지정됐다“며 “이 중 193건이 신규 서비스로 출시됐다”고 밝혔다. 이어 “알뜰폰 은행, 대출 비교 추천 모바일 플랫폼, 조각 투자 서비스 등 다양한 혁신 서비스가 핀테크 산업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그는 ‘핀테크 지원 정책 방향 핵심 과제 7개’를 제시하며 핀테크 지원 체계 고도화 계획을 밝혔다.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등으로 핀테크 기업의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 편성 계획도 밝혔다. 

이날 금융위원회의 신상훈 디지털금융총괄과장은 핀테크 기업의 해외 진출을 중요한 이슈로 강조했다.

신 과장은 “현재 핀테크 기업 중 약 17%가 해외 진출 경험이 있으며, 절반 가량의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희망하고 있다”며 “정부는 해외 금융사와 협업을 통한 진출 지원, 핀테크 관련 국제 박람회 참가 지원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이진호 금융안전과 과장은 “최근 발표한 망분리 규제 개선을 통해 금융권에서의 AI 활용이 확대될 것”이라며 “AI 기술이 빠른 속도로 고객 데이터를 처리해 금융 소외 계층을 위한 특화 서비스 출시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한 금융사가 AI 기술을 활용해 보이스피싱 등 범죄 예방에 나설 것으로 기대했다.

신상록 금융데이터정책과 과장은 “AI 기술 발전이 디지털 금융의 미래를 크게 변화시킬 것”이라는 입장이다. 단기적으로는 AI 기반 챗봇이 금융 이용 편의성을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금융사의 내부 업무 처리와 신뢰도 향상에 기여할 것이란 주장이다.

김성진 가상자산과장은 “7월에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의 차질 없는 이행이 우선 과제”라며 “예치금 보호와 시세 조정 감시 등 이용자 보호 장치의 철저한 이행을 통해 신뢰를 구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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