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애플페이 보단 기후교통카드 역량 집중
애플, 폐쇄적 기술정책 탓 한국에선 애물단지
국내 지급결제 시장에 애플페이가 처음 도입된 당시 소비자들은 소상공인 소매결제 뿐만 아니라 대중교통 기능까지 확장하는 등 국내 결제시장에 큰 혁신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많은 부분이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스트레이트뉴스는 1년 전 애플페이 도입 당시 기대했던 점들과 현황을 비교 분석하고 향후 소비자와 카드사, 결제사 등 이해관계자가 상생하는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정태영 부회장의 주도로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국내 결제시장에 도입한 지 1년이 지났다. 애플페이가 처음 도입된 당시 아이폰 사용자들은 교통카드 도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미국, 일본 등 주요국과 다르게 유독 한국에선 교통카드 도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애플페이 교통카드의 대안책으로 기후동행카드와 오픈루프 등을 기대하고 있지만, 애플의 폐쇄적인 기술정책 탓에 이 역시 본질적인 해결책이 되긴 어려워 보인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1월 27일부터 서울시 주관으로 시행된 기후동행카드는 한 달여 만에 누적 판매량 50만장을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기후동행카드 제도는 월 6만5000원으로 서울 지역 버스와 지하철, 따릉이 자전거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정기 이용권이다. 이 카드가 큰 인기를 끄는 이유는 실물 플라스틱카드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편의성을 고려해 모바일 결제 방식을 병행한 영향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가 만드는 갤럭시 모바일 시리즈의 경우 티머니 모바일 앱으로 NFC 결제를 활성화하고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할 수 있지만 아이폰에선 이용이 불가능하다. 이는 애플 특유의 폐쇄적인 기술정책 때문이다.
가령 애플은 애플페이 외 다른 iOS 금융 앱들이 NFC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 삼성전자가 모바일 디바이스에 탑재된 NFC 기술을 다른 경쟁사 앱이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한 것과 반대 행보다.
한 아이폰 사용자는 “안드로이드폰을 쓰는 이들과 같이 아이폰을 통해 기후동행카드 혜택을 전혀 누릴 수 없다”며 “그렇다고 애플페이를 활용해 수도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최근 애플페이 교통카드 도입에 대한 기술적 이슈가 해결됐고, 첨예했던 수수료 이슈도 어느정도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티머니 대주주이자 서울교통공사를 관장하는 서울시가 애플페이보다 기후동행카드를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모양새다.
지급결제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역사에 설치된 구형 개찰구는 애플페이 결제방식을 구현하기에 제한이 있었다”며 “서울교통공사가 1년 동안 ‘노후 개차찰구 최신화 사업’을 명목으로 시청역, 왕십리역 등 2호선 지하철역의 구형 개찰구를 신형으로 교체해 기술적 구현 이슈는 해결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서 대중교통 카드 결제 수수료 분담에 대한 논쟁도 일부 있었지만, 이 역시 애플과의 소통을 통해 접점을 찾았을 것”이라며 “다만 현재 흐름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서울시가 애플페이보단 기후동행카드를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는 오픈루프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루프란 별도 교통카드 발급 과정없이 해외에서 사용하던 신용카드를 국내 대중교통에서 요금을 지불할 수 있는 체계다. 오픈루프가 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카드 비접촉 결제 방식(EMV Contactless)을 따르고 있어 애플페이 도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한 전문가 견해는 다르다. 지급결제업계 다른 관계자는 “오픈루프와 기후동행카드 모두 애플페이 자체 결제 방식이 아닌, 제3의 앱이기 때문에 결제 호환성 이슈가 있다”며 “애플과 서울시가 타협점을 찾아 애플페이 본연의 서비스를 하는 게 아닌 이상 아이폰 전용 ‘티머니 결제 스티커’ 등 제3의 부착물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티머니에선 아이폰 사용자를 위한 외부 탈착용 스티커를 판매하고 있다. 아이폰 사용자가 티머니 페이앱을 설치 후 이 부착물을 아이폰에 별도 부착하면 NFC 신호를 개찰구에 쏘는 방식으로 결제가 된다. 교통수단 이용을 위해 휴대폰에 혹을 달아야 해 애플페이가 아닌 '스티커페이'인 셈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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