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애플페이 수수료 명목 122.6억원 지출 추산
국내 간편결제 시장점유율 확대 시 수수료 증가 불가피
국내 지급결제 시장에 애플페이가 처음 도입된 당시 소비자들은 소상공인 소매결제 뿐만 아니라 대중교통 기능까지 확장하는 등 국내 결제시장에 큰 혁신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많은 돈을부분이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스트레이트뉴스는 1년 전 애플페이 도입 당시 기대했던 점들과 현황을 비교 분석하고 향후 소비자와 카드사, 결제사 등 이해관계자가 상생하는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현대카드의 주도로 애플페이가 국내시장에 들어온지 1년이 지난 가운데, 해외결제망 이용 수수료는 여전히 베일에 싸인 상황이다. 지난해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서 애플페이 점유율은 낮아 보이지만, 일각에선 이 점유율 확대가 곧 수수료 명목 지출 확대를 의미한다고 지적한다.
9일 지급결제업계 한 관계자는 스트레이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급결제업 전반이 어려운 가운데 향후 내수시장의 애플페이 수요가 커지고 시장점유율이 확대될 경우, 애플을 비롯해 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카드(EMV)에 내야 하는 수수료까지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2월 금융위원회는 애플페이를 허용하며 “애플페이와 관련된 수수료 등의 비용을 고객 또는 가맹점에 부담하게 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애플페이와 제휴를 맺은 카드사가 오롯이 결제망 사용 수수료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에 지급하는 수수료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에도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과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김덕환 현대카드 대표를 소환해 애플페이 수수료 이슈 관련 질의를 했지만, 김 대표는 "내부적으로 해외 사례를 검토했지만 특별히 수수료가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취재 결과, 현대카드는 지난해 애플과 EMV에 90억원 이상을 수수료로 지급한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한국은행이 공개한 ‘2023년 중 전자지급서비스 이용현황’을 보면, 지난해 전체 일평균 간편결제 이용금액은 8754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휴대폰 제조사의 간편결제 서비스를 사용한 금액은 하루 평균 2238억1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서 휴대폰 제조사란 각각 애플과 삼성전자를 의미한다. 애플은 아이폰으로 애플페이를, 삼성전자는 갤럭시로 삼성페이를 각각 서비스한다.
특히 애플페이는 EMV 결제망을 사용한다. 지난해 현대카드가 기록한 해외결제금액(2조7258억원)이 모두 애플페이 실적이라고 가정할 경우, 서비스가 시작된 3월 21일부터 12월 31일(285일) 동안 계산되는 일평균 결제금액은 약 96억원이다.
애플페이는 현대카드로부터 결제금액의 0.15%를 수수료로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감안하면 현대카드가 매일 애플페이 수수료 명목으로 1440만원씩 납부한 셈이다. 1년이면 52억5600만원이다.
중국 기업의 애플페이 수수료가 0.03%인 점을 감안하면 0.15%는 높은 수준이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결제 건에 대해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삼성전자도 지난해 삼성페이 유료화를 검토했다.
뿐만 아니라 카드사가 애플페이를 사용하기 위해선 EMV에 결제망 이용을 명목으로 약 0.2%의 수수료를 별도로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모두 더하면 현대카드는 지난해 애플페이 수수료로 약 122억6400만원 가량을 지출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종합할 때 지난해 국내 전체 간편결제 서비스의 일평균 사용금액(8754억6000만원)에 애플페이 사용금액을 대입하면 추정되는 시장점유율은 약 1.09% 정도다.
휴대폰 제조사의 일평균 사용금액(2238억1000만원)을 기준으로 지난해 애플페이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약 4.28%로 추정된다. LG전자의 휴대폰 제조사업 종료로 LG페이가 7월 31일 종료된다는 것을 감안할 때 국내 휴대폰 제조사 중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간편결제 서비스 규모는 약 95%로 보인다.
물론 현대카드가 지난해 기록한 영업비용(2조8747억원)에 대입하면 지난해 애플페이 결제망 수수료 지출 금액(122억6400억원) 예상 규모는 0.42%에 그친다.
문제는 애플페이 도입 첫해 1%대 머무른 국내 시장점유율이 향후 증가 추세로 이어진다면 자연스럽게 수수료 지출 비용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애플페이 시장점유율이 10%로 증가하면 약 1226억원 이상의 수수료가 해외로 유출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선 MZ세대를 중심으로 애플페이 선호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로 애플페이 서비스가 시작된 지난해 3월, 애플페이 신규 회원 수는 2월 대비 156% 증가한 20만3000명을 기록했다. 출시 한 달 간 신규 회원 대부분은 MZ세대였다. 이 중 20대가 51%로 가장 많았고 30대 28%, 40대가 12% 순이었다.
지급결제업계 다른 관계자는 “젊은 세대일 수록 아이폰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애플페이의 국내 간편결제 시장 점유율이 커질 것이고 결국 해외로 빠져나가는 수수료 비중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