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애플페이 결제 금액 규모, 글로벌 시장 대비 0.02% 수준
예상 외 미진한 시장 규모에 애플페이 추가 카드사 도입 고민

국내 지급결제 시장에 애플페이가 처음 도입된 당시 소비자들은 소상공인 소매결제 뿐만 아니라 대중교통 기능까지 확장하는 등 국내 결제시장에 큰 혁신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많은 부분이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스트레이트뉴스는 1년 전 애플페이 도입 당시 기대했던 점들과 현황을 비교 분석하고 향후 소비자와 카드사, 결제사 등 이해관계자가 상생하는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현대카드 제공.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현대카드 제공.

현대카드는 지난해 3월 21일 애플페이 서비스를 출시했다. 하지만 당초 예상과 다르게 경쟁 카드사의 진입 사례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카드업계에선 ‘애플이 국내 카드사의 추가진입을 수용할지 의문’이란 의견이 있다. 

8일 스트레이트뉴스 취재 결과, 국내 대형 전업카드사 중 2곳은 애플페이 도입을 위해 애플과 적극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내 카드사의 애플페이 추가 진입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급결제업계에선 “애플이 더 이상 국내 카드사와 업무협약을 맺지 않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애플페이의 전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시장이 차지하는 규모가 매우 작은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지급결제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경쟁 카드사들이 애플페이 수수료 이슈의 부담을 안고 도입할 계획이라고 할지라도 결국 애플과 제휴를 맺어야 한다”며 “그러나 현대카드를 업고 국내 결제시장에 들어온 애플페이 실적이 당초 기대를 하회하는 상황에서 애플이 국내 카드사의 추가 진입을 수용할지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사용하며 애플에 지불하는 결제망 수수료도 있지만, 애플 입장에선 인프라 설치 및 유지보수 비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국내 카드사의 애플페이 진입을 추가로 유입시키면 수익은 안남고 추가적인 인프라 설치 및 유지보수 비용을 지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플페이는 현대카드가 국내에서 론칭한 지난해 3월 22일 단 하루에만 100만개 이상의 토큰이 발행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애플페이 가입자 수가 갑작스럽게 폭증함에 따라 비자(Visa)사를 연계한 방식으로 현대카드를 발급받은 일부 고객이 결제토큰을 늦게 발급받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던킨 올빈 애플페이인터네셔널 총괄은 “지난 몇 년간 한국시장에서 비접촉결제 사용률이 증가하고 있다”며 “많은 아이폰 이용자가 애플페이를 오랫동안 사용하고 싶어 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애플이 ‘역대 최고 기록(Highst record ever)’이라고 표현했다”며 성공을 확신했다. 

그러나 애플페이 도입 1년이 지난 현재 분위기는 많이 다른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캐피탈온쇼핑에 따르면, 2022년 애플페이는 전 세계적으로 총 6조 달러(한화 8127조원)의 결제금액을 처리했으며, 19억 달러(약 2조5735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아직까지 애플페이의 지난해 전체 매출액 규모가 알려지진 않았지만, 해외시장에서 전망한 기대치는 약 40억 달러(5조4152억원) 규모다. 

지난해 애플페이의 기대 매출액이 2022년 대비 2배 이상 높은 것을 염두에 둘 때, 전체 글로벌 시장에서 처리된 결제 금액은 10조 달러(약 1경3540조원) 이상으로 기대된다. 

서울 용산구 이마트24 R한남제일점에서 한 시민이 애플페이로 상품을 결제하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이마트24 R한남제일점에서 한 시민이 애플페이로 상품을 결제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와 비교해 현대카드의 지난해 해외결제금액은 빈약한 모습이다. 애플페이는 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카드(EMV) 결제망을 사용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카드는 해외결제 규모로 2조7258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애플페이의 지난해 전체 글로벌 시장 결제 기대 금액(10조 달러)에 대입시 계산되는 한국시장 규모는 0.02% 수준으로 추정된다. 설령 지난해 애플페이 결제금액 실적이 2022년치와 동일하더라도 한국시장이 차지하는 규모는 0.03%에 불과하다.

지난해 현대카드가 기록한 해외결제(2조7258억원) 규모는 2022년 대비 74.81% 증가한 수준이다. 코로나19 리스크가 끝나고 지난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내국인의 해외여행객들이 급증하기 시작한 걸 감안하면 현대카드의 해외결제 금액 증가를 온전히 애플페이 EMV 결제망 덕분이라고 보긴 무리가 있다.

결제망이 고도로 발달한 한국에서 애플페이가 차지하는 규모가 적은 가장 큰 이유는 전체 인구 대비 모바일 디바이스 점유율의 편차 때문으로 풀이된다. 마켓 모니터 서비스와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미국인의 약 55%(약 1억8799만명)가 아이폰을 소유한 반면 한국에서는 약 23%(1190만명)로 집계됐다. 

지급결제업계 다른 관계자는 “애플이 당초 국내시장 진출을 계획했을 때 1인당 국내총생산 규모와 내수시장 등을 검토해 이윤이 얼마나 남을지 종합적으로 따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 초에는 국내 결제시장에 애플페이가 도입된 게 모바일 디바이스(휴대폰) 시장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까지 나왔다”며 “지난해 내수경기가 어려워 카드사들의 소매결제사업에 찬 바람이 불었고 교통카드와 결제단말기, 수수료 이슈 등이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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