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통제·군살빼기…데이터사업 및 해외진출 강화
차주 건전성 관리 비상…조달금리 ‘롱테일 압박’ 견디기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신한카드 문동권 대표, KB국민카드 이창권 대표, 삼성카드 김대환 대표, 현대카드 정태영 대표, 하나카드 이호성 대표, 우리카드 박완식 대표, 롯데카드 조좌진 대표, BC카드 최원석 대표. 각사제공.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신한카드 문동권 대표, KB국민카드 이창권 대표, 삼성카드 김대환 대표, 현대카드 정태영 대표, 하나카드 이호성 대표, 우리카드 박완식 대표, 롯데카드 조좌진 대표, BC카드 최원석 대표. 각사제공.

2020년 초 코로나19 시작과 함께 금리의 하락과 상승이 이어지며 4년간 롤러코스터를 겪은 금융시장은 이제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 금리 하락을 기다리는 차주들의 마음과 달리 고물가와 싸우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움직임은 더디다. 금융권에선 상생금융을 새로운 표준(New Normal)으로 삼고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으며 디지털 전환, 해외진출, 신사업 등을 통해 치열한 일전(一戰)을 준비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가 그 현장을 따라가본다. <편집자 주>

"적어도 6개월 이상은 기준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11일 금통위 이후 이창용 한은 총재)

지난 11일 올해의 첫 기준금리를 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1년 연속 3.50%에 금리를 묶는 결정을 한 뒤 열린 간담회에서 이창용 총재는 사견임을 전제로 상반기 내 금리인하는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그 이유 중 하나로 부동산 가격을 자극할 이유가 없음을 들었다. 이날 만장일치로 금리를 동결한 다른 금통위원 5명도 향후 3개월에 대해서는 현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는 말도 더해졌다.

지난 해 카드업계는 전 금융권 중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19 엔데믹에 따른 본격적인 소비촉진 효과, 데이터 사업 등 신사업 활성화 등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고물가에 고객들이 지갑을 닫았고 가시적인 신사업 효과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특히 일년 내내 이어진 고금리 상황은 수신기능이 없는 카드사들의 조달비용을 압박해 고통스럽게 했다. 한때 5%를 넘어갔던 여전채 금리가 소폭 내려오긴 했지만 여전히 3% 후반에 머무르는 상황이고 그 꼬리는 길게 늘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이자비용 부담을 이겨내지 못한 대출 고객들의 연체율이 높아지며 대손충당금을 두텁게 쌓아야 하는 이중고를 감내해야 했다.

1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해 3분기까지 8개 전업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BC·하나·우리)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781억원으로 2022년 동기 대비 약 11.7% 감소했다. 특히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은 -20%대의 하락을, 우리카드의 경우는 -34.1%까지 줄어 수익성 회복에 적신호가 켜졌다. 아직 4분기 집계가 끝나지 않았지만 상황이 크게 호전됐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고민은 카드회사 CEO들의 신년사에서도 나타난다.

1위 신한카는 문동권 대표는 직원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비상경영체계 구축’을 선언했다.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7개의 그룹을 5개로 줄이고 비용 통제와 혁신을 위해 전담 조직을 만들었다. 또 글로벌사업조직을 CEO 직속으로 재편해 문동권 대표가 직접 챙기기에 나섰다. 리스크를 사전에 막고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상시 감사조직까지 만들었다.

문 대표는 '트리플 원(Triple 1)'을 전략방향으로 내세우면서 "시장, 고객, 직원 모두에게 진정한 1등이 되기 위한 차별적 진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2년간 KB국민카드를 빠르게 성공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2024년 다시 연임한 이창권 대표는 신년사에서 “고금리와 고물가로 인한 암울한 경제전망은 카드 산업에 여전히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며, “담보대출 영역까지 파고든 금융의 디지털 전환과 생성형 AI의 확산 등 기술의 혁신은 비즈니스의 지형을 송두리째 바꿔 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금융회사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고객의 기대와 사회의 요구 또한 준엄 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제시한 해법은 첫째 ‘본업에서의 내실 성장과 체질 개선’이다. 더불어 다중채무자 등 고위험군에 대한 선제적 관리를 주문했다.

이어 업의 경계와 성장의 한계를 넘는 ‘새로운 비즈니스 영토 개척’, 쇼핑, 라이프, 데이터 비즈니스 등 비금융 영역과 가맹점 등 사업자 영역(B2B)으로 과감히 눈을 돌리라고 독려했다.

특히 ‘고객과 사회’의 성장 스토리를 함께 담아내며 사회에 선한 영향력 확대, 플랫폼 기업 및 데이터 기업으로의 진화도 강조했다.

지난해 업계에서 유일하게 한자리 수 실적 감소로 선방한 삼성카드 김대환 사장도 몇 년간 경험하지 못한 어려울 환경 지속을 예상하며 “내실 기반의 효율 경영 강화를 통해 대응력 제고 및 플랫폼과 데이터가 강한 회사를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회사의 모든 전략을 이익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해 올 한해 실적에 승부수를 띄울 것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애플페이 도입과 코로나19 시기 멈췄던 슈퍼콘서트 등 현대카드만의 마케팅에 속도를 냈던 정태영 대표도 금융업계 전면으로 신용위기가 오고 있으며, 연체율 또한 올라가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며 올해 업황이 만만치 않음을 직시했다. 다만 광범위한 위기 대응에 대한 고민을 넘어 위기를 기회로 삼을 것을 역설했다.

특히 정 대표는 “올해 현대카드 앞에는 회사가 완전히 바뀔 수 있는 ‘골든 윈도우‘가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며 “위기에 맞서 침착하고 정밀하게 집중력을 잃지 않고 앞으로 전진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나은행이 지난해 호실적을 달성한 가운데 그에 걸맞은 계열 카드사로서의 위상을 요구받는 하나카드는 상위권 도약을 위한 기초를 닦고 외연을 키우는 것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이호성 대표는 신년사에서 "본업의 수익성은 조달금리와 연체율 상승, 가맹점수수료율 인하로 지속 악화돼 왔다"면서도, “본업 기반을 착실히 강화하면서 신사업을 함께 성장시킨다면 하나카드 수익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를 이뤄 이익 총량을 확대하고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체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식 신년사는 아니지만 우리은행의 핵심 비은행 계열사로서 어깨가 무거운 우리카드 박완식 대표도 조직문화 혁신과 체질 개선을 강조하며 임직원 역량 강화, 성과 창출 기업문화 혁신을 독려했다.

매각이슈가 있지만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롯데카드 조좌진 대표는 올해 디지털 전환을 전면에 내세우며 지난해 시작한 LOCA Phase2를 강화해 나갈 뜻을 밝혔다.

‘디지로카’는 고객 분석을 토대로 금융상품과 맞춤형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생활 밀착형 플랫폼으로 조대표가 줄곧 강조해온 핵심 사업이다. 타사 대비 강력한 라이프스타일 고객정보 데이터를 구축해온 롯데카드가 우위를 점할 수 있고 카드업이 타 업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로 손꼽힌다.

모기업 KT의 CEO가 바뀌는 상황에서도 연임에 성공한 BC카드 최원석 대표는 모기업이 가진 데이터 경쟁력과 자회사인 케이뱅크가 경쟁력을 가진 가상자산 연계 비즈니스 등을 아우를 수 있는 금융과 데이터 융합 사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간 사업의 핵심이었던 국내 망 대여 사업이 점차 축소되는 것을 만회하기 위해 중앙아시아로 결제망 사업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몽골 등이 그 대상이다.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결제 사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말 여신금융협회가 개최한 여신금융포럼 발표자로 참가한 한국금융연구원 오태록 연구원은 “신용판매 부문 수익성과 대출자산 건전성은 고금리 지속과 소비 둔화, 누증된 가계부채 등으로 인해 올해 대비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며, “단기적으로 마케팅 비용 등 영업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제고와 함께 차주의 실질적 상환부담을 고려한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향후 본업 부문의 수익성 위축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가맹점과 소비자 결제 정보의 강점을 활용한 맞춤형 가맹점서비스 발굴이나 개인사업자CB 고도화 등 차별화된 성장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업계 전체가 거창한 구호보다 비용통제와 군살빼기로 이익 지키기와 함께 미래 먹거리 찾기에 매진해야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는다는 절체절명의 각오로 뛰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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