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0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경절 리셉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0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경절 리셉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때 '세계의 공장'으로 불렸던 중국에서 외국계 기업들이 연달아 빠져나가고 있다.

올해 초부터 중국 당국이 각종 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미중 패권경쟁 등의 영향으로 중국 내 반(反)외자기업 정서가 강해지면서 갈수록 기업하기 힘든 환경이 됐기 때문이다.

현지 진출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최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주창한 공동부유(共同富裕)론이 정부의 시장개입을 더욱 확대하는 쪽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먼저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중국 저장성 닝보(寧波)에서 26년간 운영해오던 조선소를 연말까지 철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1995년 설립된 닝보 조선소는 거제조선소에 선박 블록을 공급했지만 설비 노후화로 인한 생산효율 저하와 해외사업장 운영 효율 개선 전략에 따라 철수가 결정됐다.

삼성중공업 철수 방침이 발표되자 닝보 조선소에서 일하던 중국인 노동자들은 회사가 제시한 안보다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며 사무실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랴오닝성 다롄(大連)에 모터 생산기지를 운영하던 일본 전자업체 도시바도 지난달 현지 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도시바는 다롄 공장뿐 아니라 중국 내 24개 도시에 진출한 33개 공장을 모두 철수하기로 했다. 도시바가 중국에 진출한 지 30년 만이다.

도시바는 연구개발 기능과 정밀공정 공장은 일본으로 옮기고 나머지 자동차용 전장과 가전 등은 베트남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중국 정부의 인터넷 통제 강화 분위기 속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링크드인의 중국 내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의 중국 내 이용이 막힌 가운데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운영해 온 주요 SNS는 링크드인 뿐이었는데 이마저도 중국 당국의 규제 등에 밀려 중국 시장을 떠나게 된 것이다.

MS는 수년간 콘텐츠 규제 등 중국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문을 닫기로 했다.

이에 앞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의 피해자인 우리나라의 롯데와 미국 나이키, 독일 아디다스 등도 중국 사업을 접었거나 축소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경제 자립(자급자족)과 국내 수요 확대를 통한 경제성장을 강조하면서 갈수록 외국 기업들이 사업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진핑 주석 등 중국 최고 지도부는 제19기 5차 전체회의(5중전회)에서 경제 자립과 국내 수요 확대를 통한 지속적 경제성장 견인을 주요 정책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중국 당국은 이같은 기조를 바탕으로 올해 들어 거대 기술기업과 부동산 기업 대출, 비트코인, 대중문화, 사교육 등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게다가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 주재원들은 최근 시 주석이 주창한 '공동부유' 슬로건에도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공동부유는 표면적으로는 분배를 강화한다는 것이지만 많은 경제 전문가와 외국 기업 주재원들은 이 슬로건이 정부의 시장개입 확대와 기업 규제 강화, 부자 증세 등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지 우려한다.

중국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장웨이잉(張維迎) 베이징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의 힘에 대한 신뢰를 잃고 정부 개입에 자주 의존하면 공동빈곤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공동부유론을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의 정책 기조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중국의 거대 빅테크 기업들은 다르다.

빅테크 규제의 핵심 표적인 알리바바는 지난달 초 '공동부유 10대 행동' 계획을 발표하며 2025년까지 1000억 위안(약 18조 원)을 내놓기로 했다. 1000억 위안은 알리바바의 반년치 순이익에 육박하는 액수다.

또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는 500억 위안(약 9조 원) 기부를 약속했고, 대형 전자상거래 기업인 핀둬둬도 100억 위안(약 1조 8000억 원)의 농업과학기술전담 기금 조성 계획을 밝혔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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