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성공 거둔 누리호, 큰 의미
한화·KAI·현대중공업 등 누리호 개발 참여
"성과 발판으로 우리나라 우주산업 주도"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온전히 국산 기술로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발사에는 성공했으나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는 데는 실패하며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21일 오후 5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내 제2발사대에서 발사된 누리호는 탑재된 1.5t(톤)급 모사체 위성(더미 위성)이 최종 궤도에는 진입하지 못했지만 700km 고도까지 도달하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누리호 개발·발사에 참여한 우리나라 기업들은 누리호의 첫 발사 결과를 높게 평가하며 성과를 바탕으로 우주 산업 생태계를 이끌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누리호에 탑재된 37만여개의 부품을 만드는데 기여한 국내 기업들은 300여곳에 달한다. 누리호 전체 사업비의 80%인 1조 5000억원도 참여 기업에 쓰였다.

정부는 누리호 개발을 통해 우주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기업들의 기술 역량을 강화하고자 했다. 개발 초기부터 산·연 공동연구센터를 구축하고 기술 이전을 지원했다.

대표적으로 한화와 한국항공우주(KAI)가 누리호 사업에 참여했다.

KAI는 2014년부터 누리호 사업에 참여하며 누리호 체계 총조립을 맡았다. 300여개 기업이 납품한 제품 조립을 총괄하는 역할이다. 누리호 1단 연료탱크와 산화제 탱크도 제작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엔진, 터보펌프, 시험설비 구축 등에 참여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납품한 '75톤 액체로켓 엔진'은 누리호의 핵심 부품이다. 발사체가 중력을 극복하고 우주궤도에 도달하는 동안 극한 조건을 모두 견뎌낼 수 있도록 제작됐다.

누리호 연소 시험은 현대로템, 발사대는 현대중공업이 제작했다. 이들 대기업을 비롯해 두원중공업, 에스앤케이항공, 이노컴, 한국화이바 등 수많은 우주 소재·부품·장비 분야 중소기업도 누리호 사업에 함께 하며 기술력을 쌓았다.

한화그룹은 우주 산업을 총괄하는 협의체 '스페이스 허브'를 올해 3월 출범시키고 관련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스페이스 허브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가 리더를 맡아 이끌고 있으며,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 그리고 한화가 인수한 인공위성기업 쎄트렉아이가 참여하고 있다.

한화는 올해 5월 카이스트(KAIST)와 스페이스 허브 우주연구센터를 설립해 위성 간 통신 기술을 공동 개발 중이다.

한화는 이번 누리호의 성과에 대해 "누리호는 우주에 대한 대한민국의 장기 비전과 흔들림 없는 의지가 만들어 낸 과정"이라며 "한화는 1990년대 과학로켓부터 이번 누리호 등 다양한 위성 사업에 참여하며 국가 우주력 강화를 위해 투자한 경험과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계속 한국의 우주 산업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중공업은 2013년 우리나라 최초 우주 발사체인 '나로호(KSLV-Ⅰ)' 발사대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경험을 바탕으로 2016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누리호 발사를 위한 한국형 발사대 시스템을 수주했다.

나로호가 총길이 33.5m에 140t 규모의 2단 발사체였던 데 비해 누리호는 총길이 47.2m에 200t의 3단 발사체로 커지면서 기존 발사대를 사용할 수 없어 새로 구축했다.

현대중공업은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한국형 발사체 사업에 참여해 그 의미가 더 뜻깊다"며 "지속적인 기술력 향상을 통해 우리나라 항공우주산업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또 "우리나라 항공우주산업 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기술력 향상에 노력할 것이며 후속 발사를 위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지속해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누리호의 연소시험을 담당한 현대로템 관계자도 "미래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우주산업 분야의 중요성을 사전에 인식하고 이번 한국형발사체 사업에서도 관련 시험 설비들을 국내 기술로 개발하고, 구축하며 기술력을 키웠다"면서 "우주 사업을 비롯해 수소, 무인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해 미래 핵심기술 선도기업으로 자리 잡겠다"고 말했다.

최근 우주산업은 정부 주도의 정책에서 민간 주도로 바뀌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번 누리호 개발·발사를 통해 우주 산업의 패러다임을 '뉴 스페이스'(New Space)로 바꾸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우주 시장 선점을 위한 세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한 뉴 스페이스 시대에 우리 민간 기업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가 후속 사업 추진과 관련 법 제도를 정비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 따르면 누리호의 2차 발사는 다음해 5월에 이뤄질 예정이다.

이는 1차 발사의 결과와 무관하게 작년 12월에 미리 결정돼 있던 사항이다. 2차 발사 날짜는 잠정적으로 다음해 5월 19일로 정해져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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