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에너지원보다 환경친화적이면서도 고효율을 내는 수소. 수소는 휴대 전자기기부터 가정용, 공업용, 자동차, 잠수함, 항공기 발전용까지 기술 개발 성과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2050년이면 전 인류가 사용하는 에너지 이용량의 18%를 수소가 책임지고, 이와 관련한 일자리는 3000만 개 이상 창출될 전망이다. 본지는 우리 정부와 기업의 수소산업 투자 현황과 계획 등을 살펴보고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정의선 회장, 국경 넘어선 행보로 글로벌 의제 '수소' 강조
수소기업협의체 설립에 중추적 역할…공동의장사까지
수소 밸류체인, 전영역으로 확대...'수소혁신' 드라이브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재계 안팎에서 수소 전도사로 불릴 만큼 수소사회 구현의 당위성을 역설해오고 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당장 수소 산업은 단기간에 수익을 기대하기 쉽지 않고 시간과 비용 등에서 만만치 않다는 약점을 지녔다.

그러나 정의선 회장은 비즈니스 측면 뿐만 아니라 우리 세대 책임과 의무의 관점에서 수소를 바라보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그룹 내에서 “현대차그룹이 수소에 투자하는 것은 수소기술이 수익을 창출한다는 생각보다는 우리가 가능한 기술적 수단들을 모두 활용해 미래를 지키려는 차원이지 않느냐”고 강조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9월 개최된 하이드로젠 웨이브(Hydrogen Wave) 행사에서 현대차그룹의 미래 수소사회 비전인 ‘수소비전 2040’과 수소연료전지기술, 수소모빌리티 등의 청사진을 소개하면서 인류는 절체절명의 기후변화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국제적인 협력이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이 자리에서 정의선 회장은 지구의 환경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강력하고 실용적인 해결책이 수소라고 단언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7월 미국 방문 당시에도 “수소는 사업의 난이도도 있고, 단기간 내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전 지구적 기후변화 해법을 찾는 것은 우리 세대의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우리 세대가 뚫고 나가서 이뤄내지 못한다면 우리 아들 딸 세대가 우리에게 뭐라고 하겠는가. 난관이 있더라도 우리 세대는 역할을 하고 반드시 극복하고 해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판 수소위원회로 불리는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Korea H2 Business Summit)'이 지난 9월 공식 발족됐다.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 발족식 후 (사진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수소모빌리티+쇼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신용수 기자]
한국판 수소위원회로 불리는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Korea H2 Business Summit)'이 지난 9월 공식 발족됐다.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 발족식 후 (사진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수소모빌리티+쇼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현대차, 수소기업협의체 의장사로…“수소, 전 지구적 관심사로”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20여년 간 대규모 투자로 수소 기반 기술 및 수소전기차 개발에 노력해 전 세계 수소 에너지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지만 특정 회사, 특정 국가의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전 지구적 차원의 관심과 동참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다.

일례로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초 미국 에너지부(DOE) 마크 메네제스(Mark Menezes) 당시 차관을 만나 미국 내 수소 저변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공식 면담에 이어 메네제스 차관과 수소전기차 넥쏘에 동승해 대화를 나누고 넥쏘의 자율주차 기능을 직접 선보였다.

미국 주지사협회 동계회의 리셉션에도 참석해 수소의 친환경성 등을 설명했다. 수소전기차의 공기 정화 기능을 지켜보던 당시 주지사협회 회장 래리 호건(Larry Hogan) 메릴랜드 주지사는 넥쏘가 정화한 공기를 마시는 신뢰를 보였다.

2020년 1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수소위원회 총회에서는 기술 혁신을 통한 원가절감, 일반 대중의 수용성 확대, 수소 밸류체인 전반의 안전관리체계 구축 등 ‘수소사회 구현 3대 방향성’을 제시했다.

특히 정의선 회장은 국내 수소관련 대표기업 최고경영자들의 모임인 ‘수소기업협의체’ 산파역도 맡고 있다.

수소기업협의체에는 정의선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최근 공식 출범한 수소기업협의체 ‘Korea H2 Business Summit’의 공동 의장사를 맡았다.

창립 총회에서 정의선 회장은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수소산업 생태계의 균형적인 발전이 늦었지만, 우리 기업들이 전 산업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만큼 못할 것도 없겠다는 자신감도 든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2021 넥쏘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2021 넥쏘'

수소 불모지서 지속적 기술 축적 행보 '주목'

현대차그룹은 지난 23년 동안 수소가 전 세계에서 주목받기 이전부터 기술과 의지를 축적해왔다.

1998년 수소연료전지 개발 조직 구성을 시작으로 2년 후인 2000년 미국 캘리포니아 퓨얼셀 파트너십(CaFCP)에서 현대차는 싼타페 수소전기차를 공개했다.

당시 다수 글로벌 완성차 업체도 수소전기차에 관심을 표명했지만 불확실한 전망과 수익성 등을 이유로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수소에너지의 친환경성과 확장성 등에 대한 확신을 놓지 않고 흔들림 없이 대규모의 자원과 인재를 수소 기반 기술 개발에 투입했다.

이후 수소연료전지 기술력을 확보해 승용과 상용차 모두 수소전기차 양산 시대를 열었고 204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수소에너지의 대중화를 이루는 수소사회 실현에 기여하겠다는 수소비전 2040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정의선 회장은 그룹 내부적으로 기술을 축적하는 동안 수소를 글로벌 의제로 끌어 올렸다.

정의선 회장은 2017년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기간 중 설립된 글로벌 CEO 협의체 ‘수소위원회’에 창립멤버로 참여했다. 수소위원회는 각국 정부와 협업을 통해 수소 활용을 확대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을 목적으로 출범했으며 당시 13개 기업이 가입했다.

정의선 회장은 2019년 1월 수소위원회 공동회장 취임과 함께 본격적으로 각국 정부와 민간이 공동 협력하는 글로벌 시스템 구축을 제안하는 등 국경과 민관을 초월한 공조를 강조했다.

2020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는 주요국 정상을 포함한 글로벌 리더들과 기후변화 및 에너지 전환 대응을 논의하는 등 수소를 글로벌 정상 아젠다로 설정하는데 기여했다.

정의선 회장은 국내외 민간기업과 현대차그룹의 협력도 독려하며 수소사회 조기 구현을 위한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10월 프랑스 에어리퀴드(Air Liquid), 다국적 에너지기업 엔지(Engie) 등과 프랑스 내 수소전기차 및 수소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해 공동 노력키로 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2019년 6월에는 사우디 아람코(Aramco)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사우디 내 수소전기차 보급을 포함해 수소에너지와 탄소섬유 소재 개발 분야에서 협업을 추진 중이다.

2020년 11월에는 글로벌 화학기업 이네오스(Ineos)그룹과 수소의 생산, 공급, 저장, 수소전기차 개발에 이르는 통합 수소 밸류체인 구축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7월에는 그린수소 생산을 위해 캐나다 넥스트하이드로젠(NextHydrogen)과 수전해 시스템 공동 개발 및 사업화 업무협약을 맺었다.

국내 기업들과의 제휴도 활발하다. 지난 2월 포스코그룹과 수소연료전지 발전사업 공동 추진, 그린수소 생산과 이용 관련 기술 개발 등 다각적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SK그룹·GS칼텍스와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에 힘을 모으고 있고 두산퓨얼셀·LS일렉트릭과는 수소연료전지 발전시스템을 공동 개발한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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