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사태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연봉이 높고 정년이 보장된 공공기관은 청년들이 선망하는 신의 직장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를 살펴보면, 316개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지난해 연봉이 상세하게 공개돼 있다. 이들 기관장 전체 평균연봉은 약 1억 5,856만원이고 직원들은 6,484만원이었다. 그렇지만 9개 금융공공기관(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중소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예탁결제원,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은 더욱 높아서 기관장이 약 2억 9,375만원이고 직원들도 8,980만원이었다.
지금 장안의 화제는 단연 5조원 안팎의 대우조선 분식회계 문제다. 대우조선은 ‘국민기업’이다. 산업은행이 2000년 당시 보유하고 있던 대우조선 채권 1조 1,700억원을 출자 전환하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산업은행은 2015년 말 현재 부채가 21조 7천억원이다. 2011년 624%이던 부채 비율이 2015년 말 현재 811%로 점점 악화돼왔다. 그런데도 2012년 9,467만원이던 평균 직원연봉을 2013~14년 일시적으로 8천만원대로 낮췄으나, 지난해 다시 평균 9,435만원씩 지급해 전체 공공기관 10위, 금융공공기관 2위를 기록했다. 산업은행은 금년에도 직원 1인당 9,385만원의 현금성 인건비 예산을 편성하고 있으니 여전히 제 정신이 아니다. 2016년 대졸 초임 기준 신입사원 연봉도 4679만원으로 금융업계에서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2000년 이후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에 총 5조 3천억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이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국민혈세로 조성된 돈이다. 대우조선은 지난 2013~14년 사이 850억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이 가운데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268억원을 챙겼다. 이 두 해에만 산업은행이 임직원 인건비로 5,223억원을 지급했으니 대우조선은 큰 고객(?)이었다.
대우조선은 지난 4월 14일 2013~14년 영업실적을 정정 공시했다. 당초 8,78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공시했으나 6,55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정정한 것이다. 그러니 2년 동안의 분식회계 규모는 총 1조 5,315억원에 이른다. 최근 감사원이 검찰에 고발해 수사에 착수했는데 최근 3년간 실제 분식회계규모는 5조원 안팎이라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분식회계의 주모자로 지목하여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는 2012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대우조선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지낸 김갑중 前부사장이다. 그는 산업은행 재무본부장(부행장) 출신이었다.
대우조선 재무부문 최고책임자는 7년이 넘도록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낙하산이 투하되고 있다. 2009년 3월 임기를 마친 김동각 前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을 마지막으로 대우조선 내부인사의 CFO 임명은 중단됐다. 이 후 2009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산업은행 재무부문장(부행장) 출신 김유훈 부사장이 CFO로 승인돼 첫 테이프를 끊었다. 지난해 3월부터 근무 중인 김열중 부사장(재경본부장)도 산업은행 부행장(재무부문장) 출신이다. 결국은 수조원의 국민혈세 집행을 산업은행 낙하산들이 직접 진행해온 셈이다.
대우조선 고재호 前사장은 2015년 5월 퇴사하면서 18억 1천만원의 퇴직금을 챙겼다. 실제로는 적자를 내던 2013~14년에는 공시된 영업실적을 바탕으로 총 4억 9,400만원의 성과상여금까지 챙겼다. “어려운 경영여건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경영관리와 장기발전기반을 마련했다.”는 사유였다. 이런 식으로 임원들이 챙긴 성과급은 총 65억원이다. 물론 지난 10년 동안 고문, 자문위원 등 비상근임원 67명에게 지급된 급여도 약 100억원이었는데 여기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후보의 특보와 사진사 등이 포함돼 있다. 더욱이 직원들도 가세해 2014년 1,047억원과 2015년 937억원 등 무려 1,984억원의 국민혈세를 부당하게 축냈다.
조선업계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우조선은 지난해 당기순손실 3조 3,066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는 18조 6,193억원으로 증가해 연말 기준 부채비율도 무려 4,265%가 됐다. 그런데 12,855명 직원들의 평균 급여는 7,493만원(평균 근속연수 16.8년)을 기록했다. 여기엔 기간제 근로자 344명도 포함되어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정규직 근로자 평균연봉(3834만원) 대비 약 1.95배이다. 5년 전인 2010년 대우조선은 1조 110억원의 당기순이익까지 냈고 부채비율은 250%에 그쳤었다. 그렇지만 그때는 직원들의 평균연봉은 7,075만원(평균 근속연수 17년)이었다.
현재 3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이 753원에 이르고 있지만 지난 30년 가까이 국민혈세가 7조원 넘게 투입된 대우조선에는 사내유보금 제로(0)이다. 국민이 한 푼 두 푼 세금으로 지원한 이 천문학적 규모의 공적자금은 대우조선에서 먼저 본 사람이 임자였다. 여기에는 청와대와 산업은행의 낙하산은 물론이고 근로자들도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3년 사이 대우조선 직원들이 현금으로 지급받은 급여는 약 3조원이었다. 1인당 7,445만원이다. 현금이 아닌 복리후생비 등을 합하면 이보다 더 늘어날 것이다.
대우조선노동조합 조합원은 6,890명이다. 단순하게 계산해도 조직률 50%가 훨씬 넘는다. 지난 13~14일 동안 벌인 파업 찬반 투표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파업을 결의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노동조합 조직률은 10.8%였지만 300인 이상 대기업 사업장은 47.9%였다.
316개 공공기관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대기업 평균보다 높은 68.9%에 달한다. 금융노조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도 75.3%에 이른다. 산업은행은 2015년 말 현재 자그마치 94.5%이다. 이 때문에 고액 연봉의 원천이 바로 노동조합의 교섭력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조선소 근로자는 절반 이상이 하청이다. 고용노동부 자료를 종합해보면 대우조선 하청업체는 270개며 하청 근로자는 본사 직원의 3배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조선소 중 비정규직 노조는 공식적으로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가 유일하다. 대우조선은 하청노동자조직위원회와 원하청노동자연대투쟁위원회가 있긴 하지만 공식 노조는 아니므로 하소연 할 창구조차 없다.
고용노동부의 ‘2015년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자 300인 이상 대기업에 근무하는 정규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처음으로 500만원(501만원)을 넘어섰다. 그렇지만 중소기업 정규직은 평균 262만원으로 대기업 대비 52.3%에 불과했다.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34.6%에 그쳤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낮은 비율이다. 특히 100명 미만 사업장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1~2%의 조직률을 보이면서 임금수준도 덩달아 형편없었다. 중소기업은 전체 사업체 수의 99%, 고용의 88%를 담당하고 있으나 이처럼 대기업 사업주와 근로자 양쪽으로부터 철저히 왕따 신세다.
정부는 곧 ‘국책은행 자본확충’이라는 방안을 통해 12조원을 조선산업 구조조정 등에 투입한다. 복마전 대우조선과 산업은행을 위해 국민혈세가 추가로 쓰이는 것이다. 이 막대한 세금을 내는 1,932만명 근로자들의 지난해 평균월급은 겨우 274만원이었다. 그 중에서도 비정규직은 고작 137만원이었다. 이들이 흘린 땀방울을 생각한다면 산업은행과 대우조선 경영진에게만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다. 각각 월급 786만원과 624만원을 받아간 산업은행과 대우조선 직원들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앞으로 세금을 더 납부해야 할 국민의 고통에 동참한다면 이들 직원도 부당하게 지급받은 성과급부터 자진해서 반납하고, 대우조선 정상화가 이루어질 때까지 봉급 삭감도 고려해야 해야 할 것이다. 그 돈을 모아 하청업체 근로자들을 생각하는 상생의 길도 모색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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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광 웅
데이터정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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