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에너지원보다 환경친화적이면서도 고효율을 내는 수소. 수소는 휴대 전자기기부터 가정용, 공업용, 자동차, 잠수함, 항공기 발전용까지 기술 개발 성과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2050년이면 전 인류가 사용하는 에너지 이용량의 18%를 수소가 책임지고, 이와 관련한 일자리는 3000만 개 이상 창출될 전망이다. 본지는 우리 정부와 기업의 수소산업 투자 현황과 계획 등을 살펴보고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효성 본사.

국내 대표 소재기업인 효성은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속에서도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부문의 연구 개발 및 투자에 주력하며 저탄소 그린라이프 시대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지난 6월 열린 액화수소공장 기공식에서 “가보지 않은 길은 누구나 두렵지만, 그 힘겨운 첫 걸음이 새로운 세상을 여는 역사가 된다”고 강조하며 “세계를 향한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효성은 VOC(Voice of Customer)를 기반으로 최고의 품질과 서비스를 통해 선제적 투자와 친환경 등 신규사업을 진행하면서 효성의 브랜드와 주주가치를 제고할 방침이다.

효성의 수소 관련 사업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효성중공업이 생산·조립·건립에 이르기까지 토탈솔루션을 제공하는 수소충전소사업 ▲린데그룹과 함께 추진하는 액화수소사업 ▲수소저장용기의 핵심소재로 쓰이는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사업이다.

국회에 마련된 수소충전소. 효성 제공
국회에 마련된 수소충전소. 효성 제공

효성중공업, 2008년 수소충전소 사업 시작

먼저 효성중공업은 수소충전소 건립에 필요한 모든 자재를 비롯해 생산·조립·건립에 이르기까지 토탈솔루션 사업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2021년 현재까지 국회를 비롯해 안성, 백양사, 성주, 언양 등 고속도로 휴게소 총 17곳에 수소충전소를 건립, 약 35%의 시장 점유율을 가진 국내 1위 업체다.

효성중공업은 약 50년 간 쌓아 온 회전기와 압축기 등 중공업 분야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지난 2000년 압축천연가스(CNG) 충전 시스템 사업에 진출했다.

그 후 CNG 충전시스템에서 얻은 기술과 운용 역량을 기반으로 2008년 현대자동차로부터 화성 남양연구소에 수소충전소 건립을 제안받으면서 수소충전소 보급 사업을 시작했다.

2020년 8월에는 정부세종청사 내 첫 수소충전소를 구축했다. 이는 국가 주요시설에 구축하는 두 번째 사례로 이에 앞서 2019년 9월에는 국회에 서울시 첫 상업용 수소충전소를 준공하기도 했다.

효성중공업이 만든 수소충전소는 700바(Bar)급 규모로 3~5분 안에 충전이 가능해 시간당 수소차 5대 이상을 충전할 수 있다. 설치 면적이 적으며, 압축기 등의 내구성도 우수하다.

특히 자체 기술 개발을 통해 수소 충전기, 수소가스 냉각시스템, 수소가스 압축 패키지 등을 국산화했다. 이 때문에 신속한 애프터서비스와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또 충전 결과에 따른 데이터분석을 통해 충전 현황은 물론 문제 발생시 신속한 원인 파악이 가능하다. 수소 감지기, 불꽃 감지기, 압력센서 등 실시간 안전관리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조현준 효성 회장. 효성 제공
조현준 효성 회장

효성중공업, 린데그룹과 액화수소 공장 설립 나서

효성중공업은 린데그룹과 함께 수소 모빌리티 산업 활성화를 위해 수소의 생산부터 공급에 이르는 밸류체인 구축을 추진 중이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지난해 4월 산업용 가스 전문 세계적 화학 기업인 린데그룹과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수소는 기존 탄소 중심의 경제구조를 바꿀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로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효성중공업이 추진하는 액화수소 사업의 핵심은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수소를 저장하고 운송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효성이 향후 국내 수소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후 올해 2월 린데그룹과 조인트벤처(JV)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6월 울산 용연에서 수소사업 비전선포 및 액화수소플랜트 기공식을 개최했다. 효성중공업은 국내 업체들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수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효성중공업과 린데는 ‘수소응용기술을 통한 탄소중립 대한민국 건설’이라는 비전을 선포했다.

이를 위해 ▲수소 생산 및 충전 설비의 안정성과 신뢰성,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한 R&D 확대 ▲CO2를 배출하지 않는 블루수소 및 그린수소 추출 기술 개발 및 설비 국산화 ▲이산화탄소(CO2) 저감 기술개발을 통한 탄소중립 수소 사업 기반 구축 등을 3대 과제로 정하고 적극 추진한다.

효성중공업과 린데의 생산 합작법인인 린데수소에너지㈜는 효성화학의 용연공장 부지에 연산 1만3000톤 규모(승용차 10만대 1회 충전 가능 물량)의 액화수소 플랜트를 완공해 2023년 5월부터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단일 공장 규모로는 세계 최대다.

신설 공장에서는 효성화학 용연공장에서 생산되는 부생 수소(LPG에서 수소를 떼어내어 프로필렌을 생산, 이를 활용해 폴리프로필렌(PP)을 만들고 여기서 부가적으로 생산된 수소를 액화수소 생산에 활용)에 린데의 수소 액화 기술과 설비를 적용해 액화 수소를 생산하게 된다.

수소 액화 기술은 고압의 기체 상태인 수소를 액화시키는 것으로 린데는 세계 최고 수준의 액화수소 생산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액화수소는 기체 상태의 수소를 액체화 해 부피를 1/800로 줄인 것으로 저장 및 운송에도 용이하다. 또 액화수소 충전 시 승용차 1대에 소요되는 충전시간은 3분으로, 기체수소(12분)보다 4배 빠르고 기체수소 충전소의 30% 수준의 부지에도 충전소 건립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생산된 액화수소는 차량용은 물론 드론, 선박, 지게차 등의 다양한 모빌리티 분야에서 쓸 수 있어 연관 산업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판매 합작법인인 효성하이드로젠㈜은 액화수소 플랜트 완공 시점에 맞춰 액화수소 충전인프라를 구축한다. 울산시에 국내 제1호 액화수소 충전소를 건립하는 것을 시작으로, 정부의 대형 상용 수소차 보급 정책에 따라 전국 30여곳에 대형 액화수소 충전소를 건립해 액화수소 생산, 운송 및 충전시설 설치와 운영을 망라하는 밸류체인을 구축할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효성중공업은 중장기적으로 액화수소 생산 능력을 3만 9000톤까지 늘리기 위해 5년간 1조원을 투자한다.

효성중공업은 향후 부생수소를 넘어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나온 전기로 생산하는 그린수소 기반의 수소 생산을 위해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추진, 설비를 국산화할 계획이다.

탄소섬유를 적용해 만든 액화수소용기. 효성 제공
탄소섬유를 적용해 만든 액화수소용기. 효성 제공

효성첨단소재, 고강도 저장용기 활용가능한 탄소섬유 개발

수소연료탱크는 일반 공기보다 500~900배 이상의 고압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고강도의 저장용기가 필수적이다. 탄소섬유는 내열성, 내충격성, 내화학성을 갖추고 있고 철보다 10배 강하지만 무게는 1/4 수준이기 때문에 ‘꿈의 소재’로도 불린다. 주로 연료용 CNG 고압용기, 자동차용 구조재, 풍력, 우주항공용 소재와 스포츠레저용 제품 등 철이 사용되는 모든 곳에 대체재로 활용할 수 있어 용도가 다양하다.

효성첨단소재는 2007년 탄소섬유 개발에 뛰어든 이후 최단기간만인 2011년 일본, 독일,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 국내에서는 최초로 탄소섬유 독자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그 후 2013년 5월부터 전북 전주 친환경복합산업단지에 연산 2000톤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을 완공해 운영해 왔다.

효성첨단소재는 전주 탄소섬유 공장에 2028년까지 약 1조 원을 투자해 연산 2만 4000톤의 탄소섬유를 생산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단일규모로는 세계 최대규모로 지난해 1차 증설을 완료해 연산 4천톤 규모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2차 증설계획을 발표하고 758억원을 투자해 2022년까지 연산 6500톤을 증설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화솔루션㈜과 고압용기에 쓰이는 고강도 탄소섬유를 올해부터 6년간 장기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안정적 수주물량을 확보해 주목받기도 했다.

탄소섬유를 적용한 차량의 CNG(Compressed Natural Gas) 연료 탱크나 수소 연료 탱크는 기존의 금속 탱크보다 중량이 적기 때문에 차량의 주행성능을 향상시키고 배기가스 배출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탄소섬유는 고강도·고탄성·경량화라는 특성상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항공 우주, 선박용 연료 탱크 등 다양한 용도로 확대 적용될 전망이다.

사진 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지난 6월 경기도 화성시 현대차·기아 기술연구소를 방문, 현대차 수소전기트럭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지난 6월 경기도 화성시 현대차·기아 기술연구소를 방문, 현대차 수소전기트럭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SK·포스코와 수소 협의체 설립 동참

효성은 현대차, SK, 포스코와 함께 2021년 9월 수소기업협의체를 설립했다. 4개 그룹은 수소경제 활성화 및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민간기업 주도의 협력 필요성을 공감하고 CEO 협의체인 ‘한국판 수소위원회’ 설립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수소기업협의체는 정기 총회 및 포럼 개최를 통해 국내 기업의 투자 촉진을 유도하고 수소산업 밸류체인 확대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수소사회 구현 및 탄소중립 실현에 적극 기여한다.

효성은 수소기업협의체 설립 추진과 함께 수소 관련 사업에도 더욱 역량을 집중해 탈탄소 시대의 도래를 선도해 나갈 예정이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지속적인 R&D를 통해 수소의 충전 및 공급 설비를 국산화해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수소 밸류체인 구축에 효성그룹이 적극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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