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방역 체계 바꿀 '게임 체인저' 부상
긴급사용승인 따른 일부 부작용도 우려
"설사·오심·미각이상 증상 확인…호전"
국내에서 알약 형태의 경구용(먹는) 코로나19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는 사용에 큰 제약 없이 코로나19 증상 악화를 막을 수 있어 현재 의료·방역 체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가 긴급사용을 받을 정도로 부작용 우려도 남아있어 사용에 따른 주의도 필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 27일 미국 화이자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의 국내 긴급사용승인을 결정했다.
팍스로비드의 긴급사용 승인은 질병관리청이 지난 22일 긴급사용승인 요청을 한지 닷새만이다. 긴급사용승인은 감염병 대유행 등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제조·수입자가 국내에 허가되지 않은 의료제품을 공급하는 제도다.
식약처는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에 따른 먹는 치료제 도입의 필요성, 안전성·효과성 검토 결과, 전문가 자문회의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 안전관리·공급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
자문회의에서 전문가들은 국내 코로나19 대유행 상황과 임상시험 자료 등을 고려할 때 팍스로비드의 긴급사용승인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임상 시험에서 팍스로비드는 고위험군 경증과 중등증 코로나19 환자의 입원 또는 사망 위험을 88%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각 이상, 설사, 혈압 상승 및 근육통 등이 부작용이 보고됐으나 대부분 경미해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는 것이 식약처의 설명이다.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 안전관리·공급위원회도 전문가 의견과 환자 접근성, 의료진 선택권 등을 고려해 긴급사용승인의 타당성을 인정했다.
질병관리청은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60만 4000명분에 대한 선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화이자사의 팍스로비드가 36만 2000명분이고 머크앤컴퍼니(MSD)의 치료제가 24만 2000명분이다.
당국은 팍스로비드가 이르면 다음달 중순께 국내 도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두 치료제의 사용을 승인했고 세계 주요 각국들도 속속 사용승인과 구매를 서두르고 있다.
식약처는 질병관리청이 지난달 17일 신청한 MSD의 몰누피라비르(제품명 '라게브리오')의 긴급사용승인도 검토 중이다. 안전성과 효과성에 대한 자료를 추가 확인하고 있다.
당국은 코로나19의 변이바이러스인 ‘오미크론’ 변이 확산 등을 고려해 40만회분에 대한 선구매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외 치료제 개발상황과 방역상황, 임상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더 추가 구매를 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코로나19 치료제를 살 때 환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없다. 코로나19는 1급 감염병으로 지정돼 있어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치료비용은 전액 국가가 부담한다.
팍스로비드는 단백질 분해효소(3CL 프로테아제)를 차단해 바이러스 복제에 필요한 단백질이 생성되는 것을 막는 방식으로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코로나19 치료제다. 두 개의 정제가 함께 포장된 제품으로 실온(15∼30℃)에서 보관할 수 있다.
이 약의 1회 복용분은 '니르마트렐비르' 2정과 '리토나비르' 1정씩으로 됐다. 환자는 닷새 동안 하루당 2회분을 복용하면 된다. 코로나19 진단 후 증상이 발현된 후 닷새 이내에 가능한 한 빨리 투여해야 한다.
식약처는 체내에서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팍스로비드의 특성상 오미크론을 포함한 다양한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시험관 실험에서 오미크론을 제외한 여러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항바이러스 효과가 확인됐으며 화이자는 긴급사용승인 후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시험 결과를 제출할 예정이다.
의료계에서는 화이자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를 통해 코로나19 환자가 중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아준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의 판도를 바꾸고 위중증으로 인한 사망자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게임체인저'라는 기대다.
먹는 코로나19 치료제가 국내에 널리 도입되게 되면 현재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치중해온 방역 체계가 치료제 투여를 통한 완치가 병행되게 된다. 현재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병상 확보가 어려운 상황인데 먹는 코로나19 치료제가 도입될 경우 병상 확보에 대한 부담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팍스로비드가 국내에서 처음 사용되는 만큼 일각에선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특히 정식 허가가 아닌 감염병 대유행 상황에 대응해 신속한 공급을 염두에 둔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치료제라는 점에서 이상반응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긴급사용승인 자문회의에 참여한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브리핑에서 "제출된 자료를 바탕으로 보면 약물을 투여했던 군에서 위약군에 비해 빈도가 더 증가하는 것으로 보였던 부작용에는 설사, 오심, 미각이상과 같은 것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대부분은 약물 투여가 종료되고 난 뒤 호전되는 경과를 보였고. 경한(가벼운) 양상을 보였던 것으로 확인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는 중증의 간이나 신장 장애 환자에게는 권장되지 않는다. 고지혈증 또는 통풍이나 협심증 환자가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를 복용하려면 기존에 먹던 약을 일시 중단해야 한다.
특히 미국 NBC방송이 27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팍스로비드와 일부 약품을 함께 복용하면 위험할 수 있다.
팍스로비드에 포함된 리토나비르는 CYP3A라고 불리는 핵심 간효소를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문제는 CYP3A를 활성화하는 약물과 만나면 유독한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CYP3A 활성제가 여러 질환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CYP3A 활성제는 혈액 희석제나 항지혈제, 부정맥, 고혈압, 고콜레스테롤 약물, 항우울제, 항불안제, 면역억제제, 스테로이드, HIV 치료제, 발기부전 약물 등에 쓰인다.
다만 NBC방송에 따르면 이러한 약물이 팍스로비드 병행 사용이 모두 금지되는 것은 아니며 평소보다 복용량을 낮추거나 다른 약물로 대체할 수 있다.
이에 식약처는 팍스로비드의 긴급사용승인 이후에도 부작용 정보를 수집하고 환자가 부작용을 신고할 수 있게 시스템을 정비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우리나라가 코로나19 백신 개발 초기에 백신 물량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어려웠던 상황이 있던 만큼 이번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 의료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확보에 나선 상황이지만 계약한 물량은 여전히 부족하다”면서 “과거 사례를 참고해 서둘러 충분한 물량 확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