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취임 3년 차로 접어들면서 그룹 승계 작업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정 회장은 아버지인 정몽구 명예회장이 가진 그룹사 지분을 이어받고,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야 한다. 동시에 미래 먹거리를 확보해야 하는 중임도 떠안았다. 갈 길이 멀지만, 호재보다는 악재가 많다. 최근 직원의 잇따른 자살 문제가 재조명되면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는 조직문화가 논란이 됐다. 공정한 성과 분배를 요구하는 내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을 철회하면서 정 회장의 승계 자금 마련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정의선 회장의 승계 작업을 둘러싼 쟁점과 논란거리는 무엇인지 정리했다. <편집자주>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자동차그룹 승계 작업의 핵심 계열사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분 11.72%를 가진 2대 주주여서다. 업계에서는 정의선 회장이 비상장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을 상장시켜 승계를 위한 자금줄로 활용할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실제로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달 기업공개(IPO)를 시도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국내외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흥행에 실패했고, 지난달 28일 공모 철회 신고서를 공시했다. 상장 작업을 중단한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 IPO 실패의 원인은 75%에 달하는 '높은 구주 매출 비중'이다. 구주 매출이란 기업이 상장할 때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는 것이다. 구주 매출 비중이 높으면 공모로 조달한 자금이 회사의 성장을 위해 투자되기보다 기존 주주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는 비중이 높다는 의미다.
정의선 회장과 부친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이번 현대엔지니어링 IPO를 통해 각각 자신이 가진 주식의 40%와 60%를 매각할 예정이었다. 희망 공모가를 토대로 추산하면 정의선 회장은 최소 3093억원에서 최대 4044억원, 정몽구 명예회장은 최소 823억원에서 최대 1076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정의선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주식을 갖게 된 계기도 논란거리다. 정의선 회장은 2004년과 2005년 375억원을 투자해 현대엠코 지분 25%를 사들였다. 이후 10여 년간 476억원의 배당을 받아 투자 금액 이상을 회수했다. 현대엠코는 그룹 계열사의 지원으로 고속성장을 이어갔다.
2014년 현대엠코는 현대엔지니어링과 합병한다. 2001년 현대건설에서 분리된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엠코를 흡수하는 형태였다. 당시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의 합병비율은 1대 0.18로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가치가 과도하게 축소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소액주주 반발을 누르고 합병을 성사시킨 정의선 회장은 단숨에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를 보유하게 됐다.
합병 후 현대엔지니어링은 빠르게 성장한다. 현대건설의 주거 브랜드 '힐스테이트'도 공유했다. 해외 건설 시장도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함께 개척했다. 실적이 좋아진 현대엔지니어링은 배당을 늘린다. 지난 2020년 배당액은 1087억원, 그해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의 63%에 달했다. 이 가운데 정의선 회장 몫은 133억원이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건설사의 배당성향은 10~20% 수준"이라며 "만약 현대엔지니어링이 IPO에 성공하고, 정의선 회장 지분율이 낮아졌어도 그렇게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유희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