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빅3(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가 올해 첫 주총을 마무리했다. 이들은 기존에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 사업이 급격히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업황 속에서 주총을 통해 온라인 중심의 신사업 확보에 집중했다.
먼저 롯데쇼핑은 지난달 23일 백화점 업계 중 가장 먼저 주총을 개최했다.
이번 롯데쇼핑 주총에서 가장 눈에 띈 부분은 이사진 선임이다. 롯데쇼핑은 주총에서 김상현 롯데유통군HQ 총괄대표,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를 새롭게 롯데쇼핑 대표로 선임했다. 롯데쇼핑은 기존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를 포함해 총 3인이 대표를 맡게 됐다.
앞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에 롯데 유통부문의 영업이익이 전년(2020년)보다 37.7% 줄어든 2156억원에 그치자 쇄신성 인사를 냈다. 롯데 출신의 인사만 뽑았던 롯데쇼핑의 수장 자리에 김상현 전 홈플러스 대표, 백화점 사업부에는 경쟁사인 신세계 출신의 정준호 롯데GFR 대표를 영입했다.
롯데쇼핑에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최근 유통업계의 화두인 온라인 유통채널 강화를 가속화하고 조직 내 긴장감을 강화로 풀이된다. 지난해 인사에 이어 올해에는 새로 영입된 이들이 사내이사로 선임돼 가시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또 롯데쇼핑은 주총에서 정관상 사업 목적에 주류소매업과 일반음식점업을 추가하고 이사회 내 투명경영위원회와 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ESG) 위원회를 추가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도 통과시켰다.
업계에서는 롯데쇼핑의 사업 목적 추가에 대해 롯데마트가 추진 중인 ‘보틀벙커’ 사업 확장을 고려한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12월 서울 잠실점을 제타플렉스로 리뉴얼 개장하며 와인전문숍 '보틀벙커'를 열었다. 보틀벙커가 개장 이후 3일만에 6억원의 매출을 내면서 이를 확대하는 방안이 언급되고 있다.
롯데그룹의 추가적인 M&A도 기대된다. 김상현 롯데유통군HQ 총괄대표는 이번 주총에서 M&A 계획에 대해 “관심 있게 보고 있다. 사업과 관련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3월 중고나라를 300억원에 인수했고 9월에는 한샘 인수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해 2995억원을 투자했다. 지난 1월에는 롯데지주가 한국미니스톱을 3134억원에 인수했다.
신세계는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주총을 열고 디지털화에 발맞춘 ‘온·오프라인 통합형 백화점 구축’을 다시 강조했다.
차정호 신세계 백화점부문 기획전략본부장은 24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주주총회 인사말을 통해 "업(業)의 전 영역에 걸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변환)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대면과 비대면 경험을 하나로 합치고 그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서비스와 커머스가 결합한 '신세계만의 플랫폼'을 만들어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주총에서는 인터넷 경매 및 상품 중개업, 데이터베이스 및 온라인 정보 제공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정관 변경안도 의결됐다.
이와 관련해 신세계는 "별도의 플랫폼이 아닌 SSG닷컴(쓱닷컴) 내에서 백화점 관련 콘텐츠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신세계는 디지털 아트와 관련된 신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백화점 미술품 전시·판매에 이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미술품 경매서비스도 선보였다. 지난해에는 미술품 경매 업체 서울옥션에 280억원을 투자해 4.82% 지분을 확보하면서 아트 비즈니스시장에 본격적이다.
신세계는 이미 지난해에 온라인 중심으로 유통 사업 무게감을 옮겼기에 올해에는 디지털 아트라는 신사업도 선보였다.
지난해에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와 온라인 패션 플랫폼 ‘W컨셉’을 인수하며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최근에는 이마트와 SSG닷컴, 이베이코리아가 같은 시기에 통합 마케팅을 펼치며 각 업체별 호흡 맞추기에 나서고 있다. 유통채널의 통합작업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통합 마케팅부터 펼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비교적 온라인 체질 개선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현대백화점그룹은 올해에는 색다른 모습을 보였다.
현대백화점은 주총에 앞서 ‘아마존 매트리스’로 불리는 가구·매트리스 기업 ‘지누스’를 7747억원에 인수했다. 이는 현대백화점그룹 역대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다.
김형종 현대백화점 사장은 지난 28일 개최된 주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지누스의 전문성을 높게 평가했다”며 “현대백화점은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 구조를 갖고 있는데 이를 온라인으로 외연 확대하기 위해 이번 M&A를 진행했다”고 인수 이유를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생활문화분야에서 인수 합병을 통해 시너지를 발생할 기업이라면 언제든지 추가 인수에 나설 것”이라며 추가 인수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계열사가 아닌 백화점이 지누스를 인수한 이유는 타계열사보다 백화점이 가장 큰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현대백화점은 지금까지 견실하고 보수적 재무구조를 지녔으나 이제는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고 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기업 인수 뿐만 아니라 지주사 현대백화점에 3개로 분산돼 있던 디지털 관련 조직을 통합해 디지털사업본부를 신설하고 9개팀을 구성해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