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빌리티(이동수단과 관련 서비스)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카카오T로 대표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매각설이 공식화되는 가운데 티맵모빌리티가 대리운전 업계에 우회진출하는 등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15일 조회공시를 통해 "카카오의 주주가치 증대와 카카오모빌리티의 지속 성장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지난 17일 사내간담회에서 매각논의가 이뤄진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매각진행과 관련돼)결정된 게 없다"며 "우리는 같은 배를 탔다. 권리를 침해하는 일에 대해서 경영진은 어떻게 든 최선을 다해 방어하겠다"고 덧붙였다.
공식적인 매각 금액이나 지분이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대주주인 카카오가 보유한 지분 57.5%를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에 매각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나머지 지분은 미국계 사모펀드인 TPG와 칼라일이 각각 29.0%와 6.2%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해부터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으나 현재 모기업인 카카오와 자회사에 대한 시장의 시선이 곱지 않다. 특히 카카오페이의 신원근 대표와 임원 7명이 지난해 12월에 한꺼번에 스톡옵션을 행사하면서 카카오페이 주가가 코스닥 상장 한달만에 급락하는 ‘먹튀’가 발생한 상황이다.
여기에 공정위가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 택시 '콜(승객 호출) 몰아주기' 의혹에 대한 조사를 마치면서 제재가 임박했다.
공정위는 2020년 택시 단체들로부터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 가맹 택시(카카오T블루)에 콜을 몰아주는 불공정행위를 하는 것으로 의심된다는 신고를 받고 관련 조사를 시작했다. 승객이 카카오T 앱으로 택시를 부르면 가까이 있는 일반택시가 아니라 멀리 떨어져 있는 카카오 가맹 택시가 먼저 배차된다는 것이 택시 단체들의 주장이었다.
공정위는 본사 현장 조사 등을 통해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과 비가맹 택시를 구분해 가맹 택시에 배차를 몰아주는 방향으로 알고리즘을 조정한 것은 아닌지 확인해왔다. 그 결과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배차 시스템을 자사에 유리하게 만들었다고 잠정 결론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로부터 독립하면 카카오 브랜드를 유지못해 경쟁력을 잃을 것이란 우려가 내부 직원들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부정 여론이 커지면서 카카오모빌리티의 노동조합 가입자는 올해 1월 35명에서 지난 16일 360명에 이르렀다. 전체 임직원(700명)의 절반을 넘어선 상황이다.
카카오가 내외부적 위기로 흔들리는 사이 경쟁사 티맵모빌리티는 대리운전 시장을 우회 진출하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SK텔레콤에서 분리된 투자회사 ‘SK스퀘어’의 자회사인 티맵모빌리티는 지난 17일에 대리운전 중개프로그램 업계 1위 ‘로지소프트’를 약 547억원에 인수했다. 로지소프트는 대리운전 전화호출 시장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업체다.
티맵모빌리티는 로지프로그램의 관제 시스템 '로지'와 티맵이 보유한 서비스·데이터를 결합해 소비자들에게는 다양한 모빌리티 대행 서비스, 기사로 가입한 공급자들에게는 새로운 업무수행 기회를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티맵모빌리티의 로지소프트 인수가 두고 꼼수로 대기업이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최근 동반성장위원회는 대리운전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대기업의 신규 진출과 사업 확장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로지소프트 인수로 대리운전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
이를 두고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는 지난 17일 성명을 통해 "선수가 심판을 돈으로 사고 그 심판이 또 선수로 뛴다"며 "이번 티맵의 행보에 대해 (동반위가) 철저하고 강력한 제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티맵모빌리티는 로지소프트가 유선 전화 기반 대리업체들의 콜을 다른 플랫폼에 뿌려주는 역할을 하므로 콜 기반 대리사업이 아니라고 했다. 관제 프로그램은 동반성장위원회 권고안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티맵이 안정적 수익을 내는 영역이 대리운전 뿐인 상황에서 상장을 위해서는 수익성 개선이 절실하다.
한 모빌리터 업계 관계자는 “택시호출 시장은 규제도 많고 업계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큰 이익이 나지 않는다”면서 “반면 대리운전 수수료는 15~20% 가량 발생한다. 모빌리티 업계가 상장 등을 위해서는 이익이 크게 나는 대리운전 업종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