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예 추진 이견…”내년 1월 1일 시행하는게 더 좋다”
“이익 나면 세금 내야”…”개인투자자 피해보는 체계 아니야

12일 낮, 여의도 기자간담회에서 답변중인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사진=장석진 기자)
12일 낮, 여의도 기자간담회에서 답변중인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사진=장석진 기자)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이 정부가 방향을 잡고 있는 금융투자소득세 유예에 대해 반대되는 입장을 내비춰 주목된다. 이미 내년 1월 1일 시행에 맞춰 업계도 전산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만큼 매몰비용(비용 낭비)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빠른 추진이 좋다는 입장이다.

12일 낮, 금융투자협회가 여의도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나재철 협회장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양도세 과세 존치 및 거래세 하향 입장’이 변함없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정부 방침에 따라가고는 있으나 11월쯤 법안이 재통과 돼야 한다”며, “협회로서는 1월 1일 시행에 맞춰 전산시스템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 (금융투자소득세) 체계는 상당히 선진화된 과세체계로, 이익이 나면 세금을 내는 것이 맞다”며, “투자자의 98%는 면세에 해당하고 손익 통산 과세로 개인투자가에게 불리한 체계가 아니며, 선진화된 시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정부가 유예하긴 했지만 필요한 제도”라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투자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금융투자소득세 유예를 추진하는 것과 정면 배치되는 입장이다.

한편 이날 협회는 대체거래소(ATS) 설립 추진과 관련해 연내 예비인가와 법인설립을 마치고 2024년께 업무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나 회장은 "증권 거래의 편의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대체거래소(ATS)를 올해 설립하겠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최고 수준의 ATS가 설립될 수 있도록 참여 회원사들과 함께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신설되는 ATS의 취급 거래자산이 기존 거래소 대비 단순한 구조로 돼 있어 경쟁력이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 증권사 전략기획본부장은 “ATS를 통해 복수 거래시스템을 유지하는 선진 시장의 경우 차별화를 위해 정규 거래소에서 다루지 못하는 채권, 증권형 토큰(STO) 등 다양한 자산을 다뤄 경쟁력을 유지한다”며, “현재 추진중인 ATS는 기존 거래소 대비 수수료, 취급 자산 면에서 차별화가 쉽지 않아 중장기적으로 경쟁력 제고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나 회장은 "국내에 도입되는 ATS는 제도상 상장주식과 주권 관련 증권예탁증권(DR)으로만 거래 대상을 한정해 선진국 대비 거래 범위가 협소하다"며 "이는 정책 당국에서 시장발전이나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검토해 결정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ATS의 차별화를 위해 ATS 내에서만이라도 공매도를 금지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없냐는 한 매체의 질문에 “아직 설립 준비단계에 있는 만큼 공매도 여부를 거론하기는 이른 감이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창화 금융투자협회 증권·선물 부문대표는 “공매도를 나쁜 개념으로만 생각하면 안된다”며, “공매도와 주가하락과의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은 이미 학자들이 검증을 끝낸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매도를 금지하면 외국인이 다 떠난다”며, “3~4년전 34% 수준이던 시장내 외국인 비중이 현재 27% 수준으로 떨어진 것도 공매도 논란과 관련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간담회에 참석한 한 기자가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전일 필요시 시장 상황에 공매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언급하자 “내년에는 지금보다 더 경제 상황이 안좋아질 수 있어 마지막 카드(공매도)는 남겨놔야 한다”며 “현재 상황이 안좋다고는 하나 아직 바닥을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고 더 나빠질 가능성에 대비해 공매도 금지 카드를 아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올해 말 임기를 마치는 나 회장의 향후 거취와 관련해 연임 도전 의사를 묻는 질문에 “최근 자본시장 상황을 고려하고 새 정부가 들어서며 할 일이 많아 임기 이후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다”며, “주어진 임기 마지막날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책무”라고 말해 즉답을 피했다.

당초 지난 2019년 말 협회장 입후보 당시 나 회장은 당선이 되더라도 연임을 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말했으나 임기 반년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선 연임 관련 질문에 정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특히 간담회 당일인 12일은 퇴직연금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일이라 나 회장 스스로의 치적을 내세우기 위한 택일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나 회장은 임기 동안 가장 보람있었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도 “작년말 국회를 통과한 디폴트옵션 제도 도입이 가장 보람됐다”며,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을 위한 전진”이라고 자평했다.

이어 “디폴트옵션 제도 안착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증권사 퇴직연금 본부장은 “퇴직연금디폴트옵션 제도가 개인들의 퇴직연금 운용 포트폴리오의 지나친 원리금보장상품 중심 운용을 탈피하기 위해 도입을 추진한 건데 결국 은행권의 논리에 밀려 원리금보장상품 포함으로 타협을 보면서 제도 도입의 취지가 빛이 바랬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기자는 “금일 나온 이야기 중 대체거래소 로드맵 이외에는 연초 기자간담회와 다를 바 없는 재방송”이었다며, “최소 협회장 연임 의사라로 명확히 밝혀주길 기대했으나 그마저도 답변을 회피해 아쉽다”고 말했다.

나재철 협회장은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최다 판매한 증권사 사장 출신으로 협회장 재임 중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아 협회장 임기 종료 후 금융투자업계로 돌아가는 길이 사실상 막혀 있다.

연임 도전 의사에 대해 답변을 피하는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나 회장이 당초의 입장을 바꿔 연임에 도전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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