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규모 미미, 성장률만 강조 ‘함정’…증권가 ‘외면’
“이용자=돈” 성장공식 안통하는 금융…저신용 대출 급증 어쩌나
지난 2017년 7월 27일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뱅크가 출범 만 5년을 지나고 있다. 5년 동안 양적인 확대, 유가증권 상장 등 성장을 이어왔음에도 카카오뱅크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특히 더 이상 보여줄게 없어 수익 증대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 출범 5년 외형 성장 이룩한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이하 카뱅)에 따르면 카뱅은 지난 5년간 약2000만 명(7월 기준 1938만 명)에 육박하는 이용자, 1500만 명이 넘는 월간활성이용자(6월 기준 MAU 1542만 명) 등 성장을 자랑한다.
자본금 3000억 원으로 시작한 회사가 현재 2조3817억 원으로 8배 가까운 자본금 규모를 보이는 점, 작년 8월 6일 상장 후 1년 만에 시가총액 15조8145억 원으로 전체 기업 중 20위(9일 종가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하지만 시장에 긴장감을 주는 ‘메기’를 넘어 한때 기존 은행들을 위협하는 ‘거인의 출현’으로 인식되던 카카오뱅크의 존재감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 증권가가 보내는 싸늘한 시선
지난 달 1일 출범 5주년을 앞둔 카뱅에 대한 분석 개시 보고서를 낸 DB금융투자 이병건 연구원은 제목을 ‘이상과 현실의 괴리’로 달고 목표주가 2만4600 원, 투자의견 Underperform을 제시했다.
전년 8월 18일 9만4400 원을 기록한 후 1년 가까이 곤두박질 친 카뱅의 6월 말 종가가 3만250 원을 기록했던 당시 상황에서 그보다도 20% 할인한 목표주가를 제시한 셈이다.
한 은행담당 애널리스트는 “통상 처음 보고서를 쓸 때는 해당 기업과의 관계를 고려해서라도 긍정적인 내용을 담고자 노력하는 편”이라며, “그만큼 해당 연구원이 회사의 가치가 과대포장 됐다는 확신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병건 연구원이 말하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란 플랫폼금융으로서 카뱅이 받았던 기업가치(벨류에이션)은 은행업이 갖고 있는 태생적 한계를 고려할 때 그 간극이 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연구원은 “카카오를 우리는 플랫폼이 되고 싶은 은행이라고 파악한다”며, “카카오뱅크의 고성장과 고객기반 확보에 대해 우리도 놀라고 있지만, 지금의 주가에는 이러한 기대가 이미 충분히 반영되어 있다”고 선을 그었다.
◆ 한계에 달한 성장, 벽에 부딪힌 수익 창출
카뱅은 그동안 카카오톡이라는 국민 메신저를 등에 업고 이를 활용한 플랫폼금융이 될 거라는 비전을 강조해왔다. 회사가 고객수 및 월간활성이용자수를 강조하는 이유다.
그간 리테일 중심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오는 과정에서는 이 논리가 어느 정도 수긍이 되는 분위기였다. 카뱅 대표 상품인 26주 적금, 모임통장, 미니(mini), 주택담보대출 등은 모두 개일 고객 중심의 이용자 확대가 외형 성장으로 반영될 수 있는 사례였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은행들의 기본적인 서비스인 수신이나 금융 시스템 전반에 대해 문의가 많아 저 사람들이 뭘 할 수 있을까 궁금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보고 놀랐던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기존 은행들이 편리한 송금 등 카뱅이 내놨던 차별화 시스템을 모두 장착한 지금 오히려 플랫폼화를 진행하는 레거시 은행 대비 장점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개인금융은 플랫폼의 장점이 어느 정도 먹혀들 수 있지만, 이제 발을 들이려 하는 기업금융 분야에서 카뱅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두터운 벽을 뚫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기업금융은 단순히 금리 수준으로만 영업이 결정되지 않는 만큼 기존 은행들이 쉽게 자리를 내주지 않을 것이고, 인뱅들이 가상자산 사업 등 아직 검증되지 않은 사업을 해보겠다고 검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IT 영역에선 사람만 모으면 돈이 된다는게 정설로 돼 있지만, 은행업은 엄연히 규제산업이고 산업과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만큼 정부와 함께 호흡해야 하기 때문에 벤처기업 운영하듯 할 수 없어 성장성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며, "당장 인뱅들이 중저신용자 비율을 맞추지 않으면 신규사업 자체를 시작할 수 없기 때문에 수익성과 상관없는 대출을 늘여가는게 그 반증"이라고 말했다.
◆ 중저신용자 빠른 확대=부실의 확대
빠르게 늘고 있는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당초 인터넷전문은행 라이선스를 부여한 취지였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확대 목표를 맞추기 위해 카뱅을 비롯한 인뱅들이 빠르게 비율을 높이는 과정에서 제대로된 여신 심사가 일어났을 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야속하게 들리겠지만 기존 은행들은 수십년간 축적된 노하우를 통해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대 여신을 관리하지만, 인뱅들은 작년 상반기 금융당국의 꾸지람을 듣고 급하게 목표수준을 맞추기 위해 자체 평가기준을 만들어 제2금융권에서 대출받던 고객까지 흡수했다”며, “향후 수익 증가, 우량하지만 금융이력만 없는 고객 등 불확실성이 큰 알쏭달쏭한 기준을 적용한 중저신용자들이 향후 몇 년간 지속될지 모를 경기침체기에 이자 혜택이라는 당근까지 받아들고 유입됐다는 점은 부실의 가능성을 잉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케이뱅크나 토스뱅크와는 또 달리 카카오뱅크는 인뱅 1위인 만큼 그 규모가 적지 않아 향후 확대되는 여신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경우 감내할 수 있는 여력과 능력이 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며, “기존 은행 수준의 충당금과 유보금을 갖지 못한 채 대출만 늘리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지난 5년 간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가 고객들에 좋은 반응을 얻어 곧 2000만 명이 찾는 인터넷은행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모두의 은행을 모토로 혁신적인 상품을 지속 출시, 고객들의 금융 비용을 줄여주는 플랫폼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