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투기가 아니라 투자해야 할 시간
“현금 비중 높이고 때를 기다려라”

30일, 한국거래소에서 만난 김한진 박사.(사진=장석진 기자)
30일, 한국거래소에서 만난 김한진 박사.(사진=장석진 기자)

코스피가 작년 6월 말 3316.08을 기록한 후 정확히 15개월 만에 30일 종가 2155.49를 기록했다. 아찔한 수준의 급락이지만 대기중인 기준금리 인상, 킹달러로 불리는 환율 불균형 심화, 진정세가 보이지 않는 물가 등을 생각하면 여전히 시계(視界)제로다. 35년 넘게 스타 이코노미스트이자 펀드매니저로서 코스피 300에서 3300까지 지켜본 삼프로TV 김한진 박사를 만나 조언을 구했다.(편집자주)

 

▲ 작년 말 KTB투자증권(현 다올투자증권)을 떠나며 35년간 경력을 마감하고 잠시 휴식을 갖는다고 본지와 인터뷰했는데, 200만 구독자의 유튜브방송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로 변신했다. 본의 아니게 독자들에게 거짓말(?)을 한 격이 됐는데, 그간의 근황과 현재 상황은?

다올투자증권은 리서치 조직이 만만치 않은 회사다. 운용사에서 부사장을 마친 시니어에게 이코노미스트 자리를 허락해줘 9년간 땀흘렸던 만큼 잠시 내려놓고 쉬는 일도 고민하지 않은 건 아니다. 다만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으로 애널리스트들의 활동 형태가 많이 바꼈는데, 삼프로TV 같은 방송에 나가 시장을 해석하고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창구가 생겼고, 고맙게도 삼프로TV에서 함께하자는 제안을 주셔서 감사히 일하고 있다.

방송이 있을 때는 여의도역 지하 통로에 마련된 오픈 스튜디오에서 촬영도 하고 여의도에 포진한 선후배들을 만나며 시장 동정을 살피기도 한다. 방송에 나와 이름이 알려지자 여기저기 강의 요청이 있어 KTX를 타고 전국을 누비다보니 어느새 4분기 문턱에 와 있는거 같다.

▲ 증권사 리서치센터 소속으로 일할 때와 유튜브 방송에서 일하는 차이가 있다면?

증권사에 있을 땐 기관들을 상대로 정해진 리포트 작성과 콜을 하고 법인영업부와 호흡을 맞춰 탐방을 다니는 등 틀에 짜여 일을 했다. 긴장의 끈을 놓치 않는 만큼 시장 흐름에 맞닿아 있었다는 건 좋은 점이지만, 한편으론 시장의 미래를 예측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시야가 너무 좁아지는게 아닌가 하는 조바심이 있었다.

삼프로TV로 옮기고 나서는 이런저런 눈치를 보지 않고 상대적으로 시장 참여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시야를 넓혀 가감없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가령 소액 주주의 권익에 대해 기업들이 소홀하다는 주장을 열심히 했는데, 증권사에 계속 있었다면 쉽게 꺼내지 못할 이야기다. 기업들이 분할 이슈에 있어 ‘의도적으로 서툰 모습’을 보이는데, 다시 말해 “서툰데 의도적인 거”라는 지적을 했다.

시황을 바라보는 호흡도 자유로워졌다.

단기 전망을 하면 그것은 나쁜 것인가? 그렇지 않다. 단기투자는 나쁜 것인가? 나쁘고 좋은건 없다는 생각이다. 물론 일희일비하지 않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투자원칙을 세우는 것은 좋고, 성공할 확률도 높지만 지금처럼 변동성이 큰 시장에선 경우에 따라 단기 전략도 필요하다. 시장을 보는 틀은 안 바꼈지만 무의식적으로 조금 자유로워진건 사실이다.

다만 투자 전문가들이 연애인처럼 ‘셀럽’이 되는 현상은 경계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투자 방송이 많아지면서 개인과 기관 사이에 정보 비대칭이 많이 해소된 건 분명하다. 하지만 몇몇 스타 애널들이 여기저기 출연하면서 그 사람 말이 절대적인 것처럼 투자자들이 맹신하게 되는 경우를 보는데 이는 전문가 본인이나 이를 바라보는 투자자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개인들이 본인에게 맞는 정보를 취사선택해야 하는데 혹여 내가 훼방꾼 중의 하나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김한진의 논리가 통하는 상황이 있고 그렇지 않은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이 자리를 빌어 말하고 싶다.

또 스스로가 새로운 틀에 다시 얽매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가령 방송작가가 질문지에 “다음주 주요 이슈가 뭐냐”고 물으면 나도 모르게 그 답을 해야한다는 강박에 쌓여 ‘FOMC’라는 답을 내는 것을 발견한다. FOMC가 안중요하다는건 아니지만 이미 그 관련 이슈는 시장의 가격에 반영이 된 후다. 오히려 그 반대로 투자 방향을 잡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관점에서 투자자들이 FOMC 결과에 전전긍긍하게 만드는 우를 범하는데 일조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좋은 투자문화를 만드는데 작은 기여라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시장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다. 3300을 넘겼던 코스피가 15개월 만에 2155까지 내려왔다. 시장의 바닥은 언제가 되고,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때인가?

개인들의 참여로 인해 일대 변혁이 일어나 ‘동학개미’, ‘서학개미’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투자를 처음 해본 분들이 늘었고, 그분들 입장에서 최근 1년여 상황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점쟁이가 아닌 이상 정확한 시점을 알 수는 없겠지만 대략 내년 2분기 정도를 바닥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분간, 최소 6개월 정도는 주식을 해서 돈을 벌기가 힘든 상황이 전개될 거다. 주식 투자하기 어려운 환경을 난이도별로 1~10이라고 한다면 지금부터 내년 상반기까지는 난이도 8 정도는 된다고 본다. 왠만한 전문가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장이다. 일부 돈을 버는 사람은 운이 좋은 사람 정도일 거다.

이미 자기 자산을 많이 투자한 분은 어쩔 수 없지만, 새롭게 주식투자 비중을 늘리려는 분들은 속도를 천천히 올려도 좋다고 본다.

전설적 투자자 ‘피터린치’가 1977년에서 1990년까지 14년간 마젤란펀드를 운용하면서 연평균 30%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낸 기록을 담은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One Up on WallStreet)’에서 고백하기를 “주식시장이 폭락하기 전에 탈출할 수만 있다면 정말 근사한 일이다. 하지만 탈출했다고 쳐도 다음에 강세장이 시작될 때 들어올 수 있는가?”라고 묻고 있다.

마켓타이밍을 잡아 저점에서 매수하고 고점에서 매도하고 싶은 건 누구나의 꿈이지만 다들 지나서 복기할때나 하는 말이지 현실 세계에선 불가능에 가깝다.

현실적으로는 지금이 주식을 하기에 좋은 환경이냐 아니면 위험관리를 해야 될 때냐만 판단해도 나는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부터 내년 상반기까지는 개인이 주식투자를 하는데 매우 위험한 환경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다고 시장에서 아예 발을 뺄 수는 없으니 가급적 현금을 확보하며 주식 비중을 낮게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다 조정의 폭이 더 빠르고 가파르게 일어날 경우 거기에 맞게 대응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현재 코스피 2100 중반 수준은 전세계적으로 비교해 봐도 매우 싼 구간에 진입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한달이나 일주일 전과 비교할 때 적정가치 이하로 내려온 종목들이 많다. 우리가 적정 가치를 정확하게만 측정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많은 종목들이 저평가 영역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이런 종목들을 편하게 고를 수 있는 폭도 넓어지고 있다.

올해만 해도 베어마켓랠리가 여섯 번이나 있었다. 그때마다 탈출하거나 포트폴리오를 교체하거나 기존 포트폴리오에서 수익이 난 부분은 일부 덜어내고 저조한 쪽에 추가 매수를 하는 리밸런싱(Rebalancing) 기회가 있었다는 뜻이다. 여섯 번의 기회를 자기 상황에 맞게 적절히 살린 사람과 그냥 날린 사람과의 차이는 지금 계좌에서 분명히 드러날 것이다.

이제 투자는 평생해야 하는 일이다. 고비를 넘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주식 급락 사태를 통해 개인 투자자분들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란다.

투자는 단순히 시장에 참여할 때냐 아니냐 하는 OX문제가 아니다. 이번 하락장이 각 변곡점에서 자기의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관리할 수 있느냐, 어떤 전략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느냐에 대해 아프지만 배울 수 있는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

▲ 한국 시장에 실망해 미국 등 해외주식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많다. 나라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어떻게 가져가는게 바람직한가?

개인마다 위험에 대한 선호도나 자금 규모, 성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주식을 100으로 한다면 미국 주식을 50%는 가져가는게 좋다고 본다. 그 주식들이 가치주든, 배당주든, 성장주든 그건 알아서 잘 한다는 전제하에 한국 주식은 40%, 또 다른 해외주식 10% 정도가 적절하다고 본다. 그 10%는 베트남이라든지 새로운 이머징이 될 수도 있고 유로존이 더 떨어지면 유로존이 될 수도 있지만 아무튼 그 비율에서 적절히 가감해서 조정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미국 주식은 전 세계에서 제일 망할 가능성이 적은 기업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고 너무 좋은 혁신 기업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어 4차 산업혁명이 앞으로도 5년, 10년 계속된다면 거기서 빛을 발할 기업들이 더 많을 걸로 본다.

그리고 글로벌 안정 성장주들이 있는데 이 주식들은 분기 배당을 한다. 미국 기업 중 분기 배당을 하는 기업은 70% 수준이고, 우리나라는 20% 정도만 분기 배당을 한다.

미국엔 분기 배당을 하는 좋은 안정 성장주가 많다. 글로벌 시장 지배력이 있는 사업 모델이 굉장히 안정적인 금융주라든지 카드 회사라든지, 빅 파마(제약), 음식료 기업 등이다. 펩시나 P&G 같은 기업들이 되겠다. 아니면 우량 리츠 같은 현금성 자산에 가까운 주식들도 있다.

미국 주식이 그런 장점이 있기 때문에 미국 주식을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절반을 가져가시라 말씀드리는 거다. 수익 모델이 안정적인 글로벌 기업들이 사업이 틀어지기가 쉽지 않아 경기도 적게 탄다. 상대적으로 한국에는 그런 기업들이 좀 적고 주주환원율이 미국의 5분의 1이기 때문에 한국 기업은 장기투자하기에 적합한 곳이 많지 않다.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 버틸 수 있는 힘은 배당에서 나온다. 한국 주식 시장에서 애국심에 호소해 한국 주식을 사라고 할 수는 없다. 개인투자자들이 미국으로 선회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이 고평가 돼 있는 미국 주식을 무분별하게 권하는 과정이 있었고, 나스닥이 쌀 때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비싸지자 QQQ 등을 추천하는 등의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졌다.

국내주식을 40% 가져가야 하는 이유는 주가가 충분히 내려왔기 때문이고, 동시에 달러 강세가 계속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달러의 약세가 연출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특히 우리가 아무리 정보를 많이 갖는다 한들 미국 기업에 대한 정보는 한정적이다. 재무제표를 쉽게 볼 수도 없고, 언어적 장벽도 있다.

한국 주식은 앞서 말한 것처럼 결함이 있기 때문에 지금 저평가 돼 ‘코리아 디스카운트’ 영향을 받는다. 이 할인 요인이 해소되면 다시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을 사고 그 반대는 버리면 된다.

또 베트남 같은 경우 탈 세계화의 최대 수혜 국가일 것 같다. GDP성장률이 7%다. 인도네시아 등도 관심을 가지고 봐야 한다.

더 멀리는 프론티어 이머징 국가, 즉 가나나 콩고 같은 곳이 좋을 수 있고, 브라질이나 현재 에너지 문제에서 고전하는 동유럽 등도 다시 빛을 볼 수 있다. 10%는 이런 국가들에 투자하는게 맞다.

다만 처음 세운 포트폴리오 비중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보유 지역 중 특정 지역이 너무 올라 포트폴리오 비중이 무너지면 이를 덜어내어 분발이 필요한 지역을 더 사서 비중을 유지해 가는 ‘리밸런싱’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그렇게 하는게 수익률에 좋다는 것이 재무학자들의 검증된 이론이다.

한국거래소 1층 투자서적들 앞에 선 김한진 박사(사진=장석진 기자)
한국거래소 1층 투자서적들 앞에 선 김한진 박사(사진=장석진 기자)

▲ 최근 엔저가 계속되면서 전에 없이 일본 주식에 관심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일본은 전세계적인 금리인상 기조와 맞서고 있어 위험하다는 시각도 있는거 같은데 어떻게 보나?

그 부분에선 신중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오랜 세월 엔화는 안전자산으로 인식돼 왔고 일정 범위를 이탈하면 제자리를 찾아갔다는 사실 때문에 막연히 안정될 거라는 믿음이 있는거 같다. 물론 어느 정도는 회귀하겠지만 한계가 있다고 본다.

일본은 선진국 중 더 이상 GDP가 올라가지 않는 함정에 빠진 대표 국가로 굳어지는 느낌이다. 정책, 정치, 기업문화, 그 다음에 혁신성장 기업수의 절대 부족 상황에서 인구 구조로 인해 적절한 성장이 필요한 인력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는 측면에 제도와 법률, 사회적 시스템이 선진국 답지 않은 방향으로 계속 흘러가고 있다.

국방비의 증가 등도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 같다. 그리고 엔화가 그동안 안전 통화로서의 지위를 계속 복원했던 건 세계 2위의 자산을 보유한 부자 나라이기 때문에 가능했는데, 이제 그 지위를 조금 내려놓는 것 같다.

그동안은 엔화가 약세로 가면 다시 무역수지가 복원되는 현상을 보였는데, 일본 기업의 수출 경쟁력에 문제가 있고, 일본 공장들이 해외로 진출해 옛날처럼 낙수 효과가 100%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엔화약세는 곧 무역흑자라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다.

엔화는 이제 안전 통화가 안 된다고 보고 달러 인덱스 구성 항목에서도 유로화나 파운드화보다 비중이 장기적으로 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결론적으로 일본 경제의 전체적인 위상이 줄어드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트레이딩 관점에서는 찬성하지만 중장기 관점에서는 일본 주식시장을 옛날 패러다임으로 좋게 보는 거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 사람들은 한국이 일본화될 것이라는 주장과 우리와 일본은 다르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어느쪽 주장을 지지하는가?

양면성이 다 있는 것 같다. 인구 구조나 출산율 이런 부분은 지금 일본 보다도 한국이 훨씬 못한 상태에서 2040년이나 2050년이 되면 지금 고령화율, 즉 생산가능 인구가 65세 이상 인구를 떠받치는 비율이 일본을 넘어선다는 예측이 나와 있다.

일본화라는게 사실은 잠재 성장률의 둔화 또는 정체를 말하는 것이다.

경제가 무기력증에 빠지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건데, 그래도 긍정적인 측면은 우리나라가 일본과 달리 ‘빨리빨리’ 문화가 살아있다는 거다. 대한민국은 사회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이를 고치려고 하는 욕구가 굉장히 강하다.

촛불 시위를 하든 뭘 하든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바꿔놓고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향이 있다. ‘빨리빨리’ 문화와 ‘잘 살고싶다’는 생각이 더해져 경제성장에 대한 욕구가 일본과는 다르다. 혁신성장에 대한 적합도 부분에서도 일본보다는 아직 우리나라 기업들이 훨씬 개혁적이다.

기업들의 경우 2차전지든 AI, 자율자동차, 로봇 등 혁신 산업에 굉장히 투자를 많이 하면서 바뀌어가고 있다. 반도체 강국이라는 점도 다른 점이다. 반도체가 살아있으면 부수적으로 소프트웨어 등 관련 산업, 소재, 부품, 장비 등이 발전하게 돼 있다.

일본은 가계부채도 심했고, 주택시장의 거품도 심해 잃어버린 20년을 지나왔다. 근데 우리나라는 일단 자산 가격에 거품이 생기면 이 거품을 해소하는 과정이 일본보다는 굉장히 빠를 것이다.

주택 문제에 있어 연착륙과 경착륙 중 어느 것이 낫냐는 논쟁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경착륙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연착륙하는 과정이 길어져 기업이 설비 투자 등 아무것도 못하고 개인도 거의 마비상태에 들어갔다. 그렇게 되면 전 국가 경제가 무기력화된다.

그 반대로 단기 충격이 있더라도 빨리 구조조정하고 가계부채도 털면 위기를 극복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성격이 급한 한국의 경우 이런 과정을 거칠 것으로 봐서 5년 정도면 해결될 거로 본다.

▲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부동산이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계 자산의 7할 이상이 부동산에 묶여 있고, 영끌에 나서 집을 산 사람들이 고통받는 현실이다. 이것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보나?

부동산이 직접적으로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건 아니지만, 부동산을 포함한 경제환경, 가계부채로 인한 내수 침체와 경제 활력 둔화, 금융회사들의 안정성 저하, 대출 축소 등으로 이어지면서 다양한 영향을 줄 것이다. 부동산은 위험자산이라는 측면에서 주식시장에 주는 파급 효과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높을 것 같다. 뭐가 먼저인지는 가리기 어렵지만 주식과 주택이 상호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부분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문제다.

한국 가계부채는 2002년 카드사태 이후 2003년에 카드 부채조정에 공적 자금이 투입되면서 한번 했는데 그 후 20년간 가계부채 조정이 한 번도 없었다. 유럽이나 미국은 그 중간에 경제 위기가 와서 기회가 있었다. 가령 2008년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나면서 한번 부채 조정을 했지만 우리나라는 계속 쌓아만 왔다. GDP대비 가계부채보다도 가처분 소득대비 가계부채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 가계부채와 GDP 비율이 180%다. 문제는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이다. 이 비율은 강제적인 조정이 없으면 해결이 되지 않는다. 강제 조정이라는 선택에는 연착륙이라는 카드는 없다.

과도한 부채를 일으켜 주택을 구입했다면 그 부채를 일으킨 경제주체인 개인들이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 다만 개인의 피해에서 멈추지 않고 사회적 비용으로 전파된다는게 문제다.

향후 한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이고, 가계부채 문제가 부채 조정을 받는 과정에서 주식시장이 다른 나라 증시보다 훨씬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우리나라 고유의 문제이기 때문에 세계 경제가 침체될 때는 한국 주식시장이 다른 나라보다 더 하락하고 회복기에는 회복 탄력성이 떨어지는 이유에 가계부채가 발목을 잡는 부분이 있다.

한국거래소에서 폴더블 휴대폰을 들고 스마트워치를 찬 채 인터뷰 중인 김한진 박사(사진=장석진 기자)
한국거래소에서 폴더블 휴대폰을 들고 스마트워치를 찬 채 인터뷰 중인 김한진 박사(사진=장석진 기자)

▲ 어려운 국면에서 투자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요즘 ‘투자’와 ‘투기’라는 화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있다. 특히 투자업계의 거장 벤자민 그레이엄이 책에 남긴 말 중에 와닿았던 구절을 소개하고 싶다.

그는 세상에 무수한 투자자료와 시장 전망 자료가 있는데, 그런 것을 의존해서 돈을 번다는 생각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고, 수 많은 사람들이 했던 전망들을 나중에 되짚어 보고 얼마나 신뢰감을 주는 이야기를 그동안 해왔는지 살펴보라고 말했다. 나한테 하는 말인 것 같아 뜨끔하다.

아픈 말이지만 이게 사실이다. 투자자들은 의지할 곳이 없으니 전문가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나의 말을 신뢰해주는 분들에게 굉장히 감사하지만 너무 믿지 말아야 한다. 절대 시장을 판단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 최근의 약세장에서 얻은 교훈을 뼛속깊이 새기고 “투기하지 말고, 투자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공부는 하시되 싼 종목을 찾으려 해야지 전체 시장을 판단해서는 안되며, 지금이 주식을 할 때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중장기 투자를 하는 것이 투기가 아니라 진정한 투자라는 말을 기억하셔야 한다. 그게 100년간 돈을 엄청나게 번 사람들의 공통점이라는 걸 잊지 마시길 바란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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