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밝힌 사람만 벌써 셋….회추위 전원 통과 가능할까?
각자 가진 장단점 차별화…뚜껑 열어봐야 알 듯

금투협회장 출마 소견을 밝힌 서유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제공=미래에셋자산운용)
새롭게 금투협회장 출마 소견을 밝힌 서유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우려로 연일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겨울 아닌 겨울을 맞고 있는 금융투자업계를 이끌 차기회장 선거전이 시작도 전에 열기를 뿜고 있다. 올 연말 임기를 마치는 나재철 회장의 뒤를 이을 회장을 뽑기 위해 조만간 회장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가 구성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출마 의사를 밝히는 후보자가 늘어 판세가 복잡해지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말로 임기가 종료되는 금융투자협회장 자리에 도전 의사를 밝힌 후보가 벌써 세 명에 이르고 있다.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사람은 유안타증권 사장 출신의 서명석 고문이다. 서 고문은 30여년간 유안타증권(전 동양증권)에서 한우물을 판 뚝심을 자랑한다. 리서치센터장 출신으로서 분석능력을 바탕으로 경영기획부문장을 겪으며 변신에 성공, 리서치센터 출신 최초로 사장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동양그룹 사태로 위기에 빠진 회사의 투자자를 해외에서 유치, 오늘날의 유안타증권으로 만든 위기관리 능력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KB증권 각자대표 출신의 전병조 전 사장도 출마의사를 공식화했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공직 네트워크가 있는 만큼 업계의 의사를 감독당국 및 정부와 논의해야 하는 커뮤니케이션 창구 역할이 강점으로 손꼽힌다. IB부문을 맡아온 만큼 한국형IB 모델을 통해 천수답 시장 탈피로 업계의 안정적 수익모델 제시를 기대하게 한다.

새롭게 도전장을 던진 인물은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경영자문을 맡고 있는 서유석 고문이다. 작년까지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를 맡았던 서 고문은 증권사에서 23년, 운용사에서 11년 등 약 35년간 투자신탁, 증권사, 자산운용사를 넘나들며 오늘날 미래에셋 신화의 한 축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우리나라 투신사의 시초 격인 대한투자신탁 출신으로 미래에셋증권 설립 초기 세팅부터 중흥기를 이끌고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을 맡으며 업계의 화두인 ETF와 TDF 부문을 키워낸 장본인이다.

서유석 사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올 초부터 미래에셋 자문역을 맡으면서 숨가쁘게 지내온 시간을 정리하고 그간의 경험을 의미있게 이어갈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해왔다”며, “균형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주변 CEO와 선후배들에게 자문하며 스스로 협회장으로서의 자질과 역할, 가능성 등에 대해 객관적인 검증하는 시간을 가진 끝에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연인으로서 무언가를 더 얻겠다는 욕심이 아니라 한 평생을 증권과 자산운용 등 금투업계에서 보낸 노하우와 네트워크 등을 바탕으로 투자자 신뢰회복, 회원사들의 외연 확장, 업계의 요구를 합리적으로 당국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꾸게 됐다”고 덧붙였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고위 관계자는 “서 고문께서는 오늘날 미래에셋이 성장하는데 큰 역할을 통해 리더로서의 역량이 검증된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마음으로 응원할 뿐 객관적인 선거 진행을 위해 공식적인 지지 등은 곤란하다는 현실을 양해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현 회장인 나재철 회장도 연임도전 카드를 조만간 꺼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직에 있는 사람으로서 아직 공식 절차를 밟지 않은 상황에서 차기 이야기를 하는 것의 부적절함 때문에 말을 아끼는 것이란 안팎의 관측이 많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이달 18일 예정된 이사회 개최 때문에 이때 후추위 구성과 향후 일정이 확정될 거라는 예측이 많지만 이 또한 협회의 공식 입장이 아닌 외부 추축일 뿐”이라며, “나회장 께서도 외부에서 연임 도전에 대한 기대가 있다는 걸 아시는 만큼 조만간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다.

현 회장인 나재철 회장은 취임 당시 본인이 내세웠던 장기 플랜들이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을 맞으며 제대로 뜻을 펴지 못했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퇴직연금디폴트옵션 도입 시기가 임기 종료와 맞물리며 제도가 일관성 있게 정착되도록 노력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또 어떤 후보가 손을 들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후추위 구성시 입후보자 전원이 후추위 최종 후보승인 문턱을 넘을 수 있을 지도 관심사다.

전통적으로 후보자들은 3명으로 압축돼 왔으나 이것이 협회 회칙에 명시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변화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다만 투표에 돌입시 1차에서 과반이 넘는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1위와 2위 득표자가 결선투표에 나서 최종 승자를 가리는 만큼 최종 후보 숫자가 무한정 늘어나진 않을 거로 보인다.

금투협 관계자는 “입후보자들의 자격요건과 증빙 서류 검토, 필요시 면담 등을 통해 최종 후보가 결정되기 때문에 선거의 공정성과 독립성 등을 고려해 최적 후보 확정이 이뤄진다는 원칙만 있어 구체적인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몇 명의 후보가 투표에 임하는 지와 상관없이 평년보다 많은 후보자가 나온다면 첫 투표에서 과반 득표 가능성은 더 떨어지게 된다.

상대 후보가 내세우는 공약 및 전략 분석, 이를 위한 팀 구성, 각 증권사, 자산운용사, 신탁사, 선물사 등 370여명에 이르는 투표권자들을 향한 선거운동이 이미 물밑에서 시작돼 관전포인트가 늘어나게 됐다.

한 증권사 대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의사를 밝혀온 분부터 새롭게 인사를 오는 분까지 생기는 가운데, 각자가 가진 장단점도 달라 쉽지 않은 결정”이라며, “누가 되든 말 보다는 실천을 통해 어려운 업계가 한발 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징검다리를 놔줄 사람을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보증권에서 장수 CEO로 활약해온 김해준 대표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후보군은 더욱 확대될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