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시청 앞에서 주거시민단체들이 저소득층 매입임대주택 공급 축소하는 서울시와 SH공사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14일 서울시청 앞에서 주거시민단체들이 저소득층 매입임대주택 공급 축소하는 서울시와 SH공사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올해 사들인 '매입형 임대주택'이 목표치를 크게 하회하며 무주택 세대구성원인 대학생 및 취업준비생, 주거 취약계층, 신혼부부 등에게 쾌적한 주택을 저렴하게 제공한다는 정책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SH공사로부터 받은 '매입형 임대주택 연도별 매입실적'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올해 실적은 169가구에 불과했다. 본래 올해 목표로 내건 6150가구의 2.7% 수준이다. 유형별 매입실적은 일반 81가구, 원룸 35가구, 신혼부부 34가구, 공공전세 19가구 등이었다.

이에 이날(14일) 주거권네트워크, 집걱정없는세상연대 등 주거시민단체들은 국회 교통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와 SH공사의 저소득층 매입임대주택 축소에 대해 규탄하고 매입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SH공사가 올해 목표했던 매입임대주택 6150가구 중 169가구만 공급하고, 여기에 더해 재정 부담을 이유로 내년 매입임대주택사업의 예산을 축소하거나 아예 투입하지 않는 방안까지 검토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8월 폭우 참사 이후 서울시가 반지하주택 문제 해소를 약속하고 노후 공공임대주택의 재건축을 통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계획을 밝힌 점을 고려하면, 매입임대주택 축소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국회는 이번 국감에서 서울시의 매입임대 축소와 관련해 따져 묻는 한편, 서울시에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 피해 현장을 방문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폭우로 발생한 반지하 주택 사망 사고는 자연재해와 인재가 결합된 참사로 불리고 있다. 반지하 뿐만 아니라 고시원(2018년 11월 종로고시원 화재, 2022년 4월 영등포 고시원 화재)과 옥상에서도 화재와 폭염(2021년 서대문구 옥상)등의 재난으로 안타까운 죽음이 계속돼 왔다. 주거시민단체들은 지옥고 등 '집이 아닌 집'에서의 참사를 막기 위한 종합적인 주거 대책 수립 및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특히 서울은 임대료가 높은 만큼 공공임대주택 수요가 많기 때문에 SH공사의 매입임대주택사업 축소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서울 내 지하 또는 반지하에 거주하는 가구는 상당수로, 주거 빈곤율이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반지하 주택은 2020년 기준 32만7320가구에 달하는데, 이 중 61%에 해당하는 20만849가구가 서울시에 집중돼 있는 상태다.

주거 빈곤 가구는 일자리나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복지 관계망 등을 이유로 기존의 생활권을 벗어나는 것을 꺼려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즉 서울 내 지하 또는 반지하에 거주하고 있는 가구들을 서울 내에서 수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생활권역 내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지자체의 중요한 과제로 꼽히며, 생활권역에서 단기간(1~2년)내 수요자 맞춤형으로 공급할 수 있는 매입임대주택 형택의 주택공급이 늘어나야 한다는 의견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SH공사의 매입임대주택 1만 가구 입주자 모집에 5만 가구가 신청한 바 있다.

그러나 김헌동 SH공사 사장이 저소득층을 위한 매입임대주택 공급에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며, 중산층을 위한 장기전세주택 공급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 주거시민단체들의 지적이다. 그러면서 오히려 장기전세주택이 매입임대주택에 비해 주택 매입 가격이 높아서 더 많은 부채가 발생하며, 전세보증금을 받더라도 회계상 부채로 잡혀 SH공사의 재정부담은 커지게 된다고 설명한다.

주거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주거취약계층에게 필요한 매입임대주택 공급을 축소하면서 재정적 부담이 더 큰 중산층용 장기전세를 확대하겠다는 김헌동 SH공사 사장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공사의 심각한 부채문제와 재정부담을 핑계대고 있지만, 유형별 공공임대주택 중 오히려 장기전세주택이 '돈 먹는 하마'라는 비판을 받아온지 오래다. 무엇보다 취약계층 주거복지를 위한 지출을 재정부담이나 부채와 연결해 외면하는 것은 공기업으로 역할을 저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가 약속한 매입임대주택 공급 계획을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 밝혀야 한다. 지난 반지하 참사 후속 대책에서도 매입임대를 연간 5000가구 이상씩 공급하고 있다고 공언한 바 있는데, 과연 올해 공급 목표가 실현될 수 있는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하며 "주거권네트워크를 비롯한 시민단체 등은 서울시와 SH공사의 저소득층을 위한 매입임대주택 공급 축소 정책에 대한 반대행동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SH공사의 지난 5년간 매입임대주택 실적은 2017년 2262가구, 2018년 2500가구, 2019년 4412가구, 2020년 7200가구 등으로 목표치를 달성해왔고, 지난해에는 목표치를 대폭 올린 7500가구 대비 60%를 공급하며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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