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리 상승과 부동산 시장 침체로 채권 시장이 얼어붙고,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차입 규모가 크고 우발채무 위험도가 높은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 공포가 번진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충남 지역 6위 종합건설업체인 우석건설이 납부기한인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1차 부도를 냈다. 유예기간인 이달 말까지도 상환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최종 부도 처리될 전망이다. 한 지역을 대표하는 중견 건설업체가 쓰러지면서 건설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졌다.
'레고랜드 사태'는 시장의 우려에 불을 붙였다. 지방자치단체인 강원도가 보증했던 레고랜드 테마파크 대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부도처리 되면서 건설업계 자금 경색의 심각성이 물 위로 드러난 것이다.
대형 건설사의 분위기는 엇갈린다. 총차입금에서 유동성현금을 뺀 순차입금의 규모가 줄면서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에도 충분히 버틸 체력을 비축한 기업이 있지만, 경기 악화에 우발채무가 눈덩이처럼 늘어나 재무건전성이 나빠지는 업체가 있다. 순차입 규모가 커진 곳은 신용이 나빠져 자금조달 어려움이 가중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롯데건설은 유동성 위기 예방 조처에 나섰다. 지난 18일 2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증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과 부동산 경기 침체 우려 속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위한 선제 대응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건설은 20일 운영자금 목적으로 5000억원 규모의 금전소비대차계약도 체결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이번 금전소비대차계약은 지난번 유상증자의 연장선 상에서 이뤄졌다"며 "롯데건설은 지속적으로 재무구조 안정성을 위해 다양한 협의를 진행 중이며, 현재 우수한 입지에 위치한 사업들이 착공 및 분양을 앞두고 있어 향후 더욱 안정적인 재무구조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기업평가(KR)는 지난달 발표한 '건설업 프로젝트파이낸싱(PF)우발채무의 실질적 리스크 범위에 대한 KR의 견해' 보고서에서 롯데건설을 포함해 태영건설, HDC현대산업개발, GS건설, 대우건설의 PF우발채무 규모가 크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PF우발채무 규모는 2조3000억원에 달한다. 미착공 사업장도 여러 곳이다. 태영건설은 부채비율도 500%(PF우발채무 포함)에 육박한다. KR은 "태영건설은 부채 만기구조가 장기화해 있고 우발채무 규모가 큰 사업장의 분양률이 우수하나 재무완충력을 고려하면 PF우발채무 규모가 과중하다"고 지적했다.
태영건설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 3081억원에서 올해 6월 말 3387억원으로 10% 가까이 증가했다. 총 차입금 규모가 같은 기간 6902억원에서 6515억원을 줄었지만,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3821억원에서 3128억원을 줄었다.
한편, 현대건설은 지난해 말 1869억원 순차입에서 올해 6월 말 3393억원의 순현금으로 돌아섰다.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이 갚아야 할 돈보다 많아졌다는 뜻이다. DL이앤씨도 순현금 규모가 6732억원에서 올해 6월 말 7091억원으로 늘었다. 10대 건설사 가운데 순차입 규모가 가장 큰 곳은 SK에코플랜트로 지난 6월 말 기준 2조4551억원에 달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유희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