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올해 목표 달성을 위해 막판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집중하는 한편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이 큰 위기를 겪으면서 긴장하고 있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최근 흑석2구역 공공재개발 사업을 수주했으며,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은 한남2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도시정비사업 누적수주액이 가장 큰 건설사는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현재까지 14곳의 사업지에서 9조3373억원의 수주고를 기록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뒤를 이은 2위 자리의 경쟁이 치열하다. 먼저 포스코건설이 13곳 사업지에서 4조3284억원의 수주고를 달성하며 2위 자리에 안착한 가운데, 롯데건설과 GS건설이 각각 4조2630억원, 4조874억원의 수주고로 근소한 차이를 보이며 접전 중이다.
또 대우건설도 누적수주액 3조8380억원으로 4조원 클럽 입성을 바라보며 추격하고 있다. 특히 대우건설의 경우 롯데건설과 한남2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권을 두고 경쟁 중으로, 시공권이 누구에게 가느냐에 따라 건설사 도시정비사업 순위도 크게 뒤바뀔 전망이다. 한남2구역의 총 사업비는 1조원에 육박한다.
그밖에 DL이앤씨가 1조8941억원, 흑석2구역을 따낸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1조4934억원의 수주고를 기록했고, SK에코플랜트와 현대엔지니어링, HDC현대산업개발 등도 1조원 이상의 실적을 보유 중이다.
중견건설사들도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정비사업을 통해 수주고를 차곡차곡 쌓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17위인 태영건설은 누적수주 9304억원으로 1조원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25위인 한신공영은 10곳의 사업지에서 6100억원의 수주고를 쌓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해 전반적인 수주 규모 자체가 크게 늘어났다"며 "재건축·재개발 사업 시공사 선정이 늘어난데다 리모델링 사업도 활성화되면서 평균 수주액이 불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최근 부동산 PF 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건설사들이 걱정이 커지고 있다. 주택사업 위주로 진행하는 소형 건설사들은 물론, 대형 건설사 사업장도 불안한 상황이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 불리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사업은 지난달 28일 7000억원의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차환에 가까스로 성공했다. 금리는 시중 주택담보대출의 2배 수준인 연 12%다. 일반분양이 4700여 가구에 달하는 우량 사업장 마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시공능력평가 202위(충남지역 6위) 건설업체인 우석건설의 경우 지난달 말 만기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1차 부도처리 되기도 했다. 우석건설은 지난해 매출액이 1200억원 규모로, 최근 주택사업을 중심으로 급성장했지만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재무 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지방 대형 재건축 사업장에서도 건설사들이 경쟁을 꺼리는 분위기다. 총사업비 2조원, 공사비만 1조원 규모로 큰 관심을 모았던 '울산시 B04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사 입찰은 최근 유찰되기도 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이 시공사 선정을 위한 2차 입찰 보증금 납부 마감일인 지난 1일 보증금을 납부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레고랜드 사태로 PF대출이 어려운데다 고금리, 미분양 우려 등으로 사업성을 판단해 입찰을 포기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신공영의 경우 지난 1일 내년 3월 3일 만기인 한신공영의 회사채가 최고금리 연 65.147%에 거래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채권 가격이 반등하고 해당 거래가 소액에 그친 것으로 밝혀지면서 해프닝으로 끝났으나, 미분양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신공영의 상황을 감안하면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택 미분양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건설사 자금줄 확보는 더욱 어려워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4만1604가구로 집계됐다. 전월(8월) 대비 27.1% 증가한 양이다.
건설 원자재값 인상과 원가율 상승 등으로 공사비는 계속해서 오르지만 기존 집값은 하락세로, 수요자들의 분양 시장 외면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에는 집값이 더욱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부동산 시장의 절대적인 주택 가격 수준이 높고, 고금리 추세가 계속 이어지면서 주택 가격에 하방압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내년 평균 집값은 수도권 2.0%, 지방 3.0%가 하락하는 등 전국적으로 평균 2.5%가 떨어질 전망이다.
박철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PF 시장 대출 연장 거부는 전형적인 유동성 위기로, 대출이 막혀 공사 자금 확보가 어려운 건설사가 증가하고 연대보증으로 인한 부도 위험도 커지고 있다"며 "건설부동산 부문에서 발생한 신용경색 상황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위기 대응과 대내외적 시장 신뢰 확보가 2023년 국내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에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