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우는 관치금융의 그림자…낙하산 또 펼쳐지나
제조업 발전에 못 미치는 금융 경쟁력…원인 생각해야
수면 아래로 내려갔던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회장에 대한 제재안이 돌연 금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안건으로 상정돼 그 배경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지난 7일 안건소위원회를 열었던 금융위는 논의 끝에 금일 정례회의 안건으로 채택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작년 4월 금육감독원이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결정한지 1년 반 만이다.
금융권 사모펀드 사태 시리즈의 원조 격인 라임 자산운용 사건은 2019년 7월 사모펀드운용사 라임자산운용이 기업 전환사채를 편법 거래하며 수익률을 부정하게 관리해 기준가 폭락으로 환매 중단에 이른 사건이다.
관심의 초점은 그간 금융당국이 관련 사안의 징계수위 여부를 법원 판결 이후로 미루겠다는 입장을 취해오다 돌연 제재 안건으로 채택한 이유다. 업계에선 최근 벌어지고 있는 금융권 CEO에 대한 석연치 않은 움직임과 궤를 같이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BNK금융지주는 임기가 남은 김지완 회장이 사임 의사 표명을 하기 전 이사회를 통해 회장 후보군에 외부인사를 포함할 수 있도록 경영승계규정을 개정한 바 있다.
수협은행은 이미 은행장 후보 면접을 진행하다 갑자기 멈추고 후보 재공모를 하는 해프닝을 겪었고, IBK기업은행 차기 행장에 이번 정권과 가까운 전 전 금감원장 내정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 반년을 맞아 본격적인 금융권 낙하산 인사 가능성이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 우리금융지주 내부에서도 거센 저항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23년간 정부 영향 하에 있다가 작년 말에야 완전 민영화에 성공, 올해를 민영화 원년으로 삼아 타 금융지주 대비 약진을 거듭하는 상황이었다. 타 금융지주 대비 증권, 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부족해 이를 강화하기 위해 전에 없이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던 우리금융이었다.
특히 내년 3월까지 임기를 남긴 손태승 회장은 그간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발빠른 해외 투자자 미팅 등을 통해 국내외 IR에 힘을 쏟는 한편, 스스로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기에 앞장서 왔다는 평이 많았다.
이번 징계의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의견도 많다.
앞서 또 다른 펀드 불완전판매 이슈인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지난 2020년 1월 금감원이 손 회장에게 문책 경고를 내렸으나 금감원을 상대로 한 징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우리금융이 승소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라임 사태 관련 징계의 정당성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았는데도 주요 금융회사의 CEO에 대한 불필요한 흠집내기로 대외 신인도 하락만 부채질한다는 시각이다.
국내에 진출한 한 글로벌 투자회사 CEO는 “해외에서 볼 때 한국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제조업을 중심으로 세계 TOP 10의 역량을 보이면서도 낙후된 금융시스템 때문에 제 가치를 인정 못 받는 나라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코리아디스카운트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지나친 관치금융으로 각 금융회사의 방향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익이 나도 배당을 하기는 하는건지, 또 정부가 팔을 비틀어 경제 회생을 위해 갹출하라 하면 얼마를 출연할 지 알 수 없고, 주요 사업을 이끌 CEO가 정부 입김 한번에 바뀔 가능성이 있다면 누가 그 회사를 신뢰하고 투자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과거 관치금융의 폐해를 지켜봐 왔으면서도 자기 사람을 앉히려는 유혹을 현 정부가 이기지 못한다면 지난 구태를 반복할 수 밖에 없다”며, “가뜩이나 최근 한국 자금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경제에 안정감을 더하기 위해서라도 낙하산 인사 문화는 사라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