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업계가 최근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소비위축이 나타난 가운데 기업가치를 향상하기 위해서다. 다만 지배구조 개편의 한 축인 상장이 연기돼 승계작업이 늦춰지는 업체도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현대백화점그룹, CJ올리브영, 하림그룹, 갤러리아백화점(한화갤러리아), 이랜드리테일 등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

먼저 현대백화점그룹은 다음달 10일 주주총회를 열고 지주사인 ‘현대백화점홀딩스’(가칭), 현대그린푸드도 같은날 주총을 열고 ‘현대지에프홀딩스’(가칭)을 신설하기로 했다.

현대백화점홀딩스는 지주사로 현대백화점과 한무쇼핑을 자회사로 두게 된다. 현대백화점은 기존 오프라인 백화점과 면세점 사업에 주력하고 한무쇼핑은 신사업 추진을 전담한다는 구상이다.

현대그린푸드도 현대지에프홀딩스를 신설해 현대리바트, 현대이지웰 등 자회사 관리와 신규사업 투자를 담당한다. 현대그린푸드는 사업회사로 식품 사업을 전담해 해외 및 B2C 식품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한편 비식품 사업과의 투트랙 성장도 꾀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인적분할 안건이 통과된다면 앞으로 3년 내 자사주 6.6%를 신규로 매입해 소각할 예정이다.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보유하고 있거나 매입해 확보한 자사주를 소각해 유통 주식 수를 줄이는 것으로 대표적인 주주 환원 정책이다. 자사주를 소각해 주식 총수가 줄면 주주가 보유한 기존 주식 가치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전경. 현대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전경. 현대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은 또 대대적인 현금배당에도 나설 계획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인적분할을 지배구조 개편과도 영향이 크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동생인 정교선 부회장은 현대그린푸드의 최대 주주로 지분 23.8%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두고 현대백화점그룹과 현대그린푸드의 계열 분리도 언급됐으나 현대백화점 측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화솔루션도 오는 3월 1일부로 유통 부문의 ‘한화갤러리아’를 인적분할하고 신규 상장할 계획이다.

당초 한화솔루션의 자회사였던 갤러리아는 지난 2021년 4월 흡수합병돼 한화솔루션의 백화점 사업부로 있었다. 그러나 갤러리아는 2년 만에 독립하면서 한화의 손자회사 격에서 자회사로 승격됐다.

그간 한화솔루션은 접점이 약한 에너지·소재 사업과 유통 사업을 동시에 운영해 시너지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한화갤러리아를 인적분할해 유통업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목표다.

한화갤러리아의 인적분할은 한화그룹의 3세 경영과도 관계가 깊다. 한화는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태양광·석유화학 등 주력 사업,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이 금융 사업, 김동선 본부장이 유통 부문을 맡는 형태로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 중이다.

이랜드그룹은 중간지주회사 이랜드인베스트 아래에 자회사 6곳을 이동시켰다. 이랜드그룹의 핵심계열사인 이랜드월드는 지난해에 자회사인 이랜드인재원, 이랜드벤처스, 이랜드이노플, 이랜드투자일임, 이네스트, 리드 등 6개 계열사 지분을 모두 이랜드인베스트에 매각했다.

이번 계열사의 이전으로 6개 계열사는 기존 이랜드월드의 100% 자회사에서 이랜드월드의 손자회사로 전환됐다. 이랜드인베스트는 이랜드그룹의 중간지주회사로 앞으로 6개 계열사에 대한 투자, 관리를 전담하게 될 예정이다.

이랜드리테일, 이랜드파크, 이랜드인베스트 3개의 중간지주사가 이랜드그룹의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게 된다는 뜻이다.

하림그룹도 지주회사 하림지주가 NS홈쇼핑(NS쇼핑)을 흡수하면서 지배구조를 개편했다. 기존 NS홈쇼핑 산하 자회사는 모두 하림지주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동원그룹도 지난해 11월에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을 마무리했다. 이번 합병을 통해 동원산업은 동원그룹의 사업 지주회사로 변경됐다.

동원그룹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계열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목표다. 이와 관련돼 동원그룹은 한국맥도날드 매각의 예비입찰에 단독 참여하는 등 사업확장에 나서고 있다.

올리브영 매장
올리브영 매장

이가운데 CJ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의 한 축으로 삼았던 CJ올리브영 상장은 잠정 중단됐다.  CJ그룹이 지난해 CJ올리브영 상장 추진을 잠정 중단하면서 이재현 회장 자녀의 승계 자금 마련이 더뎌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오너 일가가 올리브영 상장 이후 지분을 높은 가격에 매각해 승계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이 유력했기 때문이다.

CJ올리브영의 작년 3월 말 기준 연결 감사보고서상 지분구조를 보면 이재현 회장의 자녀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과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가 각각 11.04%, 4.21%를 보유하고 있다. 남매가 CJ올리브영 지분을 최대한 높은 가격에 매각하면 CJ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자금 여력도 넉넉해질 수 있다. 

김한이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올리브영 기업가치를 2조 8000억원에서 3조 6000억원으로 높여 산정했다. 작년 순이익 전망치 1790억원에 주가수익비율(PER) 20배를 적용해서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