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동원·농심 등 M&A시장 큰손으로
풍부한 현금 보유량으로 M&A 본격화
떨어진 몸값에 경영권 분쟁 등 인수 난항

일부 식품업체는 안정적인 수익과 현금보유량을 내세워 M&A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사진은 지난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hy 본사 앞에서 부릉 지점장들이 본사 매각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일부 식품업체는 안정적인 수익과 현금보유량을 내세워 M&A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사진은 지난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hy 본사 앞에서 부릉 지점장들이 본사 매각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국내 식품업계가 원자재 가격상승,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한 소비위축 등으로 고민이 깊어졌다. 그 가운데 일부 식품업체는 안정적인 수익과 현금보유량을 내세워 M&A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고금리로 가치가 떨어진 유망한 기업들을 인수해 미래 시장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현재 hy(구 한국야쿠르트)·동원·CJ제일제당·농심 등이 M&A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먼저 hy는 사명변경을 통해 유통전문기업으로 도약을 선언한 후 물류시장에 진출했다. 과거 ‘야쿠르트 아줌마’로 알려졌던 1만명이 넘는 프레시 매니저를 활용한 물류대행 서비스 ‘프레딧 배송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어서 물류시장 확장의 일환으로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프레시 매니저를 대거 활용하고 있으나 이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지역은 메쉬코리아가 보유한 부릉의 배달기사를 활용할 계획이다.

이러한 계획들은 윤호중 hy 회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hy는 메쉬코리아 인수로 자사몰 프레딧과 시너지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hy는 자사몰을 키우기 위해 1170억원을 투자해 충남 논산에 물류센터를 짓고 있으며 오는 6월 완공된다. hy는 이번 메쉬코리아 인수로 유통 물류망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hy는 메쉬코리아의 지분 67%를 800억원을 들여 취득 준비 중이다. hy는 무차입경영하며 2021년말 연결 기준으로 2832억원을 보유하고 있고 매도가능증권도 591억원 규모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달말에 김형설 메쉬코리아 신임 대표가 신청한 hy의 회생채권 변제 계획안(DIP)을 승인했다. 이에 hy는 법원 승인을 받고 메쉬코리아에 600억원을 지원했다. 메쉬코리아는 OK캐피탈로부터 대출받은 360억원을 갚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남은 금액은 기타채무 변제, 운영비 등으로 쓰일 예정이다.

메쉬코리아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배달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인 스타트업)으로 꼽혔다. 그러나 무리한 투자가 이어지면서 자금난에 시달렸고 지난해 10월부터 매각에 나섰다.

문제는 메쉬코리아의 공동 창업자인 유정범 전 대표가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정범 전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지난달 25일 열린 긴급이사회에서 선임된 신임 경영진은 적법하지 않은 절차로 결정됐으므로 효력이 없다”며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최근 법원에 신청했다.

이와 관련돼 유정범 전 대표와 부릉 라이더·지점장 20여명은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hy 본사 앞에 모여 "날치기식 이사회 안건 의결로 메쉬코리아를 매각하려는 꼼수를 규탄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메쉬코리아 측은 이사회가 현장 공증인 입회하에 적법한 절차대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hy의 인수 절차에 다소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점친다. 실제로 오는 9일로 예정된 메쉬코리아 임시 주총도 오는 23일로 미뤄진 상황이다.

맥도날드
맥도날드

동원그룹은 한국맥도날드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정확히는 맥도날드의 한국 마스터 프랜차이즈 권리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 동원산업이 단독으로 입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 1986년 합작투자로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이후 2006년 미국 본사가 지분 전량을 인수해 미국 본사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동원그룹이 지분을 인수하게 되면 한국 내 맥도날드 독점 사업권을 갖는다.

미국 맥도날드 본사는 한국 지사의 권리를 5000억원 수준에 매각하길 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맥도날드 매각 입찰은 두 번째로 지난 2016년에 이어 6년만에 진행된다. 당시에 매일유업-칼라일 컨소시엄이 협상에 나섰지만 무산됐다.

동원산업은 최근 ‘오너2세’인 김남정 부회장의 주도하에 지난해 11월 그룹 지배구조를 개편했다. 지배구조 개편 후 첫 대규모 투자에 나선 셈이다.

이전에도 김남정 부회장은 2008년 미국 참치 통조림 제조업체인 스타키스트, 2014년 테크팩솔루션, 2017년 동부익스프레스 등 굵직한 M&A를 잇달아 성사시켰다. 동원그룹이 ‘참치캔 유통사’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다.

다만 한국맥도날드 인수가가 관건이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 2019년 440억 원 적자를 시작으로 2020년 484억원, 2021년 278억원의 적자를 내며 3년 연속 적자행진을 기록했다. 그러나 미국 맥도날드 본사가 요구한 가격대를 고수한다면 인수가 불발될 가능성은 존재한다.

농심
농심

농심은 지난해에 건강기능식품 ‘천호엔케어’ 인수에 나섰으나 무산됐다.

농심은 지난해에 사모펀드 카무르프라이빗에쿼티(PE)가 진행한 천호엔케어 지분 및 경영권 매각 적격예비인수후보(숏리스트)에서 제외됐다. 앞서 천호엔케어 인수사인 카무르PE는 지분 전량(76.8%) 매각에 나섰으나 매각가 산정을 두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카무르PE는 천호엔케어 지분 매각가로 700억원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농심이 건기식 사업 확장에 본격적인 모습이었기에 천호엔케어 인수 불발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신동원 농심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사업영역 다각화와 함께 M&A를 강조했다.

신동원 회장은 "가시적 성과를 드러내고 있는 건강기능식품과 식물공장 솔루션, 외식 사업을 고도화해 육성하며 동시에 농심의 사업역량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M&A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농심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가용 가능한 현금은 4815억원으로 여유 자금도 넉넉하다.

CJ제일제당도 여러 차례 M&A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19년 미국 냉동식품기업 슈완스를 인수하면서 2011년에 6조 5382억원이었던 매출 규모는 2021년 26조 2892억원으로 뛰었다.

바이오 부문도 재진출하면서 2021년에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기업 천랩을 인수해 지난해 'CJ바이오사이언스'를 설립했고 네덜란드 바이오기업 바타비아도 인수했다,

이러한 식품기업들의 적극적인 M&A는 활로 모색의 영향이 크다. 올해 경기상황이 어려우나 풍부한 현금보유량을 바탕으로 유망한 기업을 인수해 신사업 확장으로 활로를 찾겠다는 뜻이다.

다만 인수대상 기업들이 고금리로 인한 투자시장 축소로 몸값이 줄어든 만큼 매각에 다소 부정적이라는 점은 걸린다. 투자시장이 회복되면 예상했던 높은 몸값을 제때 받을 수 있으나 현 상황에는 제값을 받기 어렵다는 뜻이다.

한 IB(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유망한 M&A 매물이 나오는 상황이기는 하나 경영권 분쟁과 몸값 산정 등으로 과감히 뛰어들기 쉽지 않다”면서도 “저평가된 기업을 인수해 재판매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식품업체들의 관심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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