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사업, 작년 최대 실적…올 성장도 견인 전망
삼성전자, 연내 운동 보조 로봇 상용화 추진
LG전자, 헬스케어ㆍ메타버스 등에 전략적 투자

지난해 실적 악화를 겪었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사업 전환에 나선다. 연합뉴스
지난해 실적 악화를 겪었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사업 전환에 나선다. 연합뉴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수익성 악화 직격탄을 맞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전자업계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사업을 전환하고 구조 재편에 나서고 있다.

국내 전자업체 1·2위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지난해 하반기 실적은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사업이 이끌었다.

전장사업은 양사 모두 시작 초기 몇년 간은 눈에 띄는 성과가 없었으나 모빌리티 시대를 맞아 자동차가 단순한 탈 것에서 일상의 '움직이는 공간'으로 인식이 변화하고 전기차 수요가 높아지면서 사업 호황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4조36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69%나 감소했고 LG전자 역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6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7% 크게 줄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및 하반기 스마트폰 수요가 줄어든 탓이고 LG전자는 가전 수요 부진과 재고 처리 비용 등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양사의 전장사업은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다. 삼성전자 전장 자회사 하만의 4분기 영업이익은 3700억원으로 2분기 연속 최대치를 기록했다. LG전자 VS(전장)사업부문도 영업이익 302억원으로 첫 흑자전환했다. LG전자 실적을 견인하던 H&A(가전) 부문의 영업이익(236억원)을 넘어선 규모다.

업계에서는 전장사업이 올해 양사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과거와 달리 최근 전장사업은 차량용 정보안내 디스플레이(CID), 디지털 콕핏 등 모듈 단위의 고부가품 비중이 확대되면서 수익성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CES 2023의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하만의 '레디 케어' 솔루션을 체험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CES 2023의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하만의 '레디 케어' 솔루션을 체험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지난 2017년 인수한 하만은 당시 '해외기업 인수·합병(M&A) 최대 규모'라는 타이틀이 따라붙을 정도로 큰 투자였다.

현재 하만은 카오디오뿐 아니라 커넥티드카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디지털 콕핏 등 다양한 전장사업 분야에서 호실적을 보이는 중이다. 최근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에 드라이빙 솔루션을 공급하기로 하는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대형 수주를 따내며 실적 상승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만을 전면에 앞세우고 전장사업을 추진할 전망이다.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하만의 기술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공동 개발한 미래형 모빌리티 솔루션 '레디 케어'가 주역으로 머신러닝 등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운전자 신체와 감정 변화를 차량이 인지해 상황에 맞는 기능을 작동시키는 솔루션이다.

LG전자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된 디지털 콕핏 컨셉 이미지. LG전자 제공
LG전자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된 디지털 콕핏 컨셉 이미지. LG전자 제공

LG전자 VS사업본부는 지난해 연간 매출 8조6496억원, 영업이익 1696억원으로 7년 만에 흑자전환했다. 4분기 영업이익은 302억원으로 직전 분기(961억원)보다 68.6% 줄었다. 전장사업 합작사인 LG마그나의 멕시코 공장 투자 비용 등이 반영된 결과다. 향후 전장사업을 위한 선제적 투자인 셈이다.

LG전자 VS사업본부는 2015년 50억원 잠깐 흑자를 낸 이후 줄곧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전기차 수요 증가와 모빌리티 시대로의 전환 등으로 전장사업이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호실적을 내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10년 만에 턴어라운드(흑자전환)했고 고속도로 올라가서 액셀을 밟을 일만 남았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장 핵심사업으로 자회사 ZKW의 차량용 조명 시스템, 합작법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LG마그나)의 전기차 파워트레인 등을 운영하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와 텔레매틱스, 운전자보조시스템 등에 주력 중이다.

특히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합하는 SW 기반 차세대 IVI(In Vehicle Infotainment) 솔루션을 준비중이다. 여기에 전기차 충전기 전문업체를 인수하고 경기도 평택 LG디지털파크 내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등 충전 솔루션 사업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양사는 전장 외에 로봇, 헬스케어 등의 분야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나서고 있다. 헬스케어의 경우 고령화 및 언택트(비대면) 시대로 접어드는 미래 사회를 대비하는 사업 분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로봇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활발한 투자·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올해 초 협동로봇 개발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에 590억원을 투자하면서 큰 주목을 받은데 이어 연내 'EX1'이라는 로봇을 공개하고 첫 상용화에도 나설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해당 로봇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운동보조장치와 관련한 특허를 다수 출원했다. 사용자의 신체 일부분을 지지해 움직임을 돕는 기술로 헬스케어 분야에서 활용될 고관절, 무릎, 발목 등에 착용하는 보행보조 로봇이나 운동 보조 로봇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어 지난 14일 카이스트와 '삼성전자 로보틱스 인재양성 프로그램' 신설 협약을 체결, 로봇 연구를 선도할 전문 인력을 선제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한종희 부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신성장동력을 로봇으로 점찍고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LG노바(NOVA, 북미 이노베이션센터)를 중심으로 북미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메타버스 등 미래기술 유망 스타트업에 전략적 투자를 지속하며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최근 북미에서 미국 원격의료기업 암웰(Amwell)과 공동 개발한 비대면 원격진료 솔루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 영향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데다 특히 주택 거래 감소가 이어지면서 기존에 전자업계가 의지했던 가전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며 "올해는 전장사업 호황과 함께 로봇, 헬스케어 등 첨단사업 중심으로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면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어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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