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시밀러 대격전·셀트리온 합병 등 과제 산적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

셀트리온의 창업주인 서정진 명예회장이 2년 만에 경영일선으로 복귀한다. 복귀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진했던 셀트리온의 주가가 빠르게 상승세를 띄고 있다. 다만 서정진 명예회장의 복귀 시점이 바이오시밀러 신제품 출시와 치열해진 시장 상황, 신약 개발, 셀트리온 계열 3사 합병 등 주요 과제가 첩첩히 쌓여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스트롱 리더십'을 얼마만큼 발휘할지 주목된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셀트리온 주가는 0.71% 하락한 15만 4300원에 마감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전일 보다 1.75% 상승한 6만 3900원, 셀트리온제약은 8.25% 급등한 8만원을 기록했다. 셀트리온헬스제약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 3일부터 4거래일 연속 상승을 이어갔다.

‘셀트리온 3형제’의 주가 상승은 서정진 명예회장의 복귀에 따른 기대감 때문이다. 서정진 명예회장은 지난 2021년 3월 경영 일선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그는 회사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자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했고 이후 사임했다.

다만 서정진 명예회장은 셀트리온 그룹을 둘러싼 환경에 변화가 생기면 다시 소방수 역할로 돌아오겠다고 공언했다. 이후 셀트리온은 기우성 부회장이 연구개발, 김형기 부회장이 사업전략을 총괄하는 구조를 구축해 성장을 이어갔다.

그러나 서정진 명예회장의 퇴임 후 셀트리온 주가는 한때 40만원대까지 올랐으나 현 시점에서 60% 이상 하락했다. 실적도 부진했다. 셀트리온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5106억원(연결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5% 줄어든 1006억원에 그쳤다.

또 수익성 저하와 바이오시밀러 신제품 출시, 바이오시밀러 시장 경쟁 강화, 신약 개발, 셀트리온 계열 3사 합병 등 여러 과제가 발생한 상황이다.

셀트리온그룹의 선택은 서정진 명예회장의 복귀였다. 셀트리온그룹은 지난 3일 사별 이사회를 열어 서정진 명예회장을 셀트리온홀딩스를 비롯한 셀트리온그룹 내 상장 3사인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의 사내이사 겸 이사회 공동의장 후보자로 추천하는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임기는 2년이다.

셀트리온은 “현 경영진이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재정비하던 중 서정진 명예회장의 한시적 경영 복귀를 강력히 요청했다”며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셀트리온은 서정진 명예회장이 공동의장으로서 주요 제품을 미국에 신속하게 출시하고 현지 유통망을 가다듬는 데 필요한 의사결정을 적극적으로 이끌어 줄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글로벌 경제 위기가 예상보다 더욱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셀트리온은 오는 5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유플라이마(CT-P17)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기대하고 있다. 셀트리온 제공
셀트리온은 오는 5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유플라이마(CT-P17)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기대하고 있다. 셀트리온 제공

서정진 명예회장의 당면과제는 셀트리온의 중점 사업인 바이오시밀러 미국 시장 진출이다.

셀트리온은 오는 5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유플라이마(CT-P17)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기대하고 있다. 유플라이마는 일정표대로라면 오는 7월부터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승인은 예상보다 6개월 이상 지연되고 있다.

특히 휴미라는 세계바이오의약품 매출 1위 제품이다. 셀트리온은 휴미라의 미국 시장 규모만 173억 달러(약 22조 5000억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크다. 해당 시장의 5% 점유율만 가져가도 1조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또 램시마SC의 신약 승인도 기대하고 있다. 피하주사가 가능한 제형인 램시마SC는 유럽 시장에서 빠르게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제품이다. 램시마SC는 염증성 장질환 대상이고 임상에서 궤양성대장염과 크론병 2개 질환에 대한 투약 효과성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가장 큰 모멘텀으로는 유플라이마 허가 및 출시가 있다"며 "연말에는 램시마SC의 미국 FDA 승인이 기대된다. 유플라이마의 미국 허가는 FDA 승인 전 사전 실사에서 지적 사항을 받아 허가가 6개월 지연됐다. 자발적 시정조치를 요청하는 VAI 실사 등급을 받아 오는 5월 승인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신규 바이오시밀러 후보물질 임상 개시 및 바이오시밀러 제형과 디바이스 차별화로 바이오시밀러 사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CT-P43,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CT-P42, 프롤리아 바이오시밀러 CT-P41, 악템라 바이오시밀러 CT-P47 등 올해 안으로 최대 5개 품목의 바이오시밀러 허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시장 경쟁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셀트리온은 글로벌 경쟁사들이 일제히 바이오시밀러 단가 인하에 나서면서 셀트리온도 단가를 낮추며 판매단가가 낮아졌다.

셀트리온 그룹의 숙원 과제인 셀트리온 그룹 3사(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합병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서정진 명예회장은 지난 2020년 지주사를 설립하고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합병이 이뤄지면 서정진 명예회장이 셀트리온홀딩스를 지배하고 셀트리온홀딩스가 셀트리온 합병 3사를 지배하는 구조가 된다.

그러나 셀트리온에 대해 지난 2018년부터 분식회계 논란으로 합병 작업이 지연됐고 지난해 3월 금융위원회가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고의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후 셀트리온이 지난해에 자사주 총 155만 5883주를 매입해 합병이 연내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구체적인 합병 계획이 도출되지는 않았다.

여기에 셀트리온의 소액주주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셀트리온 3사 합병을 앞두고 강화된 주주가치 제고방안을 내놔야 하는 상황이다. 주주들의 반발은 3사 상장 합병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서정진 명예회장 선임 추천안은 오는 28일 열리는 각사별 주주총회와 이사회 승인을 받아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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