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 없는 낡은 제도 개선한다더니…과도한 개입
총선 앞둔 포퓰리즘(?)…외국인 주주 떠나게 하는 일

지난 12일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TF 5차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발언중인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제공=연합뉴스)
지난 12일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TF 5차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발언중인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제공=연합뉴스)

우리 경제를 둘러싼 전방위적 경고음이 들려오는 가운데, ‘공공재’로 규정된 금융업, 특히 은행업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 정부가 추진하는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주요 금융지주 외국인 주주 비중이 7할 가까이 되는 상황에서 자칫 시장 기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욕을 먹더라도 더 선제적으로 과감히 (점포를) 정리할 걸 그랬습니다”

13일 금융위가 전일 열린 ‘제5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회의’ 결과로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을 발표하자 한 은행권 리테일담당 부행장이 내놓은 반응입니다.

이날 김소영 부위원장이 설명한 ‘내실화 방안’의 핵심은 은행이 비용효율화를 명목으로 점포 폐쇄를 하는 과정에서 금융소비자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으니 앞으로 대안 없이 자의로 점포를 없애지 말라는 것입니다.

특히 디지털화에 적응이 어려운 고령층, 또 이들이 많이 몰린 지방 점포 폐쇄시 고객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고,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영향평가를 거쳐야 지점 축소가 가능하다는 내용입니다.

앞선 부행장은 “과도한 희망퇴직금을 준다는 비난을 받아가면서까지 울며 겨자먹기로 인력을 줄여야만 하는 은행의 속내를 모르지 않는 당국이, 디지털화를 통해 더 이상 운영의 실익이 없는 지역 지점들을 사랑방 역할로 쓰기 위해 내버려두라는 식의 압력은 도를 넘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신뢰가 기본인 은행을 마치 예대마진에 혈안이 된 고리대금업자 취급을 하고, 공산당 자아비판 하듯 월별로 공시를 시키며 시장 혼란만 가중시키더니 총선 준비 카운트다운이 일찍 시작돼 그런지 선심성 정책을 앞뒤 가리지 않고 내놓는 탓에 정상적인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금융지주들은 수년째 신년이 되면 경영전략 중 핵심으로 ‘디지털전환’을 부르짖어왔습니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 탄생과 함께 핀테크와의 혈전이 어떻게 전개될지 몰라 몸집을 줄이고 하나의 플랫폼에 계열 금융회사 정보를 한데 모아 UI, UX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현상 속 경제 부양을 위한 확장 정책은 필연적으로 이를 되돌리는 과정에 버블 붕괴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지정학적 패권 경쟁과 글로벌 경제침체라는 이중고 속에 삼성전자, 하이닉스를 위시한 반도체 맹주들이 무너지고 무역수지가 망가졌습니다. IMF, 세계은행, 주요 글로벌 IB들이 줄줄이 우리나라의 GDP 성장률을 낮추자 한국은행도 수치 조정에 들어갈 모양새입니다.

가뜩이나 여소야대 속 부동산 감세 정책 등 경제를 소프트랜딩 시킬 수 있는 카드들이 야당의 반대로 무산되자 내년 총선에 올인(All-In)하는 모습입니다. 정책을 입안하고 밀어붙일 수 있는 토대없이 윤석열 정부의 잃어버린 전반전을 회복시킬 카드가 부재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증권회사 대표는 “누구나 희망하는 글로벌 선진지수 진입은 고사하고 지금 들어와 있는 외국인 자금이나 빠져나가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글로벌 자금은 개인들이 주식투자하듯 종목을 고르는 방식이 아니라, 각 국가와 지역별 자금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며 거대 패시브 자금들이 움직이는 것”이라며, “과거엔 한국의 기업들이 계속 성장만 해왔으니 자금이 들어왔지만, 기업들의 경쟁력도 불투명한데 정부가 기업들을 옥죄는 모습을 보면서 배당제도 조금 손보고 영문 공시자료 낸다고 해서 투자하는 외국자본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우리가 중국기업들에 투자하기를 꺼리는 이유는 회계투명성 문제와 더불어 이른바 자본주의 논리가 통용되지 않는 공산당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라며, “일반 국민들의 표를 얻기 위해 은행들이 차주들의 대출 상환을 하염없이 미뤄줘야 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부실의 책임은 누가 질 것이며 ESG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맹목적 사회공헌으로 쪼그라든 곳간에서 어떻게 외국인 주주들이 기대하는 배당성향 제고가 있을 수 있겠냐”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척박한 환경에서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대출이 나가서는 안되는 기업들에 대출이 나갔고, 그 과정에 정부의 등떠밀기가 있었습니다. 금융회사들은 합종연횡의 과정에서 공적자금의 신세를 져 마음의 부채를 안기도 했습니다.

시장의 원리로만 금융이 완벽히 작동하지 않고, 금융이 경제정책 및 국가산업과 긴밀히 연결돼 있기에 민간의 영역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것도 현실입니다.

다만 새로운 먹거리를 위해 아시아시장에 집중 진출하는 이유가 우리의 앞선 IT기술을 활용, 저비용 고효율의 선진 금융시스템을 수출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은행들에게 손님도 없는 사랑방 지점을 유지하라고 팔을 비트는 일이 궁극적으로 옳은 일인지 생각해볼 때입니다.

이번 정부의 일은 아니지만 국민연금의 지방 이전을 결정하고 고급인력이 가지 않자 연금운용 성과가 좋지 않아 가뜩이나 인구 노령화로 연금 개혁이 필요한 이때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도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산업은행 등을 지역으로 이전하는 문제에 적지 않은 에너지를 쓰고 있습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IT선진국이라면서,은행이 시니어들의 휴식처를 제공하길 기대하는 국가의 은행에 투자할 해외 자금이 얼마나 있을까요?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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