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금융혁신과 포용, 안정의 균형에 대한 고민 주문
최근 은행권에서 오프라인 점포를 축소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포착되는 가운데 금융학계에서 이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했다.
◆ “은행권 점포 축소, 국내만의 이슈 아냐”
28일 한국금융연구원과 한국금융학회는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디지털 시대 경영효율화와 포용금융을 위한 은행의 과제’를 주제로 정책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권 점포 축소가 은행만의 현상이 아니라 비은행 금융기관에서도 관찰되고 있다”며 “경제의 디지털화, 인구 고령화, 코로나19 등을 배경으로 한 세계적인 흐름이지만, 그 속도와 영향은 국내 상황에 맞춰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2008년과 비교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점포 수는 뚜렷하게 감소하고 있다”며 “대구은행(현 im뱅크)의 시중은행 전환 등 분류상의 착시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지속적인 축소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3년 금융당국이 점포 폐쇄 공동 절차를 도입하며 속도는 일시적으로 늦춰졌지만, 추세는 여전히 하향세”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디지털화 속도가 취약계층의 적응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며 “키오스크를 포기하거나 모바일 뱅킹에 익숙지 않아 실수하는 고령층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중장년층이 노년층에 진입하는 향후 5~10년 내에는 자연스레 완화될 가능성도 있지만, 그 과도기에는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간 격차 문제도 짚었다. 이 연구위원은 “고령화가 심한 지방일수록 점포 분포는 희박하다”며 “수도권과 대도시는 점포가 집중된 반면, 비도시 지역에서는 금융 접근을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지리적 거리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서 지역경제 전반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호주 등 해외에서는 은행 점포 축소가 소상공인 매출, 청년 고용, 지역 유동인구 감소 등 다양한 문제로 연결된다는 우려가 실제로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은 “대체 서비스로 거론되는 이동형·공동 점포, 비은행 금융기관의 역할, 은행 대리업 제도 등에 대해서도 운영 효율성이나 서비스 동질성 측면에서 한계가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공동 점포나 이동 점포는 운영 비용이 높고, 소비자 입장에서 충분한 대체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한 “농협이나 저축은행이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점도 명확하다”며 “이들 역시 수익성 중심으로 점포를 줄이고 있고, 농협이 문을 닫아도 이를 제어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정책적 보완 방향에 대해서도 사전 영향평가를 보다 충실히 운영하고, 디지털 취약계층의 이동 비용이나 서비스 접근성 등을 정량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평가 기준이 불투명하고 정보 공개도 미흡하다”며 “점포 폐쇄가 불가피했다면, 기존 고객에게 충분한 대체 서비스가 제공됐는지를 투명하게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점포 축소는 불가피한 흐름이지만, 이를 관리하는 방식이 지역 간 불균형과 금융소외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디지털 전환이 효율성만 강조하는 방향으로 흘러선 안 되며, 당분간은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디지털 금융, 배제 아닌 포용 수단 되어야”
유경원 상명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디지털 접근성이 높을수록 빈곤율이 유의하게 감소한다”며 “이는 디지털 기술이 기존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 장벽을 낮추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기술의 확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디지털 분리가 존재할 경우, 동일한 기술 확산이 오히려 빈곤 개선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의 활용 가능성이 성과를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령과 성별, 교육수준보다 디지털 이용역량과 금융회사의 서비스 제공 방식이 소외를 더 크게 결정한다”며 “대출 접근 제약이나 비대면 서비스 제공의 미흡이 디지털 소외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책의 초점은 기회 평등이 아니라 접근성의 실질화에 있어야 한다”며 “기술이 오히려 새로운 배제를 초래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금융소비자 대상 디지털 금융 교육의 실효성을 강화하고, 금융회사 역시 소외 없는 서비스 제공을 위해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진현 카카오뱅크 신용리스크모델링팀 팀장은 “카카오뱅크스코어 3.0을 개발한 결과, 2023~2024년까지 레거시 대출 방식과 비교해 씬파일러가 2178억원을 더 많이 대출받을 수 있었다”며 “제도적 지원을 통해 대안정보를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소선 한국금융학회 회장은 “디지털 기술은 금융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디지털 소외와 지역 간 격차,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며 “은행은 경영 효율성과 포용금융이라는 두 목표를 균형 있게 달성해야 할 시점에 있다”고 말했다.
곽 회장은 “디지털 금융 확산은 금융 소외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지만, 개인 특성뿐 아니라 공급자의 구조적 요인도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며 “포용 효과 극대화를 위한 제도적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항용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은 “디지털 기술은 금융 효율성과 고객 편의를 높이는 혁신의 도구이지만, 동시에 고령층·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에겐 새로운 장벽이 될 수 있다”며 “디지털 금융이 소외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넘어서, 오히려 금융 포용을 위한 적극적 수단이 될 수 있도록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금융의 디지털화는 수익성과 주주 가치를 추구하는 시대적 흐름이지만, 동시에 소외·격차·범죄 등 새로운 문제를 낳고 있다”며 “은행업계는 혁신과 포용, 안정의 균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사무처장은 “기존 금융은 ‘배제’가 철학이었다면, 디지털 기술은 데이터를 통해 더 많은 이들을 금융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며 “청년·주부·일용직·외국인 등 스코어 밖 고객도 데이터 기반으로 포용금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이런 과제를 금융회사가 스스로의 책무로 내재화하느냐에 달렸다”며 “성과 중심의 관행 속에서도 규제와 사회적 관심이 뒷받침돼야 지속 가능한 혁신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