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충당금적립전이익 격차 확대
지점 폐쇄 및 공채 축소 등 인력 효율화 이슈
디지털 전환과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 확대 속에서 금융사들의 조직 효율성과 인력 생산성은 과거보다 더 큰 경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고정비용 절감과 수익성 확보라는 양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각 금융사는 업권별 특성과 전략에 따라 생산성 제고 방안을 모색 중이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생산성 높은 금융사」시리즈를 통해 국내 주요 금융업권별 기업들의 생산성 현황과 구조적 차이를 진단하고, 그 이면에 있는 조직 운영 전략과 수익모델의 변화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국내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지난해 직원 1인당 충당금적립전이익에서 시중은행을 크게 앞질렀다. 비대면 중심의 영업 구조와 경량화된 조직 운영이 인력 생산성 제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 토스·케이뱅크·카카오, 인력당 이익 ‘쑥쑥’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3사(토스뱅크,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1인당 충당금적립전이익은 평균 7억4700만원으로, 전년보다 22.6% 증가했다.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 평균은 전년 대비 8.0% 감소한 3억700만원으로, 인터넷은행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충전이익은 은행이 거둔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영업외손익을 더한 뒤 판매관리비를 뺀 금액이다. 이를 국내 직원 평균 수로 나눈 값이 1인당 충전이익이다. 1인당 충전이익은 직원 1인당 생산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생산성이 높을수록 직원 업무 효율이 높다는 것으로 해석한다.
인터넷은행 가운데서는 토스뱅크가 가장 높은 생산성을 기록했다. 지난해 토스뱅크의 1인당 충당금적립전이익은 9억9000만원으로, 전년보다 36.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는 7억원으로 16.7%, 카카오뱅크는 5억5200만원으로 9.7% 증가했다.
반면 시중은행은 대체로 정체되거나 역성장했다. 1위 하나은행은 2023년 4억1600만원에서 지난해 3억5800만원으로 13.9% 줄었다. KB국민은행은 2억8500만원으로 8.7%, NH농협은행은 2억6600만원으로 21.3% 감소했다. 신한은행은 3억1900만원으로 1.3%, 우리은행은 3억800만원으로 6.6% 증가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간 1인당 충당금적립전이익 격차는 조직 규모와 고정비 구조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인터넷은행 3사 모두 1년 전보다 직원 수가 늘었으나, 규모만 놓고 보면 대형은행 대비 현저히 적었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직원 수는 1년 전보다 108명 늘어난 1584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각각 583명, 584명으로, 전년 대비 각각 71명, 134명 증가했다.
반면 ▲KB국민은행(1만5858명) ▲신한은행(1만2907명) ▲우리은행(1만3699명) 등 시중은행은 대규모 인력과 오프라인 점포 운영 등 고정비 부담이 생산성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 금융당국, 시중은행 점포 운용 효율화 개입 가시화
인터넷은행 3사의 가파른 실적 개선도 생산성 격차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토스뱅크는 2024년 45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출범 이후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보다 24% 증가한 4401억원을 기록했고, 케이뱅크는 1281억원으로 전년 대비 10배 수준의 순이익을 거뒀다.
인터넷은행과 시중은행의 생산성 격차는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조직 효율성과 기술 중심의 내부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높은 인력 생산성을 유지하는 인터넷은행과 달리, 시중은행은 구조조정이나 점포 통폐합 없이는 단기간 내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은 오프라인 점포를 지속적으로 줄여가고 있는 추세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국내 영업점 수는 2779개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2827개)보다 1.69%(48개) 줄어든 수준이다.
물론 변수도 있다. 금융권에선 금융위원회가 다음달 ‘은행 점포 폐쇄 관련 공동절차’를 수정해 발표할 것으로 전망한다.
▲점포 폐쇄 전 영향평가 ▲지역 주민 의견 청취 ▲대체 수단 마련 ▲사전 통지 ▲민원 예방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인데, 금융당국이 나서 은행권의 무분별한 오프라인 점포 폐쇄를 막고, 고령자 등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만약 공동절차 개정안이 실현될 경우, 시중은행의 오프라인 점포 운영 효율화 속도는 둔화될 여지가 있다.
◆ 인뱅사들, 성장곡선 변곡점 직면?
은행으로 들어가는 문도 좁아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한은행 정기 공개 채용 인원은 2023년 137명에서 2024년 102명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은 500명에서 382명으로, 하나은행은 441명에서 384명으로 줄었다. KB국민은행만 2023년 254명에서 2024년 260명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토스뱅크는 2023년과 2024년 신입직원 각각 1명을 채용했다. 케이뱅크는 2022년 26명, 2023년 18명 등 유일하게 두 자릿수 신입 직원 채용을 했으나 2024년엔 8명으로 줄어들었다.
다만 올해는 인터넷은행들의 수익 성장세가 다소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서 이자이익 증가 여력이 줄어든 데다, 가계대출 규제로 인해 성장 동력인 우량 신용대출 확대에도 제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대기업에 대한 신용공여 행위가 제한되는데, 고금리와 고물가, 역성장 영향으로 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사업 여건이 녹록치 않고,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관련기사
- 이름 바뀌었지만..끈끈한 ‘인연’ 이어가는 금융사들
- 주택조합 대출 연장 대가로 2억8천만원 받은 새마을금고 임원 구속
- 신한은행, 부산에 디지털금융 교육 사랑방 열어
- 지난달 카드론 잔액↓...최고치 경신 행진 ‘일단 멈춤’
- 이창용의 경고, 코로나 이후 첫 역성장?
- 토스뱅크 이은미 “제4인뱅 출현, 또 다른 특색 기대”
- 주요 카드사 실적 급감..내수 침체 ‘직격탄’
- [생산성 높은 금융사] ➁ 증권사, 키움증권의 독보적 생산성
- 신한은행, 종합소득세 신고 서류 비대면 발급 안내 서비스 시행
- 케이뱅크, 신종자본증권 1000억원 발행 의결
- KB금융, ‘아이 키우기 좋은 일터’ 조성
- 카카오뱅크, 1분기 순이익 1374억 원..역대 최대
- 금융학계 “은행권 점포 축소 뚜렷..부작용 우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