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반 ‘극단적 생산성’ vs 전통적 수익 다변화 전략

디지털 전환과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 확대 속에서 금융사들의 조직 효율성과 인력 생산성은 과거보다 더 큰 경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고정비용 절감과 수익성 확보라는 양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각 금융사는 업권별 특성과 전략에 따라 생산성 제고 방안을 모색 중이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생산성 높은 금융사」시리즈를 통해 국내 주요 금융업권별 기업들의 생산성 현황과 구조적 차이를 진단하고, 그 이면에 있는 조직 운영 전략과 수익모델의 변화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키움증권 사옥. 키움증권 제공.
키움증권 사옥. 키움증권 제공.

증권업계의 전문 인력 확보와 IT 활용이 증권사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전략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키움증권은 지난해 1인당 영업이익 11억원을 기록했다. 메리츠·삼성·한국투자증권 등 대형사는 전통적 인프라와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으로 수익성과 안정성을 추구하고 있다. 


키움증권, 지난해 1인당 영업이익 상위권 ‘우뚝’


30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자기자본 상위 10대 증권사의 영업이익은 2023년 말 대비 68% 증가한 8조1104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키움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982억원을 기록하며 2021년 이후 3년 만에 ‘1조 클럽’에 복귀했다. 이는 전년 대비 94.5% 증가한 수치로,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와 해외주식 위탁수수료 수익 증가가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10대 증권사 중 키움증권은 임직원 수(994명) 대비 1인당 영업이익 11억500만원으로 가장 높은 생산성을 기록했다. 이는 2023년 대비 약 78% 증가한 수준이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자기자본이익률(ROE) 14.83%, 총자산이익률(ROA) 1.50%로 각각 1위를 차지하며 수익성 지표 전반에서 우위를 보였다.  

이밖에 호실적에 힘입어 키움증권은 지난해 직원 1인 평균 급여를 전년 대비 28% 증가한 1억4500만원으로 인상했다. 특히 위탁매매 부문 남자 직원의 평균 급여는 2억7600만원으로 57.7% 급등했다.  

키움증권 제공.
키움증권 제공.

이처럼 키움증권은 상대적으로 적은 인력으로 1조원 이상의 실적을 달성하며, 단위 인력당 생산성 면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이는 오프라인 중심 영업을 유지하는 전통 증권사들과 달리, 키움증권이 온라인 기반 위탁매매와 개인투자자 대상 서비스에 집중한 전략의 성과로 분석된다.

증권업계에선 키움증권에 대해 “개미들의 친구”라고 표현한다. ‘개미들의 친구’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키움증권은 리테일 강자로서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 이용자 수 255만명을 기록하는 등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신용융자 이자율 인하, 일반환전 서비스 개시 등 고객 중심의 전략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키움증권이 효율적인 인력 구조와 디지털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높은 생산성과 수익성을 유지한다면, 향후에도 리테일 중심의 전략을 지속하며 증권업계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 키움 외 증권사들, 전통적 수익 강점 돋보여


키움증권이 디지털 기반 소규모 고효율 구조를 바탕으로 한 ‘극단적 생산성’ 모델이라면, 이들 대형사는 보다 전통적인 인프라와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접근 방식에 차이가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메리츠증권은 영업이익 1조548억원, 임직원 수 1468명으로 1인당 영업이익 7억1800만원을 기록했다. 메리츠증권은 기업금융(IB) 부문과 자기자본투자(PI) 중심의 전략으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며 고수익을 실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서의 과감한 투자로 수익성을 높였지만, 리스크 관리 역시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증권 사옥. 삼성증권 제공.
삼성증권 사옥. 삼성증권 제공.

같은 시기 삼성증권은 2581명의 인력으로 1조205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1인당 영업이익은 4억6700만원 수준이었다. 삼성증권은 자산관리(WM) 부문에서 강점을 보이며, 고액 자산가 중심의 프라이빗 뱅킹 전략이 주요 실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안정적인 리서치 역량과 대기업 계열사의 수익 기반이 여전히 견고한 상황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929명의 인력으로 1조2836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1인당 4억3800만원의 생산성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사업과 리테일, IB, 트레이딩의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탄탄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대체투자 및 해외 IB사업 확장을 통한 성장 가능성이 높이 평가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 1인당 영업이익 하위권에는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대신증권 등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대신증권은 1453명의 인력이 있었음에도 1인당 영업이익은 5700만원에 그쳤다.


◆ “증권사 IT 활용, 자본시장 효율화 이끌 것”


연구계에선 “증권사의 IT 활용이 자본시장 전반의 효율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제언한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하반기 ‘국내 증권사의 효율성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석훈 선임연구위원은 “증권사의 IT 투자와 전문 인력의 확충은 새로운 시장 개척을 촉진하고, 증권사의 내부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예를 들어, 증권사가 최근 급속히 발전하는 IT를 잘 활용한다면, 고비용 구조로 인해 아직 확장하지 못한 자산관리나 기업 재무 자문 등의 시장을 개척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 제공.
자본시장연구원 제공.

이 선임연구위원은 “증권업의 전문 인력 투자는 단기적으로 수익을 크게 창출하지 못하고 상당한 비용이 요구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증권사의 전문화·특화, 평판 확보, 고수익 사업 부문 개척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수한 전문 인력은 증권사 수익 창출의 촉매제로서 이익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회사의 적극적인 IT 활용과 우수한 전문 인력 투자는 현재 자본 영업에 맞춰진 투입 요소의 배치와 운영을 새롭게 바꿔, 증권사의 새로운 사업 부문 개척을 촉진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러한 증권사의 변화와 혁신은 결과적으로 자본시장의 효율성과 발전을 이끄는 중요한 요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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