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손보, 적극적 해외진출 및 AI 활용으로 손보업 1위
하나생명, 디지털 채널 확장...1인당 생산성 10억원 넘어

디지털 전환과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 확대 속에서 금융사들의 조직 효율성과 인력 생산성은 과거보다 더 큰 경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고정비용 절감과 수익성 확보라는 양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각 금융사는 업권별 특성과 전략에 따라 생산성 제고 방안을 모색 중이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생산성 높은 금융사」시리즈를 통해 국내 주요 금융업권별 기업들의 생산성 현황과 구조적 차이를 진단하고, 그 이면에 있는 조직 운영 전략과 수익모델의 변화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RPA를 활용한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효율성과 신 가치창출에 나선 DB손보 본사 전경. DB손보 제공.
DB손해보험 본사 전경. DB손해보험 제공.

국내 보험업계에서 ‘생산성’은 단순한 실적 지표를 넘어, 조직의 전략과 디지털 전환 역량, 채널 운영 방식까지 포괄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생산성 지표는 각각 사업 구조와 영업 방식의 차이로 인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 DB손해보험, 해외 법인 성공과 디지털 전략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손해보험사 중 임직원 1인당 생산성이 가장 높은 곳은 DB손해보험으로, 1인당 6억5500만원을 기록했다. DB손해보험이 대형 대면채널 중심 보험사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생산성을 기록한 건 조직 효율과 전략적 운영 성과로 해석된다.

DB손해보험은 지난해 연간 순이익으로 1조7722억원을 기록하며 삼성화재에 이어 업계 2위 자리를 차지했다. 국내 보험시장이 사실상 포화 상태인 가운데, DB손해보험은 성공적인 맞춤형 현지화로 해외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DB손해보험은 현재 뉴욕, 캘리포니아, 괌, 하와이 등 4개 거점을 중심으로 12개 주에서 활발한 사업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신흥시장인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DB손해보험은 2011년 호찌민 사무소 설치를 시작으로 국내 손해보험사 중 최초로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2015년 국영 보험사 PTI 지분 약 37%를, 지난해엔 베트남국가항공보험(VNI)과 사이공하노이보험(BSH) 지분을 각각 75% 인수하며 베트남 내 입지를 확대했다. 올해 4월에는 정종표 DB손해보험 대표가 직접 베트남 나트랑을 방문해 글로벌 성과대회를 열기도 했다.

정종표 DB손해보험 대표. DB손해보험 제공.
정종표 DB손해보험 대표. DB손해보험 제공.

또한 DB손해보험은 인공지능(AI) 역량을 통한 업무 효율화에 방점을 두는 모습이다. 최근 회사는 삼성전자와 함께 금융 IT 운영 환경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결합을 추진하기로 했다.

양사는 ▲장기보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삼성 헬스 기반 웨어러블 기기(링, 워치 등) 연동 개발 ▲펫보험·요양사업 등 신규시장 확대를 위한 스마트태그 연동 협력 ▲‘On-Device AI’가 탑재된 갤럭시폰·탭 기반 인공지능(AI) 포털 기능 연동 ▲금융 IT 운영환경의 안정성과 비용 효율성 제고를 위한 협력 등을 협업한다.

또한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활용한 AI 자동 과실비율 판정 시스템을 개발해 특허를 취득했다. 차량 사고 발생 시 블랙박스에 기록된 영상을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분석해 사고 상황을 정밀하게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객관적인 과실비율을 산정하는 내용이다.


◆ 하나생명, 체질 개선 통한 실적 향상


생명보험사 중에서는 하나생명의 생산성이 눈에 띈다. 하나생명은 지난해 영업인력이나 전산 자원 등 조직 규모에 있어 제한적인 여건 속에서도 적극적인 디지털 채널 확장과 효율 경영 전략을 통해 임직원 1인당 생산성이 10억원을 초과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는 생보업계 18개사 중 유일한 기록으로, 저비용 구조 속 효율 중심 전략이 성과로 연결된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하나생명은 1분기 당기순이익으로 12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55억원의 손실에서 약 179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이같은 실적 개선세는 수익성 위주의 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리며 '본업 경쟁력'을 확대한 것이 주효했다. 업계에선 “지난해 취임한 남궁원 대표가 하나생명의 체질을 개선하며 장기적으로 흑자를 마련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2일 하나생명 신임 대표로 취임한 남궁원 대표. 하나생명 제공.
지난해부터 하나생명을 이끌고 있는 남궁원 대표. 하나생명 제공.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는 본질적으로 상품 구조와 수익모델, 리스크 관리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 기준으로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손해보험사는 자동차·실손·화재보험 등 단기계약 위주 상품과 손해율이 핵심 관리 지표이고, 생명보험사는 주로 장기성 보장성 상품 중심으로 계약 유지율과 보험사 투자 수익 등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의 생산성은 단순히 높은 매출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구조와 전략을 통해 도달했는지를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험업계의 디지털 전환과 자동화 흐름은 적은 인력으로도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만들었지만, 반대로 전통적인 조직 구조를 가진 보험사에게는 역으로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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