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지배구조 개선으론 밸류업 불가능”
현 구조 지수 왜곡 야기...코스닥 코넥스 통합해야
경제학계에서 “국내 유가증권시장을 1·2부로 구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13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자본시장 활성화와 금융안정’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이준서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일본의 자본시장 개혁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제도와 구조를 끊임없이 손질하며 실행해온 사례”라고 평가하며, “한국도 이제는 실질적인 구조조정과 거래소 체제 개편, 연기금의 역할 강화 같은 실행 중심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2010년 이후 미국 자본시장은 5배가량 상승했지만, 한국 주식시장은 고작 1.5배에 불과했다”며 “단순히 지배구조나 배당 확대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으며, 시장 구조 그 자체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스튜어드십 코드와 기업지배구조 코드를 제정해 두 차례 개정했고, 거래소는 5개 시장을 3개 시장으로 통합해 상장요건에 유통주식 비율을 명시하는 등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했다.
이준서 교수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코넥스로 나뉜 현재의 거래소 구조는 과도한 상장기업 수와 낮은 유통주식 비율로 인해 지수 왜곡을 야기하고 있다”며 “유가증권시장을 일본처럼 1·2부로 구분하고, 코스닥은 구조조정을 통해 정리하거나 코넥스와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거래소와 부산거래소로 기능을 나누고, 파생상품 시장은 독립 기관화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현재 상장기업의 유통주식 비율은 60%도 되지 않으며, 일본은 70%를 넘겼다”며 “상장요건에 유통주식 기준을 명시하거나, 유통주식 기준 지수를 개발해 해당 지수 편입을 통해 시장 자율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호주 의결권 제한과 사외이사 독립성 제고를 위해 주주추천 이사제와 주식 중복투표제 같은 장치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근 한국경제학회 회장은 최근 한국 자본시장의 침체 국면과 관련해 “한국의 주식시장과 자본시장이 미국에 비해 상당히 침체돼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거시적·미시적 요인뿐 아니라 정치적 변수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회장은 “최근 몇 년 동안 밸류에이션 회복을 위해 다양한 노력이 있었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상대적으로 성과를 냈다고 평가받는 일본의 사례에서 배울 점이 있다는 인식 아래,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과의 소통 과정에서 자본시장이나 특정 투자 영역에 대한 과도한 규제에 대한 우려가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이러한 규제가 환율, 해외 주식, 자본시장 투자와 얽히면서 새로운 정책 과제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잠재성장률 둔화와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본시장 선진화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그는 “주가 저평가 해소, 투자 유입, 기업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통해 경제 회복과 국민 자산축적을 동시에 이뤄야 한다”며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 지배구조 개선, 시장 신뢰 강화, 혁신 역량 확충 등 4대 축 중심의 정책을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진짜 문제는 한국 시장에 혁신 기업 성장 동력이 약화되고, 주가가 펀더멘털을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에 있다”며 “단순한 지배구조 개선만으로는 한국 자본시장의 밸류업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이 주가 3배 상승을 이룬 건 거버넌스 개선이 아니라 혁신의 결과”라며 “한국은 여전히 가치주 중심의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 구조에 머물러 있고, 성장기업에 대한 규제 해소가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펀더멘털이 좋아도 주가가 오르지 않는 이유는 시장 내 차익거래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상장폐지, 적대적 인수합병, 배당 확대, 공매도 같은 주가 정상화 기능들이 약해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한 것은 고비용 자본조달 수단 대신, 기업공개(IPO) 시장을 활용한 효율적 자본조달 전략이었다”며 “소액주주에게도 실질적 이익을 가져다준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구조개편을 하지 않은 SK온 사례처럼, 자본조달 실패는 오히려 주주 피해로 이어졌다”며 “여론에 따른 규제는 효율적 자원 배분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경제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거래를 막을수록 파레토 최적에서 멀어지게 된다”며 “정부가 소비자 보호는 하되, 과도한 시장 개입은 줄여야 한다”며 “불가능해 보이는 것이라도 가능해질 때까지 고민하는 것이 경제학자의 책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