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구조 변화에 동남아 등 신시장 개척 나선 보험사들
IFRS17, IFRS9 등 회계제도 변경 따른 포트폴리오 관리 중요
코로나19만 끝나면 모든 게 좋아질 거란 기대는 지난 5월 기준 한국경제가 15개월 연속 적자, 8개월 연속 수출 감소를 보이며 헛된 기대였음이 확인되고 있다. 한국경제에 대한 성장률 전망치는 외부 및 내부 모두 1% 초중반에 그친다. 반면 물가상승률은 쉽게 꺾이지 않아 스테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성장에 기대 호황을 누렸던 시간을 뒤로 하고, 미중 갈등의 파고 속에 수출기업들이 시계 제로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줄어드는 인구에 내수시장 확대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G8을 기대하는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서비스업, 특히 금융이 영미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총 5회에 걸쳐 한국금융이 처한 상황을 진단하고 남은 숙제와 향후 방향에 대해 들여다본다.<편집자 주>
차주들의 연체율 증가와 역전세, 깡동전세, 부동산PF 등 부동산 관련 위기의 뇌관이 드러나면서 금융권이 복잡한 심경을 보이고 있지만 보험 업종만큼 상황이 복잡한 곳도 찾기 어렵다. 고령화사회 도래와 함께 연금이나 위험대비 등의 니즈가 커지며 보험업은 더욱 각광을 받는 것이 상식적일 것으로 보이나,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 경제 침체에 따른 신계약 감소, 회계기준 변화에 따른 관리이슈 증가 등 숙제가 많다.
◆ 갑자기 늘어난 보험업계 이익? 회계제도 변경 따른 해프닝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체 보험사 순이익은 5조2300억원(별도 기준) 수준으로 나타났다. 생명보험사 2조7300억원, 손해보험사 2조5000억원 수준으로 당초 7조원 수준까지 기대했던 것 보단 낮은 수준이지만 5조2000억원만 해도 전년 순이익 절반에 상당하는 급격한 신장이다.
갑자기 경제환경이 달라진 것도 아닌데 이런 ‘매직’이 일어난 건 회계제도의 변경에 힘입은 바 크다.
올해 처음으로 도입된 IFRS17에 따라 보험사의 수익과 비용 인식을 보험료 수취 당시 즉 원가 기준이 아닌 서비스 제공 시점으로 바뀌며 생긴 마술이다. 특히 도입이 유예됐다 올해 대거 적용되기 시작한 IFRS9 영향으로 회계상 기타포괄순익으로 분류되던 수익증권을 당기손익으로 처리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최근 금리의 변화에 따라 보험사들이 들고 있는 채권의 평가이익이 늘면서 이것이 1분기 실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무엇보다 논란이 되는 것은 미래 발생 가능 이익의 현가인 보험계약마진(CSM) 산출에 있어 금융당국이 각 보험사에 자체적인 계리적 가정을 세워 산출토록 자율권을 준 것이 혼란을 키워 당국이 이를 바로잡는 과정에 돌입한 상태다.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라고 외치던 보험사들이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2분기 어떤 성적표를 내놓을 지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1일 발표한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보험사 전체 자본총계는 1분기 기준 158조5000억원이다. 전년 말 88조8000억원 대비 거의 두배 수준이다. 보험계약 금융손익이 62조9000억원으로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한은 측은 “IFRS9 적용으로 보험회사 금융자산 중 상당규모가 시가평가 대상으로 전환됐고, IFRS17 기준에 따라 부채에도 시가평가가 적용되면서 ‘(자산에서 부채를 뺀)듀레이션 갭’이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부채의 가치가 자산의 가치보다 더 크게 감소하면서 자본이 큰폭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보험사들은 변화하는 거시경제 환경에 좀더 기민하게 움직여 자산-부채 관리(ALM), 투자포트폴리오 관리 등 자산관리에 역량을 발휘하는 회사가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분기별 이익 변동성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자산운용 목표 수익률 눈높이를 낮추며 안전자산으로 좀더 무게중심이 이동할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은도 보험사들이 외형보다 질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저축성 보험 대비 보험료 수입이 적은 보장성 상품으로의 영업 쏠림으로 현금유동성이 저하되지 않도록 보험업권 유동성 사정 등을 꾸준히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 신시장 찾아 베트남으로, 인도네시아로
다소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회계제도 변경에 의한 잡음은 시간이 지나면 자리를 잡을 문제다.
다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시장 자체의 축소다. 당장 경제 침체 분위기에 고금리 지속으로 이자율 감당에도 벅찬 서민들이 보험 해약에 나서 지난해 생명보험 해지환급금이 52조원에 이르는 등 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그 이유도 생활고 때문이라는게 응답자들의 답변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는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베트남 등 인구 규모가 크고 중산층이 형성되는 과정에 있어 보험산업의 성장이 예상되는 동남아 시장에서의 패권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손해보험업계 1위 삼성화재는 해외사업도 가장 적극 적이다.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이외에도 유럽, 미국, 중동 등에도 진출해 해외 네트워크만 11곳에 이른다. 한국에서 많은 금융사들이 고배를 마셨던 중국의 경우 현지 IT기업인 텐센트와 합작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생명보험사의 경우 7개국에 12개 현지법인을, 손해보험사는 16개국에 56개 해외점포를 운영 중이다.
DB손해보험은 베트남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해 맹렬한 속도로 세를 넓히고 있다.
지난 16일 베트남 손보시장 9위인 BSH 인수계약을 체결하는가 하면 지난 2월에도 10위인 VNI손보의 지분 75%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이보다 훨씬 앞선 지난 2015년에는 당시 5위권인 PTI손보 지분 37.2%를 인수해 현재 시장 내 3위까지 끌어올리는 등 베트남 내 TOP10 손보사 3곳을 확보하는 기염을 토했다.
국내 인구감소와 보험시장 성숙화 등으로 인한 보험시장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높은 경제 성장성, 젊은 인구구조, 대외 개방도, 인도차이나반도 접근성 등을 감안하면 베트남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는 판단이다.
베트남 사랑은 손해보험사들만의 몫은 아니다.
생명보험사 중 해외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한화생명도 인도네시아, 중국 등에 법인을, 미국, 중국,일본 등에 사무소를 두고 사업을 하고 있지만 베트남 시장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이미 지난 2009년 국내 생보사 최초로 베트남에 진출한 한화생명은 지난 1분기 기준 자산 9200억원, 수입보험료 525억원 수준까지 끌어올리며 미래에셋생명, 신한라이프 등과 경쟁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베트남에 이어 인구 3억명으로 세계 4위의 인구대국인 인도네시아에서도 지난 1분기 기준 자산 1845억원, 수입보험료 34억원으로 순항하고 있다.
◆ 지주회사 전환으로 포트폴리오 변경 나서는 ‘교보생명’
생명보험 빅3의 지위를 가졌음에도 소송전의 장기화로 성장 탄력이 잠시 줄었던 교보생명도 손해보험업 진출에 시동을 걸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20일 교보생명은 광화문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어 그간 소문이 무성했던 손해보험업 진출을 공식화하는 내용의 안건을 보고했다. 보험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통해 자회사인 증권, 자산운용에 더해 손해보험사까지 포트폴리오 확대와 시너지로 더 큰 그림을 그리겠다는 포석이다.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악사손해보험, MG손해보험 등이 그 인수 대상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지분 인수도 투트랙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을 세우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미 연준(Fed)이 연내 2회 정도의 금리 추가 인상을 거론하며 단기간 내에 금리 인하를 단행하지 않을 조짐을 보이고 있고, 경제가 하강 곡선을 그면서 보험업을 둘러싼 환경이 긍정적이지 않다”며, “다만 일시적인 고비만 넘기면 되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인구 절벽, 경제 침체, 회계 변경 등의 이슈에 모두 대응하고 대출, 퇴직연금 등에 있어 타 업권과도 경쟁하면서도 리스크관리까지 강화해야 하는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