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감소·원자재값 상승·노사 갈등 등 악재 겹쳐
기존 철강재 경쟁서 밀려.. 고부가가치 제품 집중

포스코 광양제철소 열연공장에서 쇳물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그룹 제공
포스코 광양제철소 열연공장에서 쇳물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그룹 제공

 

철강업계가 올해도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 태풍으로 입었던 피해를 간신히 복구하며 업황 반등을 기대했지만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제품 수요가 예상보다 상승하지 못한데다 노사갈등도 발목을 잡았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중국산 철광석 수입 가격은 지난 14일 기준으로 t당 135.90달러로 집계됐다. 올해 초(1월 3일) 기준 t당 117.65달러 대비 15.5% 증가했다.

그러나 이같이 원자재값이 오르는 상황에도 철강 제품가격은 오히려 내려가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생산자물가지수 자료를 살펴보면 제1차 금속제품인 중후판과 철강절단품은 전월 대비 각각 6.8%, 3.5% 내렸다. 

건설을 비롯한 전방산업 업황이 좋지 않아 수요가 부진한데다 중국이나 일본 등 철강재 수입량이 늘어나면서 제품 가격을 올리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중국, 일본 등으로부터 수입된 철강재는 모두 1439만5000t이다. 이는 전년 동기(1295만7000톤) 대비 11.1% 늘어난 수치다.

수입량을 국가별로 보면 중국산 철강재가 전년 동기 대비 31.2% 급증한 807만3000t, 일본산 철강재가 전년 동기 대비 4.2% 늘어난 519만6000t으로 집계됐다.

이에 더해 반년 가까이 이어져 온 조선업계와 후판 가격 협상은 상반기 t당 100만원에서 소폭 인하된 90만원 중반대 가격으로 마무리될 전망인데다 전기값도 오르고 있어 철강업체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사들의 실적 하락세도 가파르다.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58조4631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누적 대비 10.7% 하락한 규모다. 누적 영업이익은 40% 하락한 3조2271억원, 누적 순이익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인 2조1668억원으로 줄어들었다.

현대제철 역시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2%, 영업이익이 38.8%나 감소하는 실적 타격을 입었다. 1~3분기 누적으로 살펴봐도 매출은 전년 동기(21조3606억원) 대비 7.3% 감소한 19조8106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 역시 1조8925억원에서 1조274억원으로 감소했다.

동국제강그룹은 올해 6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면서 지난해와 직접 비교는 어려우나 지주사인 동국홀딩스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이 1조38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누적(1조5898억원) 대비 12.9%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907억원에서 685억원으로 24.5%나 줄었다.

이런 가운데 올해는 노조 리스크도 업계의 발목을 잡았다. 포스코는 1968년 창립 이후 55년만에 첫 파업 위기를 맞기도 했으며, 현대제철은 여전히 협상안은 도출하지 못하고 있어 해를 넘길 전망이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은 국내 철강업계가 새해에도 실적 저하에 시달릴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송영진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책임연구원은 “수요 측면에서는 향후 생산 증가가 예상되는 자동차 산업과 조선업에서의 안정적인 수요가 전망된다”면서도 “철강업의 주요 전방 산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설업 업황 악화와 전반적인 경기 둔화 등으로 철강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철강협회 역시 ‘2024 건설경기 전망’을 통해 ”고금리 장기화가 건설경기 회복을 지연시키고 건설사들의 자금조달을 어렵게 하면서 건축 사업이 당분간 부진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상황이 어렵지만 업계는 리더십 교체와 신사업 추진을 통해 내년 위기를 극복할 전망이다. 포스코는 현재 차기 총수 맞이를 준비하고 있으며 현대제철은 서강현 현대차 CFO(최고재무책임자)가 사장으로 선임되면서 수익성 중심 사업구조 개선을 이룰 예정이다.

아울러 20% 가량 가격이 저렴한 수입 철강재와의 경쟁 보다는 해외 고부가가치 철강재 수출로 위기를 타개할 방침이다. 현재 공급망을 에너지용 철강재를 기반으로 바꾸는 추세다.

현대제철은 본래 조선용 후판이 전체 생산량의 55%를 차지했지만 해상풍력용 철강재 등 공급망을 확보하면서 향후 비중은 10%p 낮출 예정이다. 또 강관 자회사 현대스틸파이프를 신설하며 강관사업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는 친환경 에너지용 강재 브랜드 ‘그린어블’을 통해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 외에도 태양광, 수소저장용기 등 에너지용 강재 공급을 늘리는 중이다.

이윤희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철강업계는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지만 실행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며 “우선 수요를 선제적으로 반영해 제품을 개발하고 특히 친환경 성장제품 중심의 고부가재 중심으로 제품 구조를 고도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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